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고] 화재 피해 방지 A to Z: 감지기부터 재난대응통합플랫폼까지
최근 쿠팡 물류센터 화재를 비롯해 연이은 화재 소식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대부분의 화재가 단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무의식 중 나타나는 행동 등 사람의 부주의가 화재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감지하고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신속한 감지의 답은 신뢰성과 적응성을 고려한 맞춤형 화재감지기에서, 제대로 된 대응과 사전 방지의 답은 재난대응통합플랫폼에서 찾을 수 있다.
화재감지기는 신속한 대응의 출발점이다. 화재감지기는 사람이 없어도 24시간 내내 화재를 감시하며 화재 발생 시 초기에 관계자에게 사고를 알려 화재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관계자는 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은 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소방 관련 설비를 작동시키고 대피하도록 안내하며 관계기관에도 통보해 본격적인 소화와 구조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공간에서도 초기에 화재를 진압하지 못하고 인명과 재산 피해가 확대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화재감지기와 관련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신뢰성 문제다. 빈번한 비화재보(오작동)로 인해 화재감지기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실제 화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거나 화재감지기의 고장 방치로 화재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다.
둘째는 미흡한 재난대응플랫폼이다. 화재감지기가 정상 작동했는데도 화재수신기를 연동 정지 등 비정상 상태로 운영하거나 대응 미숙으로 인해 소화 설비가 작동하지 않아 대피 활동이 지연돼 피해가 확대되는 등 재난대응 플랫폼이 미흡하거나 정상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문제다.
경제적인 이유로 일반 화재감지기를 사용한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일반 화재감지기는 먼지 등 이물질이 내부로 유입돼 오염되더라도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감지기가 작동해도 오염으로 인한 오작동인지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빠르게 판단하기가 어렵다.
오염으로 인해 오작동이 자주 발생한다면 감지기의 신뢰도가 낮아져 실제 화재가 일어나도 오작동으로 여길 수 있고 결과적으로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 또 일반 화재감지기는 감지기가 정상 상태인지 고장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기능이 없다. 심지어 감지기를 제거해도 화재수신기에 아무런 이상 표시가 뜨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는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방치하게 될 수 있다.
일반 화재감지기의 또 다른 문제는 하나의 회로에 여러 개의 감지기가 연결돼 있어 그중 하나의 감지기가 작동했을 때 어떤 감지기가 작동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작동한 감지기를 찾으려면 직접 현장을 돌아다니며 회로에 연결된 모든 감지기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실제 감지기가 작동한 위치를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이유다.
예를 들어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된 층고 4m 이상인 창고 또는 주차장 등에는 스프링클러 하나의 방호구역(3천㎡)에 화재감지기 80여 개가 설치된다. 이때 동작 신호가 입력돼 동작한 화재감지기의 위치를 확인하려면 3천㎡에 달하는 전체 방호구역을 돌아다니며 80개의 화재감지기를 모두 확인해야 한다. 특히 창고처럼 수많은 물건이 진열돼 있거나 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더욱 어려워 소요 시간은 늘어난다.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는 일반 화재감지기의 단점을 보완한다. 가장 큰 장점은 수신기와 통신해 아날로그식 감지기가 감지한 온도, 연기농도와 이상유무 등 현재 상태 값을 화재수신기에 지속해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화재를 미리 예측할 수 있고 감지기 오염이나 고장 시 화재수신기에 통보해 사전에 점검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재 감시범위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 현장 상태에 따라 조기에 화재를 감지하도록 감지기 동작을 민감하게 조정하거나 환경 오염 정도에 따라 비화재보가 잦다면 감도를 둔감하게 조정할 수 있다.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의 또 다른 장점은 각 화재감지기의 고유 번호(address)가 있다는 것이다. 화재 발생 시 위치를 빠르게 확인하는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는 감지기마다 고유식별 번호가 있어 설치된 위치 확인이 용이해 유사시 정확한 위치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다. 평상시에도 위치에 따른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어 점검과 관리도 쉽다.
현재 화재감지기 설치 관련 기준에 따르면 30층 이상 건물은 의무적으로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LH공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강화 기준을 적용해 최근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부분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를 채택하고 있다. 소방청에서도 모든 공동주택의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 설치 의무화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
아날로그식 화재감지기로 조기 발견 역량을 갖췄다면 사전에 사건 사고를 예방하고 유사시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재난대응통합플랫폼으로 고려 범위를 확장해볼 만하다. 화재감지기가 정상 작동해 화재를 빠르게 감지하는 것만큼이나 화재 신호를 받은 후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화재를 비롯한 재난 상황에 대비해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건물이 많지만 매뉴얼에 따라 정기적으로 훈련을 시행하더라도 실제 재난 상황에선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자의 능력에만 기대서는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건축물에는 화재와 재난 발생 시 인명 안전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다양한 소방시설과 안전시설, 장치가 설치된다. 이러한 시설들은 각각 분리된 시스템으로 기본 구성돼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그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며 대용량화되고 있다. 관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한 환경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면 무수히 많은 경보와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모든 이벤트를 각각 설치된 운영시스템 상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여러 장치 각각에 대한 조치를 동시에 취하기도 쉽지 않다. 이렇게 화재와 피난 관련 설비가 개별 관리 시스템으로 관리될 경우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유기적으로 상호 연동되지 않아 개별 시스템의 성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특정 업무만 반복처리 되거나 어떤 업무는 누락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진다.
최근 주요 건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재난대응통합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재난대응통합플랫폼은 이름 그대로 화재 감시와 피난을 위한 CCTV, 출입통제, 침입방지 등 재난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통합 제어ㆍ운영한다. 화재 발생 시 발생 지점에서의 사고 내용과 사고 장소, 주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전에 구축된 표준화된 대응 매뉴얼(Standard Operation Procedure, SOP)을 구동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지시하고 수행할 수 있다.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설비를 연동하고 관계자에게 통보하며 피난을 유도하는 등 각 상황에 맞는 SOP를 적용해 대피를 신속하게 돕는다. 재난대응통합플랫폼과 빌딩 자동제어 시스템, 지능형 영상분석 시스템을 연동하면 여러 관제 시스템을 통합해 중앙센터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고 지능적으로 이상 정황을 파악해 해당 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 외부 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한 경우 즉시 상황을 공유할 수도 있다.
이뿐 아니라 자주 발생하는 오탐ㆍ오경보를 분석해 실제로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화재를 사전에 예측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화재가 발생했다면 신속한 감지와 최적화된 대응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화재로부터 반복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해당 건물 환경에 맞는 적응성 감지기 설치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적인 상태가 유지되도록 정기적인 유지관리와 유사시 최적의 대응을 위한 재난대응통합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변화를 이뤄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서병근 존슨콘트롤즈 코리아 그룹장(재난과학박사)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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