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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거실 제연설비 이제는 명확히 하자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기사입력 2021/04/09 [10:39]

[이택구의 쓴소리 단소리] 거실 제연설비 이제는 명확히 하자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 입력 : 2021/04/09 [10:39]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화재가 발생하면 불꽃이나 열보다 연기로 인해 질식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제연설비는 건축물의 화재 초기 단계에서 발생하는 연기 등을 감지해 이를 배출하고 복도와 계단 등 피난 경로에 연기가 확산하는 걸 방지해 주는 소방설비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설비임에도 부속실 급기가압제연설비와 거실 제연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거다.


이런 생각이 들게끔 하는 배경은 제도에 있다. 제연설비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법만 충족시키면 되는 형식적인 설비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성능보다 설치 여부를 더 중요시하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소리다.


시설주의 정기적인 외관 점검과 성능 테스트를 기본으로 하는 ITM(Inspection Testing Maintenance) 제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으니 성능을 기대할 수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부속실 급기가압제연설비는 그간 언론과 국정감사 등에서도 회자됐고 문제가 있다는 걸 소방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다 보니 점검업체에서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쉬쉬하고 있다. 거실 제연설비 역시 사실상 무관심한 설비로 취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거실 제연설비는 소화 활동 설비로 분류돼 있지만 법률적인 기본 개념부터 정립돼 있지 않다. 일본의 영향으로 처음부터 발을 잘못 들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일본의 경우 비상 엘리베이터, 특별피난계단 부속실에서 소방관의 소화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거실 제연설비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소방관의 소화활동을 돕는 설비가 아닌 피난을 위한 설비로 사용하고 있다.


소방관이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수동스위치도 없고 부속실 방연풍속도 소방관의 활동을 고려치 않고 있으니 소화 활동 설비로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법률은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거실 제연설비의 경우 소방설비로 분류돼 있지만 소방 전용의 덕트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만만치 않다. 전용의 제연 덕트 사이즈가 일반 공조 덕트보다 크고 천정 내부 역시 각각의 덕트를 사용할 만큼 건축설계에서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현행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는 공조 설비를 화재안전기준의 제연설비기준에 적합토록 설치하고 공조 설비가 화재 시 제연기능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로 설치된 경우 제연설비 설치를 면제해 주고 있다. 소화 설비의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공조겸용 덕트와 송풍기를 인정해 주는 거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대부분 소방전용이 아닌 공조겸용 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우려스러운 건 성능 유지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연댐퍼의 경우 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제연풍량이 확보될 수 없는 저질 저가의 댐퍼가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겸용의 경우에도 화재 시 기존 공조 덕트를 완전 폐쇄해 누기손실량이 없어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 UL인증을 획득한 에어타이트(누기율)와 액츄레이타 성능을 만족하는 댐퍼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TAB다. 공조 설비의 경우 덕트에 볼륨댐퍼(VD: Volume Damper) 사용과 TAB를 통한 밸런스 조정이 불가피하다. 제연풍량이 적절하게 나오리라 기대하는 거 자체가 욕심일 뿐이다. 


결론은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는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자탐용 연기감지기는 연기가 여기저기 제연구역으로 이동해 동시에 작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므로 현재 시스템은 부적절하다.


연기 배출 방식보다 제연구획으로 연기를 가둬 확산을 방지하고 공조기는 덕트 연기감지기로 시스템을 무조건 정지시키도록 하는 것을 권장하는 방법이 대책이라고 본다.

 

이택구 소방기술사ㆍ소방시설관리사(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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