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노인 환자에 대한 병원 전 환자평가

노인 환자 이해하기

광고
울산남부소방서 안신욱 | 기사입력 2024/12/02 [10:30]

노인 환자에 대한 병원 전 환자평가

노인 환자 이해하기

울산남부소방서 안신욱 | 입력 : 2024/12/02 [10:30]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출동을 나갔다. “할머니가 길에 앉아 있고 땀을 많이 흘린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신고였다. 우린 현장 도착 전 신고자와 통화해 환자의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내용을 공유했다. 

 

현장 도착 시 할머니께서는 길 한쪽에 앉아 옷이 땀에 흠뻑 젖은 채로 깊은 호흡을 하고 계셨다. 활력징후는 혈압 135/80, 호흡 14회, 맥박 84회, 혈당 114로 정상이었고 체온만 38.8℃로 높았다. 

 

과거력 등을 확인하려는데 할머니는 “우리 집은 저기다”라는 말만 반복하셨다. 신분도 확인이 되지 않았고 80대 여성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었다. 주변인도 할머니를 처음 봤다고 했다. 

 

즉시 경찰에 치매 의심이 드는 할머니가 있으니 신원 조회 협조를 요청했다. 치매 노인 목록에 비슷한 얼굴이 확인되면서 비로소 인적 사항이 나왔다.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고 혼자 사시는 분이었다. 

 

할머니께서는 장시간 무더위로 인해 체온도 높고 체력이 많이 저하돼 있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처럼 주 증상이 애매하거나, 정확하게 자각증상 표현을 못하거나, 치매, 섬망, 구음장애 등이 동반된 경우엔 현장에서의 환자평가가 절대 쉽지 않다.

 

최근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지난해 70대 인구가 전년보다 23만명 증가하고 20대 인구는 약 22만명 감소하면서 처음으로 역전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앞으로 노인 환자는 점점 많아질 전망이다. 119구급대원들은 노인 환자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해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노인 환자의 특징

나이를 먹음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고 기능 저하와 질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노인 환자는 애매하게 증상을 호소하거나 정확하게 자각증상 표현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나 실어증, 구음장애 등이 동반된 경우도 많아 이런 상황을 빨리 인지하고 평가해야 한다. 

 

노인 환자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증상들을 호소한다. 운동기능이 떨어진다든지 전반적인 전신 쇠약감 같은 모호한 증상은 패혈증, 관상동맥질환 또는 뇌경색 같은 위중한 질병일 수도 있다. 

 

따라서 기능적인 상태를 평가하는 도구들은 이러한 증상들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데 사용된다. 구급대원은 노인 환자 특성상 비전형적인 증상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도 잘못된 평가를 하는 사례가 많다. 

 

노인의 경우 종종 알지 못하는 인지적 손상을 갖는 수가 있고 이러한 인지 상태는 병력의 신뢰도뿐 아니라 처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지적 기능 평가를 위한 도구가 필요할 수 있다. 

 

의식장애의 경우 가족이나 동거인에 의한 현재 병력 청취가 필요하지만 독거노인과 같이 병력 청취가 불명확한 경우가 흔하다. 특히 급성 증상이 있을 때 이전의 생활 상태나 환자 상태를 아는 건 정확한 평가와 중증도를 판정하기 위해 중요하다. 

 

생활 양상이 독립적이었는지, 보행이 가능했는지, 의사소통은 어느 정도였는지, 식사 상황 등의 자세한 정보가 있어야 급성질환에 의한 증상의 변화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노인 질환의 특성>

1. 질병의 다양성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다.
2. 비전형적인 증상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증상이 애매하다.
3. 질병 관리의 어려움 만성적이고 퇴행성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고 합병증 동반
4. 부작용 증가 약물 복용과 치료에 따른 부작용 위험성이 높다.
5. 기능장애 동반 일상생활 활동 기능이 저하돼 위험하다.
6. 의료 외적 요인과 연관성 사회ㆍ경제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 노인 환자의 건강상태 평가를 위한 포괄적인 노인 평가(출처 J Korean Med Assoc 2023 July; 66(7):439-447)

 

노인 환자와의 의사소통ㆍ이해하기

1. 노화에 따른 변화를 인지하자

노화로 인해 장기 기능 저하로 질병과 부상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바뀌기 때문에 예상되는 신체 변화의 종류와 그것이 환자의 현재 상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이는 신체가 쇼크에 대한 보상 능력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1) 노화에 따른 신체변화

▲ PHTLS 병원 전 외상 소생술 노인외상(출처 depositphotos.com, 유료)

 

노화의 기본적인 과정은 세포 수준에서 발생한다. 이는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노화가 진행되면 전신적으로 노쇠화되고 인지능력 저하와 정신적인 기능장애, 골격계의 만성ㆍ퇴행, 감각기능의 감소 등의 특징을 보인다. 

 

또 신체기능이 감소하고 피부의 주름, 머리 색깔ㆍ양의 변화, 뼈 관절염, 신체의 반응시간ㆍ반사의 감소와 같이 외적인 증상과 징후가 발생한다. 

 

칼슘 수치가 고갈되면 뼈가 더 쉽게 부러질 수 있고 단순한 화상, 열상, 찰과상은 피부 진피가 얇아지고 사지로의 혈액 관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더 큰 해를 끼칠 수 있다. 또 뇌 조직이 수축함에 따라 두개골 내에 공간이 발생해 머리 부상에 치명적이다. 증상이 발생하는 덴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119구급대원은 이러한 변화뿐 아니라 해부학ㆍ생리학적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애매하고 비전형적인 증상과 저에너지에서의 외상성 손상은 노인 환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노인 환자 평가 시 주의점>

 

- 환자의 병력이 복잡하다.

