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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지연 이자만 100억?’ 가열되는 소방헬기 보험금 분쟁, 왜?

늦게 준 보험금이 부른 이자 지급 논란… 소방청 vs DB손보
소방청 “손해사정 안 해 발생한 보험금, 지체 이자 달라”
DB손보 “정상적인 절차 지켰기에 지연 이자 지급 불가”
국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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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24/10/23 [16:10]

[집중취재] ‘지연 이자만 100억?’ 가열되는 소방헬기 보험금 분쟁, 왜?

늦게 준 보험금이 부른 이자 지급 논란… 소방청 vs DB손보
소방청 “손해사정 안 해 발생한 보험금, 지체 이자 달라”
DB손보 “정상적인 절차 지켰기에 지연 이자 지급 불가”
국정

신희섭 기자 | 입력 : 2024/10/23 [16:10]

▲ 독도 해상 인근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인양되고 있다.  

 

[FPN 신희섭 기자] = 지난 2019년 10월 31일 독도 해상에서 발생한 소방헬기 추락사고와 관련한 기체보험금 지급을 두고 소방청과 보험사 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기체보험금 이자 지급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금융감독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소방청은 2019년 8월 1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DB손해보험(이하 DB손보)을 주계약자로 한화, 메리츠 등 3개 손해보험사와 항공기 보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로부터 두 달여 뒤인 10월 31일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소방헬기(HL9619)가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했다가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관 5명과 환자, 보호자 등 7명을 태운 이 헬기는 환자 이송을 위해 독도 헬기장에서 이륙한 지 2분도 채 안 돼 바다로 떨어졌다. 안타깝게도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소방청은 사고 발생 나흘 뒤인 11월 3일 DB손보 측에 사고를 접수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11월 22일 보험금 상세 내역 통보를 요청했지만 DB손보 측은 약정서상 내용만 공지한 채 항공ㆍ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 조사를 핑계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사조위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결과 보고가 있어야만 최종 보상 여부와 보험금 산정이 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사조위 결과 보고는 헬기가 추락한 지 4년이 지난 2023년 11월 6일에서야 발표됐다. 당시 사조위는 헬기 추락 원인을 ‘공간정위상실’로 결론지었다. 공간정위상실은 착각으로 인해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 자세 등을 조종사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헬기 추락의 원인이 조종사 과실에 있었다는 결과다.

 

사조위 결과 발표 이후 소방청은 기체보험금 약 374억원과 함께 보험금 지체 지연에 따른 이자 약 107억원을 DB손보 측에 여러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하지만 DB손보는 “정상적으로 보험금 지급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이자에 대한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DB손보는 보험금 374억원만 지급하겠다며 올해 4월이 돼서야 법원에 공탁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방청은 의도적인 조사 지연으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졌기 때문에 지연 이자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입장 차가 극명히 갈린 두 기관의 분쟁은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이 문제가 도마 위로 올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서울 구로갑)은 제도적 개선방안 필요성을 지적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소방청과 DB손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방헬기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논란을 집중취재했다.

 

DB손보 “손해사정 자체가 불가했기에 이자는 못 줘”

 

소방청과 DB손보의 다툼은 2023년 7월께 본격화됐다. 소방청이 4년간 기체보험금 지급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약관상 면책 사유가 있는지, 지연 이자 지급이 가능한지를 DB손보에 물으면서부터다.

 

DB손보는 사조위 조사 결과가 나온 뒤인 2023년 11월 13일이 돼서야 답변을 내놨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입수한 DB손보 답변서에는 이자 지급이 불가하다는 걸 전제하면서 사조위의 조사 결과 필요성과 지연 이자 지급이 왜 불가한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DB손보가 가장 먼저 제시하는 건 보험 계약 당시 소방청과의 협의를 통해 항공기 보험 약관으로 정한 ‘LLOYD'S AIRCRAFT POLICY AVN IC’ 조항 중 제4장이다. ‘LLOYD'S AIRCRAFT POLICY AVN IC’는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항공보험 약관이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보험의 표준 약관처럼 쓰인다는 게 정설이다.

 

▲ 사고 헬기의 보험 약관 

 

이 조항에는 ▲사고 헬기 제조사가 제시하는 권고사항과 부합하지 않는 장소에서 이착륙을 시도했는지 ▲주무관청이 발행하는 항행과 감항성(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능력)에 관한 명령을 비행할 때마다 지켰는지 등 지급면책 검토사항이 명시돼 있다. 손해사정 과정에서 해당 조항 여부를 판단하지 못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게 DB손보 측 주장이다.

 

또 DB손보는 헬기가 해상으로 추락하면서 손해사정이 불가했고 동일 헬기 기종 사고 사례에 따른 불량 사항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자체 조사조차 어려웠다는 점도 보험금 지급 지연의 이유로 제시했다.

