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BYC 빌딩/집중취재 ②]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한 주방 덕트 화재… 대책은 없나초기 화재 못 막은 이유, ‘무용지물’ 소화설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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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BYC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 연합뉴스 |
[FPN 최영, 박준호 기자] =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던 분당 BYC 빌딩 화재. 불은 1층 김밥 가게 종업원이 주방에서 웍을 사용해 돈가스를 조리하다 시작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식용유 과열로 발생한 불은 조리대 상부 배기덕트 내 기름 찌꺼기에 착화된 이후 덕트를 통해 1층 필로티 주차장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주방 후드와 덕트는 오염물질과 열기 등을 배출하기 위한 필수시설이다. 그러나 분당 BYC 빌딩 화재처럼 주방에서 덕트를 타고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환기를 위해 설치한 시설이 화염과 연기를 확산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덕트는 오염물질이나 열기 등 내부 공기를 배출하는 ‘배기덕트’와 실내 온도조절을 위해 공기정화 용도로 쓰이는 ‘공조덕트’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음식점 등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는 배기덕트를 타고 번진다. 음식물 조리 과정에서 발생한 기름 찌꺼기가 후드나 덕트에 눌어붙어 쌓인 뒤 불씨를 만나면서 큰 화재로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 2021년 4월 10일 발생한 남양주 부영애시앙 주상복합 화재 땐 발화지점으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32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졌다. 2018년 일어난 신촌 세브란스병원 화재의 경우 불길이 덕트를 타고 무려 60m까지 확산한 뒤에야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꺼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덕트 화재로 연소가 확대된 건수는 545건에 달한다. 해마다 100건 넘게 발생하는 꼴이다.
반복되는 주방 덕트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은 과연 없는 걸까. <FPN/소방방재신문>이 분당 BYC 빌딩 사고의 숨겨진 문제와 우리나라 주방 덕트 화재의 개선 대책을 짚어봤다.
![]() ▲ 분당 BYC 빌딩의 1층 평면도와 위치별 모습 © FPN |
“있으면 뭐하나”… 문제 알고도 방치되는 ‘무용지물’ 소화설비들
김밥마을이라는 상호를 가진 불이 난 음식점은 김밥과 라면, 돈가스, 볶음밥 등 수십 종에 이르는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돈가스를 튀기던 웍(우묵한 프라이팬)에서 시작된 불은 조리대 후드와 덕트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불이 난 주방에는 화재 시 열에 의해 자동으로 분말소화약제를 방출하는 자동확산소화기와 함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K급 소화기도 비치돼 있었다. 하지만 초기 진압이나 화세 제어에는 완전히 실패했다.
![]() ▲ 화재가 발생한 김밥 가게 자동확산소화기는 주방 후드에 가려져 애초 성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다. © FPN |
이 중 주방화재 시 사용하는 K급 소화기는 사용조차 못 한 것으로 파악된다. 불이 난 이후 찾은 현장에선 압력이 모두 빠진 자동확산소화기가 발견됐다. 화재 당시 작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애초부터 제 기능을 할 수는 없는 조건이었다. 조리대 상부에 설치된 후드가 소화약제 방사각을 완전히 방해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된 지 무려 20년이나 된 제품이었다.
일반 소화기의 경우 10년의 내용연수 법규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자동확산소화기는 동일한 분말소화약제를 사용하는 소화 기구임에도 내용연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과연 정상적인 기능을 가졌을지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 ▲ 김밥 가게 자동확산소화기의 제조년월은 2004년 11월로 생산된 지 20년이나 지났다. © FPN |
더 큰 문제는 자동확산소화기의 종류다. 주방화재에 적응성조차 없는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자동확산소화기는 일반화재용과 주방화재용, 전기화재용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하지만 주방화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적응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설치됐다.
게다가 용도별로 명확히 구분하는 소방용품 기술기준 규정과는 달리 설치 규정을 담은 화재안전기준에선 여전히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과거에도, 현재도 이 같은 무용지물 소화기구가 설치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면에는 기술의 부재라는 문제가 숨어 있다. 과거에는 주방화재용으로 인증받은 제품이 없었다. 그러다 2022년이 돼서야 최초의 주방화재용 자동확산소화기가 정부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소방청은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도 용도별 적응성을 명확히 하는 기준 개정이나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자동확산소화기의 성능을 고려한 설치기준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설비 역시도 문제였다. 화재 직후 소방은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장 확인 결과 음식점 주방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헤드는 개방됐다.
![]() ▲ 개방돼 있는 김밥 가게 스프링클러 헤드 © FPN |
그러나 소용은 없었다. 불길이 번진 덕트와의 거리가 적어도 1m 이상은 됐기 때문이다. 이 또한 조리대 상부 후드 탓에 방수 각도가 나오지 않을뿐더러 식용유로 발화된 불에 물을 뿌렸다간 되레 화재를 키우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즉 BYC 빌딩에 설치돼 있던 소화설비 등은 하나같이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소방청은 음식점 주방화재를 방호할 수 있는 전용 소화장치를 10년 전(2014년) 소방법상 정식 소화설비 중 하나로 도입하고 성능 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언론과 국정감사 등에서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감사원이 문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라는 이름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돼왔다. 음식점 등 대형 조리 시설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자동 감지해 경보하고 전기 또는 가스를 차단하는 동시에 화재를 진압하는 설비다. 특히 후드와 덕트 내부에도 소화약제 분사 노즐이 있어 덕트 속으로 번지는 불길을 차단할 수 있다.