- 치매, 실어증, 언어장애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 비전형적인 증상이 많다.

-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인지 능력의 저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

- 전신 기능 저하가 있을 경우가 많다.

- 보호자의 힘이 필요하다.

- 평상시와 현재의 기능 정도를 평가ㆍ비교해야 한다.


 

▲ 노인 응급의학의 개요(출처 노인병: 제 7권 제 1호 2003, 사진 depositphotos.com, 유료)

 

2. 복용 중인 약물을 파악하자

노인 환자들이 약 복용을 잊어버리거나 잘못된 용량을 복용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따라서 환자에게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질문하는 것 외에도 처방약을 찾고 처방전을 환자와 함께 응급실로 가져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노인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에 대해 부작용과 그 약물들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노인 환자가 아스피린이나 와파린 등을 복용하고 있고 머리 부상이나 둔상을 입은 경우 내부 출혈이 빠르게 진행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고혈압 치료에 사용되는 배타차단제(프로프라놀롤, 메토프롤롤)는 서맥을 유발할 수 있어 쇼크 발생 시 빈맥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환자를 평가할 때 주의해야 한다. 

 

3. 주 증상에만 그치지 말자

노인 환자는 여러 가지 의학적 문제와 동반 질환을 앓는 데다가 증상과 징후가 다양하며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의 경우 전형적인 흉통을 동반하지 않을 때가 많다.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한다거나, 의식이 나빠진다거나(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는 특히 저혈당 증상이 발생될 수 있다) 하는 등의 비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럴 땐 다른 질환도 의심해 봐야 한다. 

 

이처럼 노인 환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환자 평가 시 나타난 증상 이외에도 다른 증상이 있지 않나 살펴야 한다. 또 과거력과 현재의 병력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물어봐야 한다. 동시에 여러 질환을 의심하고 포괄적인 문진ㆍ평가를 시행해 질환의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4. 노인 학대와 우울증을 의심하자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119구급대원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6조에 따른 응급구조사는 노인 학대, 방치 등이 의심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노인 학대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연도별 학대 피해 노인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노인 학대를 현장에서 발견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 노인에게는 흔한 낙상이 단순한 낙상의 결과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신체적 학대나 방치라는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현장 활동에 임해야 한다.

 

▲ 출처 2023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노인의 심리는 학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창피함, 불안감, 보복에 대한 공포 등으로 인해 이러한 현실에 부정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학대를 의심할 수 있는 신체적 징후인 원인 모를 골절이나 열상, 타박상, 찰과상, 치료하지 않은 욕창, 열악한 생활환경 등이 보이면 항상 학대와 방임의 가능성을 생각하고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에 협조를 얻어야 한다.

 

우울증은 노년기에 있어 흔한 증상 중 하나다. 노인은 가족과의 사별이나 은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신적ㆍ감정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어 우울 증상이 동반되곤 한다. 

 

또 노화에 따른 뇌의 신경 변화도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적 증상을 높여줄 수 있어 주변 가족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는 질환이다. 119구급대원은 현장에서 노인들의 기분이나 말투, 활동 등을 잘 관찰해 약물ㆍ정신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이송해야 한다.

 

5. 노인 환자를 배려하는 용기를 가지자

▲ 출처 www.psglearning.com

 

노인 환자의 경우 시각, 청각 등의 감각이 무뎌지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질문 속도를 늦추면서 쉬운 용어로 대화해야 한다. 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배려와 너그러운 마음으로 노인 환자에게 다가가야 한다. 많은 노인 환자는 독립성을 상실하면서 요양원으로 가는 걸 꺼리거나 병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6. 노인 환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노인이 되는 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에 봉사했던 요양원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지금의 이 노인이 내일의 당신이다” 

 

젊은 시절 노인의 문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니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노인은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많은 이가 노인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다. 노인이라는 이유로 신체ㆍ정신적으로 일할 수 없더라도 비생산적일 거란 생각은 잘못된 시각이다.

 

사회적 직업에서 은퇴했을 뿐이지 무능력하거나 힘이 없어 일을 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라도 노인은 대접받아야 하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있다.

 

현장에서 만나는 모든 노인에게 정신적ㆍ육체적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당당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현장에 출동해 들것에 앉아 있는 노인은 단순한 환자가 아니라 놀라운 삶을 살았고 그 삶을 우리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수 있다. 119구급대원은 현장에서 노인의 특징을 이해하고 배려와 편견 없이 응대해야 한다. 

 

병원 전 단계에서 필요한 노인 평가와 의사소통 방법, 노인에 대한 심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요즘이다.

 

 


 

참고문헌

1. 노인 환자의 건강상태 평가를 위한 포괄적인 노인평가/ J Korean Med Assoc 2023 July; 66(7):439-447

2. 노인 응급의학의 개요/ 노인병: 제 7권 제 1호 2003

3. 노인의 포괄적 평가/ 권인순,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내과

4. 병원 전 외상 소생술  Edition.

5. 대한내과학회지 : 제71권 부록 2호 2006 노인질환의 특징/ 서울대학교의과대학 김철호

4. Korean Trauma Assessment Treatment 한국전문외상처치 3rd Edition.

5.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의학 Second Edition.

6. 일반응급처치학, 전국 응급구조학과 교수 협의회, 대학서림.13Edition.

 

 

울산남부소방서_ 안신욱 : khkool@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1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노인 환자에 대한 병원 전 환자평가 관련기사목록
광고
119talktalk
[119talktalk] 취임 6개월 맞은 허석곤 소방청장 “질적 성장으로 국민 안전 지킬 것”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