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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룩한 희생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 초석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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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 기사입력 2023/12/05 [09:42]

[칼럼] 거룩한 희생 헛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 초석 다져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 입력 : 2023/12/05 [09:42]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제주지역 한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던 20대 소방관이 불의의 사고로 순직(殉職)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2월 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9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한 주택 옆 창고에서 불이 났다. 119화재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창고 옆 주택에 있던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키고 화재 압에 나섰지만 당시 창고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이날 임성철(29) 소방관은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80대 노부부 등 주민을 대피하도록 한 뒤 곧바로 화재진압에 나서 거센 불길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다. 순직한 임 소방관은 제주한라대학교에서 응급구조를 전공하며 오래전부터 소방공무원의 꿈을 갖고 2019년 5월 경남 창원에서 첫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21년 10월 고향 제주로 돌아와 제주동부소방소 표선119안전센터에서 도민을 위해 일해 왔다.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소방관을 화마에 잃어 안타까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라며 “불길이 덮친 화재 현장의 최일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 고인의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故) 임성철 소방교에게 1계급 위인 소방장으로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전 공직자에게 근조 리본을 패용하도록 하는 등 12월 7일까지 ‘애도 기간’을 운영하고 영결식은 12월 5일 오전 10시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우리에게 허락된 삶의 시간 동안 어느 한순간도 가슴밖에 둘 수 없는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안전이며 이토록 소중한 안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초개와 같이 산화하는 사람들이 바로 소방관이다. 우리는 그 들를 위대한 영웅으로 부른다. 남을 위해 죽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불사조(不死鳥)라고 어벤저스 대신 ‘화(火)벤저스’라고도 했다. 우리는 반드시 “살려서 돌아오라” 했고 “살아서 돌아오라” 했다. 하지만 고(故) 임성철 소방장은 끝내 우리 곁에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순직하시며 꽃다운 스물아홉을 일기로 불귀(不歸)의 객(客)이 되셨다.

 

이 어찌 창자가 끊어질 듯한 단장지애(斷腸之哀)의 슬픔이 아니고 몸의 반쪽을 베어 내는 할반지통(割半之痛)의 고통이 아니며 눈물로도 달랠 수 없는 사별리고(死別離苦)의 한(恨)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참으로 원통하고 괴롭기 한이 없다.

 

“뛰면서 생각하라!” 40년 전 종로소방서 현관 대형 거울에 연두색 선명한 구호로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First in, Last out)”이라는 슬로건(Slogan) 만으로도 충분히 대변되는 소방관의 숙명(宿命)은 시작됐다.

 

첫 출근 날 “뛰면서 생각하라!”라는 구호는 많은 의문을 주었다. 왜 “생각하면서 뛰어라!”가 아닌 하필이면 “뛰면서 생각하라”일까. 답을 찾는데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을 한다.’라는 것은 인간임을 증명하기에 좋은 말이다. 매사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실수가 없다.

 

하지만 생각은 행동을 가로막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사선(死線)의 현장에서 생각(Thinking)이 앞서면 행동(Acting)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 생명을 담보로 사지(死地)와 같은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 초개(草芥)와 같이 목숨을 던지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단코 현장에서 희생만하는 하루살이의 무모함의 의미가 아니라 오직 뼛속까지 희생과 헌신으로 무장되어 생물학적 반응 수준의 Firefighter(소방관)만이 진정한 소방관이라는 의미다.

 

공동체(共同體, community)란 공간 테두리뿐만 아니라 문화, 감정 테두리를 가진 집단을 말한다. 플라톤(Platon)은 ‘국가론(Politea)’에서 공동체 속성에 대해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기쁨과 슬픔을 같이한다면 그것은 ‘연결감’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에 같은 일을 두고도 슬퍼하는 사람과 기뻐하는 사람이 양분돼 있다면 이는 분열되어 있다는 증거’라면서 소크라테스(Socrates)의 입을 빌려 ‘누군가 손가락을 다쳤다면 손가락뿐만 아니라 그의 몸 전체가 통증을 느낀다. 쾌락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한다. 이것이 ‘연대감’이고 공동체 형성의 열쇠는 바로 이 ‘연대감’에 있다. 고립되지 않는 집단의 일원으로서 나를 형성하는 생존에 관련한 삶의 조건뿐만 아니라, 주어진 그 조건에서 함께 살아가는 ‘운명 공동체’로서 감정을 공유하는 집단이다. 

