[INTO 119] “경기도의 안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경기소방 119종합상황실에 가다경기 남부 1035만 도민 안전 지킨다… “근무 중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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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119입니다!”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40초.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개구이를 먹다가 양념이 눈에 튀어 고통스럽다는 신고자. 2022년 경기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된 마지막 신고 전화였다.
접수요원은 침착하게 의료 상담을 이어갔다. 전면 대형 상황판 뉴스 칸에선 새해를 축하하며 제야의 종을 치는 장면이 송출되고 있다. 이윽고 다시 울리는 신고 전화.
“네, 119입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은 시간의 섭리 속에 과거라는 이름을 얻었다. 새해는 회복과 희망을 못다 한 숙제처럼 짊어진 채 인사를 건넨다. 경기소방 ‘재난종합지휘센터’도 명칭에 따른 불필요한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119종합상황실’이라는 새 이름과 함께 2023년 계묘년 새해를 맞았다. 위험 속에서 다급하게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고 있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다가 급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우리는 ‘엄마야!’라고 외치며 가장 먼저 ‘엄마’를 찾는다. 하지만 정작 도움을 청할 땐 ‘엄마’가 아니라 ‘119’에 전화를 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안다. 위급 상황에선 ‘엄마’보다 ‘119’가 확실하다. ‘119’는 항상 믿음직스럽다. 24시간 365일 우리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늘 그래왔듯 지난 2022년 한 해도 전국 119종합상황실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철주야 활동했다. 2023년 새해도 역시 그럴 거다. <FPN/119플러스>는 궁금했다. 소방에 관한 것이라면 늘 더 알고 싶은 욕심이 있다. 재난과 사고가 존재하는 이상 영원히 멈추지 않을 그곳, 소방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119종합상황실은 과연 어떤 곳일까?
이를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FPN/119플러스> 취재팀은 2022년 12월 31일 오후 8시부터 이듬해 1월 1일 오전 8시까지 무박 2일간 경기소방 119종합상황실을 찾았다.
경기소방 119종합상황실은 어떤 곳일까?
경기소방은 21개 시ㆍ군, 약 1035만 도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별도의 상황실이 운영되는 경기북부소방의 관할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나머지 권역(중ㆍ남부, 서부, 동부)의 모든 119 신고 전화는 이곳 119종합상황실로 들어온다.
경기소방에 따르면 2022년 119종합상황실엔 하루 평균 6934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12.5초에 한 번꼴인 셈이다. 29개의 신고접수대가 운영되는 걸 고려하면 접수요원 1인당 약 35만7천명의 인구를 감당하고 있다.
1월 1일 기준 경기소방 119종합상황실에 소속된 인원은 총 221명이다. 지진이나 정전 등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약 50명의 전문요원으로 구성된 4개 팀이 4조 2교대로 근무하며 자리를 지킨다.
상황요원의 역할은 접수ㆍ관제ㆍ상황보고ㆍ구급상황관리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접수요원은 신고를 접수해 소방력을 편성하고 출동 지령을 관계 기관에 통보하는 등 임무를 수행한다. 관제요원은 소방활동 지원을 위해 재난 현장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출동대와 소방용수, 관계 기관 공조ㆍ조정ㆍ통제 등을 담당한다.
상황보고요원은 재난 초기 대처 상황과 인명피해 여부 등을 보고하고 재난 현장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ㆍ공유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응급환자 안내ㆍ상담과 응급처치 지도, 이송 병원 안내, 의료기관 정보 관리 등은 구급상황관리요원의 임무다.
도움의 손길을 가장 먼저 붙잡는 사람들, 그들의 이름은 ‘상황요원’
이날 야간 근무 총괄ㆍ지휘는 문흥식 상황2팀장이 맡았다.
“119종합상황실 입구엔 ‘경기도의 안전,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라고 적힌 슬로건이 걸려 있습니다. 도민이 재난 속에서 도움을 바라는 손길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도록 직원별로 맡은 바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합니다”
실제로 취재팀이 만난 상황요원들은 잘 훈련된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50여 명의 인원이 뿜어내는 집중의 열기로 근처에 가기만 해도 기가 질리고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였다.