소방청은 2023년 12월 1일부터 이 상업용 주방자동소화장치를 대형마트와 같은 판매시설과 집단 급식소 등 주방에 의무 설치토록 법규를 손질했다. 그러나 이번에 불이 난 음식점 같은 곳은 설치대상이 아닐뿐더러 과거 대상물이기 때문에 해당이 안 된다.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전용 소화설비의 활용 확대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화재 주범 ‘기름때’ 청소 필수인데… 전문가들 “외쳐도 안 바뀌어”
덕트 화재는 천장 속으로 연결된 환기구 라인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번지기 때문에 화재를 발견하기도, 진압하기도 쉽지 않다.
한 소방관은 “덕트 화재는 어디에서 불이 났는지 알 수가 없다”며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천장을 일일이 다 뜯어내면서 불을 꺼야 해 피해가 커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덕트 화재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덕트의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 미국방화협회 NFPA96코드(상업용 조리 시설의 방화와 환기 제어 기준)에선 주방에서의 조리 빈도수 등에 따라 청소 주기를 많게는 한 달에 한 번에서 적게는 일 년에 한 번씩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미국 등 선진국에선 덕트를 통한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해 주기적인 청소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방화협회 NFPA96코드(상업용 조리 시설의 방화와 환기 제어 기준)에선 주방에서의 조리 빈도수 등에 따라 청소 주기를 많게는 한 달에 한 번에서 적게는 일 년에 한 번씩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압수나 약제로 세척하거나 장비 등으로 직접 문질러 닦아야 하는 등 구체적인 청소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일본 소방법도 세제 등을 이용한 배기 덕트 내부 청소 등 유지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방 후드와 덕트 등의 화재 예방을 위한 기준 개념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 소방서 차원에서 음식점 등에 ‘정기적인 기름 찌꺼기 제거 등 배기 덕트 유지관리에 각별히 유념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배포하고 일부 대형 판매시설의 경우 자체적으로 청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이조차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별도의 예산을 마련해 덕트 청소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덕트 화재는 분진이나 기름 찌꺼기 등 내부 잔존물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 발생한다”며 “외국처럼 덕트 청소 규정을 시급히 도입하는 게 덕트 화재 건수를 줄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택구 소방기술사는 “30년 전부터 덕트 화재 예방을 위해선 내부 청소가 필수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바뀐 게 없다”며 “복합 건축물이 셀 수 없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덕트 청소를 의무화하지 않는 이상 화재는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화재 예방 위한 1차 방어선 ‘후드 필터’… “김밥 가게엔 없었다”
![]() ▲ 일반 가정집에 설치된 주방 후드용 필터. 이 필터는 조리 시 발생하는 기름 등의 성분이 덕트 내부에 쌓이는 걸 막는다. © FPN |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불이 난 김밥 가게 조리대 직상부엔 애초에 ‘후드 필터’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필터는 조리 시 발생하는 기름 등의 성분이 덕트 내부에 쌓이는 걸 막아준다. 여러 겹의 금속망이 결합돼 튀는 기름을 차단하고 열기는 흘려보낸다. 음식점은 물론 일반 가정집 주방에도 대부분 이런 필터가 설치된다. 그러나 BYC 빌딩 김밥 가게 후드에는 필터가 존재하지 않았다.
화재 안전을 위한 목적의 필터 설치 의무는 소방관련법인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음식점’ 주방으로만 설치대상을 한정한다. 김밥 가게처럼 휴게음식점으로 구분되는 대다수 음식점은 대상이 아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음식류를 조리ㆍ판매하는 영업으로서 식사와 함께 부수적으로 ‘음주 행위가 허용되는 곳’을 일반음식점으로 구분한다. BYC 빌딩 김밥 가게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아 ‘휴게음식점’으로 분류된다. 덕트 내 기름 찌꺼기 고착화를 막는 ‘1차 방어선’ 자체가 없었던 이유다.
