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로 편성된 소방 R&D 예산에도 냉담한 업계… 왜?들러리 걱정에 판로도 불투명… 소방업계 “탁상행정 우려 커”
[FPN 신희섭 기자] = 소방청이 내년도 R&D 사업에 사상 최대예산을 편성하고 신기술 수요조사에 나섰지만 소방산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모든 과제가 지정 공모로만 추진돼 규모가 영세한 소방업체들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고 판로 대책 없는 신기술 개발은 결국 탁상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일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열린 실무회의에는 소방청과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소방산업협회, 소방산업체 관계자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8월 출범한 소방산업 수출협의회 일환으로 마련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내년도 R&D 예산은 올해보다 약 65% 늘어난 503억원 규모다. 기후위기 대응과 신종 화재진압 기술 등 5개의 신규 과제를 포함해 총 14개의 사업을 추진한다. 신규 과제는 내달 사전공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예산 확대 소식에 기대감을 안고 회의에 참석했던 소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소방청의 사업계획 설명이 끝나자 곧바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R&D 사업은 지정 공모와 자유 공모 방식으로 과제를 선정한다. 지정 공모는 정부가 미리 연구 주제를 정해 공모하는 방식이다. 자유 공모는 연구기관이나 기업이 자유롭게 연구 주제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의에 참석한 업계 A 씨는 “지정 공모 과제는 중견기업 정도는 돼야 수행할 수 있다”며 “부설 연구소조차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 소방업체들은 결국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술 개발도 좋지만 판로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업계 B 씨는 “소방용품과 장비는 형식승인과 장비인증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야 판매할 수 있다”며 “신기술을 개발해도 검인증 절차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현장 적용조차 못 하고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C 씨 역시 “신기술을 개발해도 업체 스스로 판로를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지원 정책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방청은 “그동안 소방 R&D는 소방용품이나 장비보다 시스템 개발이 우선돼 지정 공모 위주로 사업이 진행됐다”며 “자유 공모 과제 확대를 위해 3년 전부터 노력했지만 중앙정부의 기본 입장이 다른 부처 사업을 활용하라는 것이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갖춘 소방업체들이 R&D에 많이 참여가 가능하게끔 2027년 신규사업에는 자유 공모 과제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방 R&D 기술수요 조사는 오는 11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소방청은 “R&D를 제안할 때는 요령 있게 잘해주길 바란다”며 “소방산업협회 내에는 품목별 분과가 운영되고 있는데 분과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제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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