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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반복되는 소방훈련이 값비싼 대가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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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시상수 지부장 | 기사입력 2025/03/06 [13:00]

[기고] 반복되는 소방훈련이 값비싼 대가를 예방한다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시상수 지부장 | 입력 : 2025/03/06 [13:00]

▲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시상수 지부장

화재 발생과 피해 요인이 안전하지 않은 행동(인간적 요인)과 안전하지 않은 조건(소방시설 관련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화재가 발생하면 우리는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만 몰두한다.

 

화재 피해는 소방시설만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 평소 화재 초기 대응을 위한 훈련으로 대비해야 막거나 저감할 수 있다. 하지만 화재가 걷잡을 수 없는 재앙으로 이어지는 것을 반복되는 대형 화재의 참상을 통해 목도해 왔음에도 이러한 점을 쉽게 잊는다.

 

소방안전은 시설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 속에서 완성된다. 소방시설이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대응하는 사람들의 역량이 부족하면 초기 대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과 개인은 소방시설이 있으니 소방훈련은 필요하지 않다는 미온적 인식과 안일한 태도를 견지한다. 이는 결국 소방안전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기회비용을 초래한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특정 선택을 함으로써 포기해야 하는 다른 선택의 가치를 의미한다. 이 개념을 소방훈련을 통해 알아보자.

 

소방훈련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아까워 연출된 사진 몇 장으로 법적 기준을 대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결과는 더 큰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돌아온다. 실제 화재 상황에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가려는 사람, 방화문을 열고 대피하는 사람, 오염된 계단으로 가려는 사람, 소화기의 손잡이를 쥔 채 안전핀을 빼려는 사람은 물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 등 곳곳에서 어처구니없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소방훈련을 소홀히 한 대가는 결국 참혹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소방훈련을 하지 않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은 언뜻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재난이 발생하면 기회비용이 훨씬 더 커진다.

 

소방훈련의 중요성은 국제적으로도 강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방법’ 제8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은 연 1회 이상의 소방훈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실질적인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발적으로 매월 1회 이상 훈련을 진행한다. 독일 또한 ‘화재 시 소방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반복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연 1회 이상 소방훈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적 최소 기준만, 그것도 흉내만 내는 수준이어서 실질적인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소방훈련 방식의 논의는 고사하고 용도별로 차등을 두되 훈련 횟수를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연구(Kim et al., 2021)에 따르면 실전에 맞춰 소방훈련을 반복적으로 시행한 건축물은 그렇지 않은 건축물보다 초기 화재 대응 성공률이 40% 이상 높았다고 한다. 반복은 훈련을 진정 효과적으로 만든다.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를 돌이켜 보자. 교통안전규칙과 자동차를 조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활하게 운전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복되는 운전 속에 어느 순간 안전하고 자신감 있는 운전자로 변모한다.

 

마찬가지로 단 한 번의 훈련으로 화재에 대비할 준비가 된 사람은 없다. 훈련의 반복은 자동적인 반응, 자신감,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 이 능력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주저하지 않고 신속하고 본능적인 대응으로 발휘돼 우리의 안전을 확보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소방훈련을 단순한 비용이 아닌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반복하는 훈련의 땀 한 방울이 미래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추진력이 된다. 사람이 지구를 벗어나기 위해 시속 4만여 ㎞의 속도로 땅을 박차고 오르는 탈출속도(Escape Velocity)가 필요하듯 화재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와 지속적인 실천이 필수적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더 이상 오랫동안 형성된 잘못된 훈련 오류관성에 머무르지 말고 반복된 소방훈련을 통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진정한 안전을 향해 나아갈 추진력을 갖추자.

 

진정한 안전의 추진력은 결단에서 시작된다. 생명을 구하는 소방훈련을 지원하고 적극 참여하겠다는 우리의 결단 말이다.

 

한국소방안전원 부산지부 시상수 지부장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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