서효원 한국화재보험협회 책임(소방기술사)은 “후드 필터가 없으면 기름 덩어리를 걸러주지 못하기 때문에 덕트 내부에 기름때가 많이 퇴적될 수 있다”며 “필터를 반드시 설치하고 그 필터 또한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화재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터가 설치됐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긴 힘들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서효원 책임은 “현행법상 필터에 대한 두께 등 성능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영세한 음식점의 경우 후드 모양이 제각기 달라 대부분 주문 제작한다”며 “거의 성능이 미달한 제품으로 외관상 필터의 모양만 갖추고 있지 실제 기름 덩어리를 거르는 역할은 못한다고 보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냄새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 배기에 유리하도록 필터를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곳도 많다”며 “덕트 청소 규정뿐 아니라 필터에 대한 성능과 유지관리 등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불 닿으면 ‘사르르’ 가연성 덕트… 유명무실 규정들
![]() ▲ 한 가게에 가연성 재질의 타포린 주름 덕트가 설치돼 있다. © FPN |
불이 난 김밥 가게 덕트로 쓰인 ‘타포린 주름 덕트’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타포린 덕트는 시공이 간편하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PVC를 합성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불에는 매우 취약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BYC 빌딩 화재 당시 타포린 덕트를 태운 화염이 1층 필로티 천장 EPS(스티로폼) 단열재에 착화하면서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EPS 단열재가 천장에 가득했던 것도 문제지만 이 단열재에 쉽게 불길이 옮겨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덕트의 재질이었다.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선 일반음식점 주방설비에 부속된 배출 덕트는 0.5㎜ 이상의 아연도금강판 또는 그 이상의 내식성 불연재료로 설치토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BYC 빌딩 김밥 가게는 휴게음식점에 속해 규제 대상이 아니었다. 화재 안전을 위한 필터 규정도, 덕트 규정도 모두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에 휴게음식점으로 인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곳은 20만301개소다. 이 중 얼마나 많은 음식점의 덕트가 화재 취약성을 가졌는지는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포린 덕트에 대한 화재 위험성은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여러 번 경고됐다. 박석호 전남 완도소방서 화재조사관의 ‘음식점 가연성 덕트 사용에 따른 화재위험성 연구’에 따르면 식용유 3ℓ를 넣은 냄비에서 시작된 불이 타포린 덕트로 옮겨붙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에 불과했다.
![]() ▲ 2021년 7월 2일 진행된 가연성 타포린 덕트 실험. 식용유 기름에 착화한 불은 3분 만에 덕트로 확산했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됐다. © 사진 출처 : 음식점 가연성 덕트 사용에 따른 화재위험성 연구(박석호 화재조사관) |
박석호 화재조사관은 논문에서 “스프링클러는 반자 아래에 있기 때문에 작동하더라도 천장에서 확대되는 덕트 화재를 막을 수 없다”며 “음식점 주방에는 가연성 재료인 타포린 덕트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음식점 화재 피해를 막기 위해선 덕트 재질 규정 강화와 함께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덕트 재질 규제 대상이 되는 일반음식점의 경우도 현장에서 재질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의 한 건축허가팀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덕트 재질은 설계도면에 적시된 것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면서 “건물 내부에 시공된 덕트의 재질까지 하나하나 살피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덕트 재질에 대한 관리 감독이 부실하다보니 관련 업계에선 저품질 저가 덕트를 사용하는 게 관행화되고 있다. 덕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계도면에만 덕트 재질을 표기할 뿐 허가권자들이 현장에서 검사하지 않아 일부에선 눈속임을 피해 값싼 가연성 재질의 덕트를 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있거나 없거나 제구실 못한 방화댐퍼… “신뢰성 갖춰야”
![]() ▲ 주방 환기 시설 등에 사용되는 원형 덕트용 방화댐퍼 © 국립소방연구원 제공 |
덕트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화재 확산 방지를 위한 방화구획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시급성이 강조되는 건 방화댐퍼다. 방화댐퍼는 건축물 내 공조 또는 환기설비 등의 덕트 내부로 확산하는 연기나 화염을 막기 위해 설치되는 장치다.
‘건축물의 피난ㆍ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조리 시설에 설치된 배기덕트의 경우도 방화구획 선상을 관통할 경우 이 같은 방화댐퍼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또 덕트 주위 개구부는 내화채움구조로 밀폐해야 한다.
BYC 빌딩 김밥 가게와 연결된 덕트는 1층 필로티 주차장으로 빠지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러한 필로티 벽체는 반드시 건축물의 다른 부분과 방화구획을 해야 한다. 필로티 주차장이나 건축물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 시 화염이나 연기가 상호 유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김밥 가게와 필로티 사이에 연결된 덕트에는 방화댐퍼가 있었는지조차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설사 방화댐퍼가 있었더라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불길이 넘어갔다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BYC 빌딩 화재처럼 실제 수많은 덕트 화재 사례에선 방화댐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건물이 클수록, 덕트 구성이 수평 또는 수직으로 길어질수록 방화댐퍼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구획된 공간 옆 또는 상부층으로 불길이 옮겨갈 가능성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전성호 국가화재평가원장(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은 “주방에서 발생하는 덕트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 화재와 유사하게 불길 자체가 외부에선 잘 안 보이는 특성을 보여 진압 자체가 어렵다”며 “이런 화재의 연소확대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방화댐퍼를 통해 일정 공간에 불을 가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점 덕트 화재 시 방화댐퍼 역할이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지난해 말 국립소방연구원이 방화댐퍼 설치 실효성 검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방화댐퍼가 덕트 내 유체 유동을 차단하는 등 화재 확산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22년 서울소방재난본부도 ‘덕트 화재 현장대응역량 강화 방안 연구’에서 방화댐퍼가 덕트 내부로의 화염 확산을 저지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최영, 박준호 기자 fpn0@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