A 요원: “수백 대의 컴퓨터와 사람이 내는 열기 때문에 본부 내 그 어떤 사무실보다 훨씬 더워요. 기자님이 놀랄만하다고 생각해요. 상황실에 식물이 엄청 많은데 약간이지만 온도를 낮추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그의 말처럼 상황실 내부 곳곳엔 초록빛 식물이 가득했다. 한편엔 안마의자와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도 마련돼 있었다.
B 요원: “신고가 접수되면 극도의 집중과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ㆍ신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크죠. 업무 효율을 위해 약간의 정비 시간을 부여받을 땐 상황실 한편에 마련된 안마의자를 사용하거나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관리해요. 예전에 비해 근무환경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쉴 때 제대로 쉬어야 업무 효율이 오르지 않을까요?”
상황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했다. 마치 ‘태풍의 눈’ 같았다. 크고 작은 재난ㆍ사고가 계속해서 휘몰아쳐도 이곳만큼은 동요하지 않고 중심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신속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적절한 소방력을 정확한 장소에 출동시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 이들이 하는 일은 그런 것이었다.
이날 오후 11시께엔 연말연시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최선을 다해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조선호 경기소방재난본부장이 상황실을 찾았다.
“현장 대응 성패의 절반가량은 상황실이 얼마나 역할을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좌우됩니다. 최선을 다해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요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 너무 믿음직합니다”
경기소방 119종합상황실에서 맞은 2023년
이상한 일이었다. 새해엔 누구나 마음이 들뜨기 마련이다. 자정이 지나고 2023년 새해가 밝았는데도 보는 사람이 머쓱할 만큼 상황실 내에선 아무런 동요도 일지 않았다. 다급한 외침처럼 신고 전화만 계속해서 울릴 뿐이었다.
2023년 계묘년의 첫 번째 신고는 정확히 오전 0시 0분 0초에 들어왔다. 시흥시의 한 도로에 남성이 쓰러져 있어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접수요원은 즉시 출동 지령을 내렸다.
C 요원: “가족과 함께가 아닌 상황실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돼 아쉬움이 크네요. 하지만 신속하고 정확한 대처로 일이 잘 처리되고 신고자가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됐을 때 느끼는 보람은 이 모든 걸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죠. 어떤 재난 대응이든 첫 시작은 상황실 신고 접수 단계부터예요. 첫 단추, 첫 시작을 맡은 막중한 책임감을 우리는 감당해야 합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상황실 구성원 모두는 자부심을 품고 오늘도 근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악몽 같던 이태원 참사를 겪은 탓일까? 이날 새벽엔 인파 사고 관련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경기도 내 새해맞이 행사장과 관악산 연주대 등 해돋이 장소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사고가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정확하고 신속한 상황 파악과 대응을 위해 119종합상황실은 다시 한번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상황실의 새해는 이렇게 시작됐다.
취재를 마치며…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비록 하룻밤에 불과했지만 많은 걸 보고 들어서인지 몇 날 며칠을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긴 꿈을 꾼 것 같기도 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에 뒤늦게 배고픔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창 하고 있을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기자들의 배고픔을 짐작이라도 한 걸까? 조선호 본부장이 아침 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 그는 새해맞이 떡국 대신 소방본부 인근 식당에서 해장국을 사줬다.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났다. ‘사람은 밥만 든든히 먹으면 밤을 새워도 죽진 않는구나’란 생각도 들었다(사실 하루 정도 밤을 새운다고 사람이 죽진 않는다).
밤낮으로 교대근무를 반복하는 상황실 요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잠이 많은 나는 죽었다가 깨도 못 할 일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날 취재를 함께한 박준호 선배의 눈가엔 다크서클이 가득했다. 그런데도 웃음을 머금으며 재밌고 뜻깊은 취재였다고 소감을 말하는 박 선배.
“밤낮이 수시로 바뀌는 교대근무와 감정노동이나 다름없는 신고 접수 등으로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요원들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지더라.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모습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꼭 영화 같았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해지기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그 저변엔 언제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헌신이 굳은살처럼 자리 잡고 있다. ‘119’는 365일 24시간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의 곁을 지킨다.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119종합상황실을 지키고 있을 요원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한다. 덕분에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안전하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