 

손해사정을 위한 사고조사를 위해 새한손해사정(주)까지 선임했지만 심해에서 인양된 사고 헬기의 잔해를 사조위에서 모두 통제했기 때문에 적절한 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또 HL9619 기종의 경우 2016년 4월 26일 노르웨이 해상에서 주기어박스(MGB) 내부기어 손상으로 인한 추락사고가 발생한 바 있어 해당 사고와 동일 결함에 대한 가능성을 봐야 하지만 진술 가능 탑승객이 전원 사망했고 현장 접근조차 어려워 사조위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손해사정 자체를 할 수 없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이자 역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방청 “사조위는 핑계, 보험금 지급 일부러 지연한 것”

 

소방청은 DB손보 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이자 지급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제로 보는 건 DB손보가 제시한 ‘LLOYD'S AIRCRAFT POLICY AVN IC’ 보험 약관 중 이착륙 장소 내용이다.

 

소방헬기의 경우 특수목적으로 사용되는 장비인 ‘긴급항공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항공운송사업에 사용되는 항공기와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고 당시 헬기가 이착륙한 독도 헬기장은 국가행정기관인 경찰청이 운영하는 시설로 부적합한 시설로의 이착륙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소방청은 DB손보가 문제성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약관 내 감항성 또한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소방헬기는 ‘항공안전법’ 제23조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정기 감항 검사를 받고 있고 근거서류도 모두 발급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은 오히려 DB손보 측이 사조위를 핑계로 사고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약관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감항성은 물론 헬기 이착륙장 등은 각종 증명서를 비롯해 관련 문서 등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자체 조사를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조위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DB손보 측의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소방청은 “사조위의 조사 목적은 항공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과 배경 전반을 국가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하는 조사지, 보험금 지급을 위한 면책사항을 확인하는 조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지난 8월 발생한 산림청 헬기 추락사고를 예로 들며 DB손보 측의 이중적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소방청은 “DB손보는 밤나무 항공방제 작업에 나섰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했을 당시 산림청이 보유한 자료만으로 손해사정 절차를 진행했다”면서 “심지어 조종사가 생존해 있었는데도 인터뷰조차 진행하지 않고 단기간에 보험금 지급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보험금 지급 6개월… 소방청 “손해금 책임져야”

 

소방청이 현재 DB손보 측에 요구하는 기체 보상금의 지체 지연 이자는 107억 수준이다. 이는 사고접수일로부터 10일이 지난날부터 2023년 12월 31일까지 약 50개월을 기준으로 연이자 6%의 복리를 적용한 금액이다.

 

소방청은 “약정기간이 없는 경우 보험사고 발생의 통지를 받은 후 지체없이 보험금액을 정하고 그날부터 10일 이내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상법’과 관련한 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지연 이자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DB손보 측은 법원에 공탁해 기체보험금을 지급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자는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행했기 때문에 지연 이자 책임이 없다는 거다. 항공기 보험의 경우 대다수 보험사에서 ‘LLOYD'S AIRCRAFT POLICY AVN IC’ 약관을 채택하고 있고 소방청 역시 보험 계약 당시 이 약관 적용에 동의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소방청은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장기간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면서 발생한 손해금의 책임을 회피하는 DB손보가 ‘상법’은 물론 ‘보험사기방지특별법’까지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5조 제2항에는 ‘보험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의 지급을 지체 또는 거절하거나 삭감해 지급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또 소방청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항공기 추락사고 보험 판례(2017가단5086497)를 보더라도 국내법에 따른 보험금 지급 지연 손해금은 DB손보 측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20년 2월 20일 항공기 보험 관련 재판 선고에서 보험의 준거법을 영국법으로 정하고 있다 해도 보험의 모든 요소가 대한민국과 관련이 있기에 영국법만을 적용하는 것은 무효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국회로 간 보험금 분쟁… 해결 가능할까

 

독도 소방헬기 보험금 문제는 지난 17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의원이 항공기 보험의 제도적 보완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요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이번 사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항공기 사고에 대한 보험금 지급 지연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며 “보험금 지급 지연으로 대체항공기 구입ㆍ렌트 등의 절차가 지연될 수 있어 국민 안전에 구멍이 생긴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번 분쟁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토해달라”고 금융감독원장에게 주문하면서 “무작정 사조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게 자체 조사를 강제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5일 소방청 요청에 따른 분쟁 조정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세 곳의 법무법인에 법률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이미 두 곳으로부터는 자문의 회신을 받았지만 양측 견해는 엇갈린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나머지 한 곳의 자문 결과와 함께 금융감독원의 분쟁 조정 결과도 나올 전망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의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이어서 이를 따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추가적인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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