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연이어 발생한 2건의 큰 화재를 접하며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8월 1일 인천시 서구 청라동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진화에 8시간이 소요됐고 아파트 5개동 480세대가 피해를 입어 다수의 이재민이 나왔다.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차치하고 당시 화재 초기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 수신기로 화재 신호가 접수됐으나 관리사무소 직원이 스프링클러 밸브를 정지시킨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직원은 화재수신기에서 경종과 스프링클러설비 작동을 확인했으나 평소 오작동으로 민원 전화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경종과 스프링클러설비를 정지시키고 현장을 확인한 후 다시 작동시키려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 현장 확인 결과 화재를 목격하고 5분 뒤 스프링클러설비를 다시 작동시켜려 했지만 이미 중계기 쪽 소방 전기 배선 일부가 불에 타버려 작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차량 화재 특성상 스프링클러설비로 완전히 진압되는 건 불가능했겠지만 만약 스프링클러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140여 대의 차량이 전소될 정도로 화재가 확산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같은달 22일에는 경기 부천시 원미구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당시에도 호텔 매니저가 화재 경종이 울리자 이를 정지시키고 7층 화재 현장으로 올라갔다. 그는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것을 안 다음에야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수신기 경종을 재동작시켰다. 그러나 이미 골든타임 2분 24초가 지난 뒤였다. 경찰은 만약 경종을 정지시키지 않았다면 사망자 7명 중 7~8층 투숙객 5명은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안전관리자는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화재예방법’) 시행규칙 제11조 제5항에 의거해 연 1회 이상 자위소방대를 소집해 그 편성 상태ㆍ초기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편성된 근무자에 대한 소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 그 결과를 자위소방대 초기 대응체계 교육ㆍ훈련 실시 결과 기록부에 기록하고 2년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소방안전관리자는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근무자와 거주자에게 실시하는 소방훈련ㆍ교육을 자위소방대 훈련ㆍ교육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에는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는 당직자가 대부분 자위소방대 대원으로 편성돼 있다. 법령에서 정한 연 1회 이상의 훈련ㆍ교육뿐만 아니라 신규 채용, 인원 변동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수시로 화재대응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수신기로 화재 신호 접수 시 현장 확인을 거친 후 화재가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수신기 복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수신기에 각종 설비를 정지하거나 복구한 후 현장 확인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잘못된 습관이 현장에 고착된다면 결국 관리자가 사고의 모든 책임을 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소에 소방시설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며 기계적 오동작으로 인한 대응 매뉴얼도 원칙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2022년 12월 1일 ’화재예방법’의 제정ㆍ시행으로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의 소방훈련ㆍ교육이 강화됐다. 이전 법령에서는 근무 또는 거주하는 사람이 10명 이하인 경우 소방훈련ㆍ교육을 제외할 수 있었으나 이 내용은 강화된 법령에서 삭제돼 모든 소방안전관리대상물에서 소방훈련ㆍ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 특급ㆍ1급 소방안전관리대상물은 소방훈련 시행 후 30일 이내 소방훈련ㆍ교육 결과를 소방서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관리자는 매년 실시되는 소방훈련ㆍ교육을 통해 화재 신호가 접수됐을 때 현장 확인을 선행하고 이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정비해 화재로 인한 초기 대응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평소 철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부디 이러한 조치로 두 번 다시 국민의 목숨이 안타깝게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교수 반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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