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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가족 지키는 ‘우리집 대피계획’… 지금 바로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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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사 정희지 | 기사입력 2025/11/24 [15:00]

[119기고] 가족 지키는 ‘우리집 대피계획’… 지금 바로 세우자

용산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사 정희지 | 입력 : 2025/11/24 [15:00]

▲ 용산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사 정희지

매년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이 시기를 맞아 다시 한번 우리 주변의 화재안전 문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주택 화재는 대부분 늦은 밤 또는 새벽 시간대에 발생하며 연기에 의한 인명피해 비율이 특히 높다. 현장에 출동해 보면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대피 방향을 몰랐다”, “연기가 이렇게 빨리 찰 줄 몰랐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화재 대피요령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우리 집 구조에 맞춘 대피 절차’를 준비해 둔 가정은 거의 없다. 그래서 불이 나면 순식간에 판단력을 잃고 매뉴얼과 전혀 다르게 움직여 위기를 키우는 경우가 매우 많다. 화재 생존의 핵심은 지식이 아니라 사전 준비, 그리고 우리 집 구조에 맞춘 개인화된 대피계획이다.

 

아파트와 빌라는 구조적 차이 때문에 대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먼저 아파트는 여러 세대가 하나의 복도와 계단을 공유하기 때문에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대피계획의 첫 단계는 ‘현관문을 열기 전 확인’이다. 문틈으로 연기가 스며들거나 문을 손바닥으로 만졌을 때 뜨겁게 느껴진다면 절대 문을 열지 말아야 한다. 문을 여는 순간 외부 연기가 집 안에 급격히 유입돼 대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복도에 연기가 거의 없다면 즉시 계단을 이용해 대피해야 한다. 승강기는 정전ㆍ연기 유입 등으로 멈춰 고립될 위험이 크므로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때 우리 집이 있는 층의 좌ㆍ우측 계단 위치를 가족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피난층이나 지상 출구가 어느 방향인지도 사전에 확인해 둬야 한다.

 

반대로 복도나 계단이 이미 연기로 가득한 경우라면 외부로 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대 내 대기’가 더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대피 공간을 미리 지정해 둬야 한다. 보통 외부 창문이 있고 구조대가 접근하기 좋은 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 방문과 현관문 틈을 막기 위한 방열(난연) 테이프를 준비해 두면 연기 차단 효과가 젖은 수건보다 훨씬 뛰어나다. 최근에는 가정용 화재대피 마스크도 널리 보급돼 있으므로 가족 수만큼 비치해 긴급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대피 공간에 휴대전화, 손전등, 물병 등을 비치해 두면 유용하다.

 

빌라ㆍ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구조가 훨씬 다양하고 계단 폭이 좁거나 피난 공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다. 또한 노후 건물은 방화문이나 자동 경보설비가 부족한 경우도 있어 초기 대응이 더 중요하다. 빌라 역시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연기가 가득하다면 즉시 문을 닫고 실내 대기가 우선이며 문틈을 난연테이프로 완전히 막아야 한다. 외벽과 접한 방을 대피공간으로 정해 창문을 통해 구조 요청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조대가 빠르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어 신호를 보내면 생존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만약 대피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계단을 통한 빠른 이동이 관건이다. 하지만 빌라는 계단이 좁아 연기가 매우 빠르게 상승하기 때문에 출구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야간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가족 모두가 반복적으로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 노부모, 장애인 등 대피에 시간이 필요한 가족이 있다면 역할을 미리 분담해 누가 누구와 함께 이동할지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위층에서 내려오기 어려운 상황을 대비해 아래층 이웃과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간단한 연락체계를 구성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부 빌라 세대에서는 비상용 간이 피난사다리를 창문 근처에 비치하기도 하는데 이는 3~5층 세대라면 대피계획에 충분히 포함할 만한 장비다. 단 설치와 사용법을 사전에 정확히 숙지하고 실제로 펼쳐보는 연습까지 해야 한다.

 

우리집 대피계획은 단순히 피난구 위치를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생활 방식과 집 구조, 대피 시간, 위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만드는 ‘맞춤형 생존 전략’이다. 먼저 가족회의를 통해 화재 시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지 정하고 자는 방 위치에 따라 어떤 동선으로 움직일지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대피 동선 방해나 예기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케이지 위치와 이동 방법도 함께 계획에 넣어야 한다. 또한 늦은 밤 귀가하는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에게도 대피계획을 공유하고 현관 근처에 비치된 비상 용품의 위치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러한 대피계획은 단 한 번 세우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시켜야 한다. 집 구조가 바뀌거나 가구 배치가 달라지면 동선이 막힐 수 있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역할 분담이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은 가족 모두가 실제로 대피 동선을 걸어보는 ‘우리집 화재대피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좋다. 훈련은 1~2분이면 충분하다. 이 짧은 연습이 위기 시 생명을 구하는 결정적인 힘이 된다.

 

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가정은 위기에서도 생존한다. ‘불조심 강조의 달’인 11월을 맞아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우리집 대피계획’을 세워보길 바란다. 10분을 투자한 오늘의 준비가 위기 순간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용산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사 정희지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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