 

미국의 작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사람들은 재난이 닥쳤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외부의 거대한 폭력에 맞선 공동체의 결속이 만들어 낸 미래 상태인 ‘재난 유토피아’를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태를 ‘재난 공동체’라고 새롭게 불렀다. 위기 혹은 재난 상황에서 내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그 재난을 ‘나’의 일이자 ‘모두’의 위기로 인식하는 소방관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이익을 추구하려는 본성을 가지지만 이해타산에 기반을 두지 않고 서로 협동하는 관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소방 공동체’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말한 바로 그 ‘재난 공동체’가 아닌가 생각한다.

 

소방관들에겐 공통 ‘책임자’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의 책임감은 재난을 아픔이란 통각(痛覺)으로 바라볼 줄 알고 재난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며 위기에 처한 요구조자를 살리려고 헌신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중요한 것은 재난이 아니라 재난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의 방향을 바꿀 기회를 잡으려는 투쟁이며 그것은 항상 경쟁하는 여러 이해관계와의 투쟁이다”라면서 “재난은 우리가 선잠에서 깨어나도록 충격을 주지만 우리를 계속 깨어 있게 만드는 것은 오직 ‘능숙한 노력’뿐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능숙한 노력이 뭘까. 평소 소방관이 단련하고 준비한 인명 구조와 화재 진압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소방관의 임무는 화재 진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명 구조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또한 대중매체는 소방관들을 한껏 치켜세웠지만 대다수 소방관은 적절한 통신장비나 특별한 지시 없이도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경시했다고 일갈(一喝)했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화마와 싸우다 순직하는 아픔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청에서 올 7월에 발간한 ‘2023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연도별 소방공무원 순직 및 공상자 현황은 순직 40명, 공상 6909명으로 총 6949명이 희생됐다.

 

그뿐만 아니라 소방공무원 10명 중 7명이 건강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소방공무원은 매년 의무검진으로 건강이상을 확인하지만 정밀검진까지 받는 경우는 건강이상자의 약 6%에 지나지 않았다. 해마다 건강에 문제가 있는 소방관을 쌓여가고 있지만 제때 질환을 확인하는 경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공무원 건강진단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2년 소방공무원 정기검진 실시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7%)이 건강 이상으로 관찰이 필요하거나 질병 소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0월 23일 밝혔다. 동정받는 소방이 아니라 동경 받는 소방이 돼야 함에도 출동 벨이 울리면 용수철처럼 뛰어나가 소방차를 타고 긴급출동하여 화마와 싸우다 보니 죽거나 다치거나 병들어 심지어 생명 단축에까지 이르렀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자 직종별 사망자의 평균 사망 연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 중단 평균연령은 2020년 78세, 2021년 78.8세에 이어 지난해 79.7세로, 해마다 높아가는 추세다. 그런데 직종별로는 소방직이 타 직종에 비해 평균 5년가량 일찍 사망해 연금 수급도 가장 빨리 종료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기준 ▲소방직 74.7세 ▲공안직 78.1세 ▲일반직 78.3세 ▲경찰직 78.8세 순으로 낮은 데 반해 ▲법관ㆍ검사 82.4세 ▲지도직 81.7세 ▲교육직 81.6세 순으로 높게 분석됐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10월 24일(현지 시각) 새벽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 인근에 있는 12층짜리 아파트 붕괴 사고로 10월 25일 오전 10시 현재 4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실종된 붕괴 현장을 찾은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은 구조대원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며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약간의 소방관을 더 만들었다”라는 속담을 소개했다.

 

자신을 내던져 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개발중심 성장 지상주의 시대의 압축성장과 돌격 성장으로 양적인 팽창은 이뤘지만 질적인 개선으로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수시로 변하는 수직 고층화, 지하공간의 벌집화를 이룬 지하 심층화, 지난 규모의 대형화, 재난양상의 다양화, 재난구조의 복합화로 소방관의 활동 영역은 온통 지뢰밭이다. 반복되는 판박이 소방관 순직을 막기 위한 특단 대책이 시급하다.

 

거룩한 희생 헛되지 않도록 사고 없는 안전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준엄한 명령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제복 입은 영웅들’의 고귀하고 숭고한 희생에 충분히 보답하고 있는지 반추(反芻)하고 뒤를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목숨을 바친 고결한 헌신(獻身)이 헌신짝 취급받아 선 안 된다는 함의(含意)일 것이다. 삼가 고(故) 임성철 소방장님의 영면과 함께 모든 순직 소방관님들의 명복을 빈다.

 

박종근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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