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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방시설업 허위계약의 시작은 ‘불법 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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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4/23 [13:54]

[기자의 눈] 소방시설업 허위계약의 시작은 ‘불법 도급’이다

최영 기자 | 입력 : 2018/04/23 [13:54]

▲ 소방방재신문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소방서에 제출되는 소방시설업의 계약서와 실제 계산서는 다르다”, “소방설계업을 등록해 발주자로부터 발주 받는 건축사들은 우리나라에 7개 미만이다”, “많은 건축사들이 옛날처럼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김포을)이 국회에서 개최한 ‘소방기술 분야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실제 언급된 얘기들이다. 이날 20년 넘게 소방시설업에 종사해 온 전문가들은 토론자로 단상에 올랐다. 이들은 분야에 쌓인 소방 공종의 문제점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조용선 한국소방기술사회 부회장은 “의무적으로 소방서에 제출되는 계약서와 실제 내용이 얼마나 일치하는 것 같은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사실 본인도 세무조사 받을까 무섭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냈다. 또 우리나라 최대 소방설계ㆍ감리 업체 대표이자 한국소방시설협회 부회장인 황현수 대표는 “건축사들이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고 중간 유통 마진을 챙기는 달콤한 유혹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 토론회 석상의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마치 소방시설 설계업자가 탈세라도 한다는 듯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시각이다. 소방시설업 분야에서 지적하는 계약서 문제는 불법 도급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방설계나 공사, 감리 등은 관련법(소방시설공사업법)에 따라 반드시 소방시설업자에게 도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방시설업자는 공사, 설계, 감리 등의 정식 면허를 가진 소방업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무면허 업체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의 벌금, 무면허 업체에 도급한 건축주나 발주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 법규가 지켜지지 않는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턴키로 수주한 건축설계와 감리 중 소방시설업 부분만을 떼어내 소방업자에게 도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면허조차 없는 업자가 버젓이 수주를 하고 전문 업체에 하도급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는 명백히 무면허 영업이고 불법 도급이기도 하다. 하지만 업계는 처벌규정이 있으나 없으나 변한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현행법에 따라 소방서는 소방설계와 감리 계약의 도급 적정성 확인을 위해 계약서를 확인한다. 하지만 소방설계의 경우 실효성이 없다. 제출 시기부터 모순이 있어서다.


현행법에 따라 소방설계와 감리 계약서는 감리자 지정신고 시 소방서에 제출해야 한다. 소방설계는 건축허가 이전에 계약이 이뤄지는데도 허가 단계가 아닌 공사 시작 시점에서 계약의 적정성을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이미 승인 난 설계도면에 맞춰 공사가 진행되는 시점이다 보니 조치조차 어렵다. 현실성이 없는 법이나 다름없다. 소방공사감리와 다른 설계 시점을 고려해 계약의 적정성을 따지는 시기를 건축허가동의 시점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도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들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세무조사까지 언급되며 “소방서에 제출된 계약서가 상이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바로 이 문제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건축사들이 면허도 없이 소방설계를 수주하면서도 하도급을 하는 과정에서 뻔뻔하게 마진을 챙기고 있다. 예를 들어 발주자로부터 받는 최초의 정상 용역비가 100만원이라면 50만원을 건축사가 갖고 실제 일하는 소방설계 또는 감리 업체에게 하도급을 주면서 50만원만 지불해 유통마진을 챙긴다. 제대로 된 설계나 감리가 될 리 만무하다. 품질은 고사하고 돈을 제때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소방시설업자들은 말한다.


소방서에 의무 제출하는 설계나 감리 계약서의 금액이 실제 도급 금액과 다르거나 대금 지급 주체가 상이한 게 현실이기에 세무조사 시 이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얘기가 충분히 나올 법한 구조다. 이를 탈세의 온상처럼 바라볼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설계계약서 제출 의무 규정은 그 시기부터 실효성을 잃었고 설계와 감리 모두 무면허 도급 또는 이면 계약 도급이라는 불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방공사감리와 달리 설계계약서는 건축허가동의 시점에 제출하도록 법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또 소방이라는 안전 공종의 설계와 감리가 암묵적인 불법 시장에서 연명하고 있는 현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문제만 개선되더라도 화재안전시설의 품질 확보는 물론 관련 공종의 중소기업 역시 건실함을 갖출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과도 합치하는 정책임이 분명하다.


정부가 화재안전특별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지난 17일 발표된 큰 틀의 개선과제에는 화재안전산업의 혁신과 동력을 불어 넣겠다는 계획도 포함했다. 기술과 산업의 정상화는 곧 화재안전이다. 그렇기에 부디 소방기술 공종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는지도 꼼꼼히 점검해 줬으면 한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인터뷰]
[인터뷰] “다양한 경험ㆍ조직 이해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 물결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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