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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타이어, 화재 위험경고 수년간 깡그리 무시했다”

화재보험협회 안전점검서 3년 동안 같은 위험경고… 가류공정 위험성도 언급
현장 안 나가고 서류로만 확인하는 불량 소방시설 보수 결과, 믿을 수 있을까
정우택 국회 부의장 “철저한 조사로 책임 규명하고 소방점검 체계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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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3/03/27 [14:44]

[단독] “한국타이어, 화재 위험경고 수년간 깡그리 무시했다”

화재보험협회 안전점검서 3년 동안 같은 위험경고… 가류공정 위험성도 언급
현장 안 나가고 서류로만 확인하는 불량 소방시설 보수 결과, 믿을 수 있을까
정우택 국회 부의장 “철저한 조사로 책임 규명하고 소방점검 체계 개선해야”

최영 기자 | 입력 : 2023/03/27 [14:44]

▲ 최근 3년간 진행된 한국화재보험협회의 안전점검 결과 자료에는 매년 40건 이상 화재 위험요소가 발견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 국회 정우택 부의장실


[FPN 최영 기자] = 대형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수년째 경고돼 온 화재 위험을 깡그리 무시해온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화재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추정되는 가류공정 시설도 오랜 기간 화재 발생 위험 속에 방치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최근 3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주기적인 안전점검을 받아 왔다. 이 점검은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수건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화재안전점검이다. 건물 내 화기와 위험물, 가스, 시설안전 사항, 안전관리 체계 등의 확인과 함께 각종 소방안전시설, 연소확대방지, 피난시설 등의 적정성을 점검받는다.

 

국회 정우택 부의장(국민의힘 5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충북 청주 상당)실을 통해 <FPN/소방방재신문>이 단독 입수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이 안전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대전공장은 2020년 5월, 2021년 4월, 2022년 4월 등 최근 3년 동안 실시된 점검에서 매번 40가지 이상의 화재 위험이 발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이 수많은 화재 위험경고를 철저히 무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지적받은 위험개선 권고 사항이 이듬해는 물론 지난해까지 무려 3년 동안 고쳐지지 않았다. 화재보험협회는 매년 같은 위험성을 한국타이어 쪽에 경고했다.

 

특히 이 점검 보고서에는 최초 화재 발생 장소로 알려진 가류공정의 화재 위험성도 3년 내내 지적됐다. 보고서에선 “가류공정 지하 피트 내 일반형 형광등은 분진 및 오일미스트가 집적된 상태로 과열 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일체형 조명기구로 교체를 권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가류, 압연 및 압출 등 공정설비의 윤활유, 유압유 공급장치 주위에는 오일 누출 시 주변으로 확산이 방지될 수 있도록 유출방지턱 설치를 권장한다”거나 “가류공정 지붕 상부에 설치된 CRCO(농축축열촉매연소설비)는 공정지역 화재 시 설비 하중에 의한 공장건물 붕괴가 우려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3년 치 보고서에는 같은 내용이 해마다 담겨 있다. 위험성 경고를 받고도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 지난 12일 화재가 발생한 한국타이어 제2공장 가류공정 시설  © 정우택 국회 부의장실 제출 자료

 

보고서에선 한국타이어의 소방시설도 엉망으로 관리돼 온 사실이 확인된다. 일부 공장동 내 전기실과 발전기실에 설치된 가스계소화설비는 화재 시 자동 방출되지 않도록 수동 관리를 해왔다. 소방펌프 유량계의 기능에도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소방시설의 심장부와 같은 화재 수신기는 수십 개의 회로가 고장 난 채 방치돼왔다. 2020년과 2021년 점검에선 51개 회로가 고장 상태였고 지난해 실시한 점검에선 89개 회로가 고장 나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최소 2년 넘게 불량 상태를 방치한 것도 모자라 지난해에는 되레 고장 비율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이유로 화재가 수년 동안 경고된 위험을 완전히 무시해 온 한국타이어의 ‘안전불감증’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우택 부의장은 “이 불로 8만㎡에 달하는 공장과 타이어 완제품 21만 장이 전소된 건 자체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인근 아파트와 주민, 교통에도 큰 피해를 주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거쳐 안전을 등한시한 한국타이어의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소방시설 불량 기록은 소방관련법에 따라 한국타이어가 의무적으로 실시한 ‘소방시설 자체점검’의 부실 의혹으로도 번지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매년 2회씩 소방법에 따른 법정 점검인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에는 169건, 하반기에는 71건의 불량사항이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소방청은 한국타이어가 이 불량사항에 대해 관할 소방서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아 모두 고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소방시설이 고쳐졌다는 보수 이행 결과가 모두 한국타이어로부터 서면 보고받은 문건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정우택 부의장실에 제출한 관할 소방서의 조치 문건에 따르면 대전 대덕소방서는 소방시설 자체점검에서 적발된 불량사항의 개선 이행 결과를 모두 서면으로만 통보받고 현장엔 나가지 않았다.

 

화재보험협회 안전점검에서 3년 동안 화재 수신기의 고장 상태가 고쳐지지 않은 사실만 보더라도 최소 3년 내 6번의 소방법정 자체점검을 통한 불량사항 시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우택 부의장은 “건축물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소방시설 점검에서 불량사항이 수두룩하게 나왔는데도 조치사항을 문서로만 보고받아 인정하는 감독 방식은 문제가 있다”며 “소방시설이 온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철저한 관리ㆍ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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