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도 없이 특급기술자라니… 엔지니어들 집단 ‘반발’무자격 학ㆍ경력 기술자 승급제한 완화 법안 두고 비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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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기술자가 소방시설 감리를 하는 모습 © FPN |
[FPN 박준호 기자] = 정부가 자격증 없이 일정 학력과 경력만으로 특급과 고급기술자로 승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각 직종의 기술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방문규, 이하 산자부)는 지난 9월 21일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행법상 엔지니어링기술자는 특급과 고급, 중급, 초급 등으로 나뉜다. 현재 무자격 학ㆍ경력 기술자 승급은 중급기술자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최근 내놓은 개정안엔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과 경력을 갖추면 국가기술 자격증 없이도 특급과 고급기술자로 승급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 관련 업무를 4년 이상 수행한 사람은 특급기술자, 해당 분야 전문대학 졸업자로 관련 업무를 12년 이상 수행한 자는 고급기술자 자격을 주는 식이다.
산자부는 학ㆍ경력 기술자들의 승급제한이 인력 수급 불균형 초래, 신규 기술자 유입 저해로 인한 인력 구조 역피라미드화, 유능한 학ㆍ경력 기술자 이탈 등을 개정 이유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자 소방 분야는 물론 타 분야 기술자들도 한목소리로 입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A 소방기술자는 “소방기술자가 되려면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자격도 없는 사람이 단지 학력과 경력만 있다고 특급 감리를 한다는 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며 “자격시험은 기본 지식을 익히는 기본 중 기본이다”고 꼬집었다.
B 소방기술자는 “이 법이 통과되면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법대를 졸업하면 바로 변호사가 되는 세상도 오겠네”라며 “경력은 물론 그에 해당하는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 건 그야말로 상식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순택 한국소방감리협회장은 “무자격 학ㆍ경력자의 승급제한을 완화해주면 오히려 인력 수급 불균형과 역피라미드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전문성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소방시설 부실시공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곧 국민 안전으로까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반대의 목소리는 소방뿐 아니라 타 분야에서도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약 5주간 진행된 의견제출 기간엔 무려 965건의 입법 예고 의견이 등록됐다. 대다수가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술 분야의 하향 평준화’, ‘국민의 생명과 안전 담보 불가능’, ‘국가기술자격법의 근본 취지와 목적을 훼손하고 국민이 안전할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등 비판적인 의견이다.
이 같은 기술자들의 반발에 더해 정부부처까지 반대 의견을 내비치자 입법을 추진한 산자부는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어 개정안을 내부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중”이라며 “정확히 어떤 식으로 개정할지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