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소방차까지 집어삼킨 이레화학 위험물 화재

김준태 인천서부소방서장 | 입력 : 2018/08/29 [13:39]

▲ 인천서부소방서장 소방정 김준태

지난 4월 13일 오전 11시 47분경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 이레화학 위험물 제조소에서 제조된 아세톤을 용기로 옮겨 담는 중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는 위험물 유출에 의한 급격한 연소로 인근 21개 업체로까지 확대돼 대응3단계까지 발령됐다. 또 소방관 1명이 다치고 소방차 1대가 소실되면서 45억에 이르는 재산 피해가 났다.

 

위험물 제조소 허가ㆍ설치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은 폴리에틸렌 용기에 수납됐던 비 위험물 가연성 액체(폐유)가 출입구와 구배가 낮은 도로 쪽으로 흘러내렸고 그 결과는 소방차까지 소실하는 피해로 이어졌다. 이는 인화성 액체의 위험성이 보여준 전형적인 사례다.

 

 

이레화학 화재의 성상과 규모적 특성을 보면 우선 화재 발생 당시 위험물과 가연물의 보유량은 아세톤 2000ℓ, 알코올류 4000ℓ, 폐유 20000ℓ, 비가연성세정제 20000ℓ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연성 용기에 수납돼 있던 대량의 유류(가연성ㆍ비가연성 46㎥) 유출로 도로까지 확대돼 화염 면적이 약 800㎡의 대형 Pool fire가 형성됐다.

 

 

이정도 규모의 화재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3석유류(유류화재)를 기준으로 소화를 위한 포 수용액량 4 lpm/㎡로 볼 때 4 lpm/㎡×800㎡≒3,200 lpm이 필요하다. 현재의 소방차 보유 폼약제 200ℓ를 3% 농도로 혼합해 10kg/㎠ 압력으로 2개 방수구 관창으로 동시 방수할 경우 분당 700ℓ를 쏟아낼 수 있다.

 

소화수 보급을 병행해 약 9분가량 방사할 수 있다고 볼 때 적정한 위치에 분산 배치된 펌프차 5대가 동시에 포를 방사하면 진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우리 소방관들은 적정한 위치와 동시 방사라는 조건충족이 여건상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여건상 진압을 포기하고 연소확대 저지와 화재제어로 전술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위험물 화재는 132건에 달한다. 이같은 사고로 85명의 인명 피해(사망 8명, 부상 77명)와 약 67억8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나타났다. 이는 인명 피해가 특히나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화재는 초기 대처가 중요하다. 특히 위험물시설은 연소확대가 급속히 진행돼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 대형화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관계인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며 전 직원이 항상 대응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대응매뉴얼은 ‘화재 발생 → 신속한 소화 시도 → 피난경보ㆍ119신고 → 위험물시설로의 확대방지 → 인접시설로의 확대방지’ 순으로 대처해야 한다. 이때 피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인화성 액체 위험물 화재의 성상을 대응방법별로 구분해보면 액상의 평면화재와 가압액체의 분출화재, 밀폐공간의 유증기에 의한 폭발을 동반한 화재, 압력용기의 가열에 의한 BLEVE(비등액체증기폭발), 대량의 유증기운 형성에 의한 VCE(증기운폭발)가 있으며 주로 산업계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화재의 유형별 특성과 대응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ool fire(개방공간의 액면화재) : 대기상에 액면이 노출된 개방탱크, Pool 또는 흐르는 액체에 착화됐을 때 발생하는 화재를 말한다. 대응방법으로 소규모 화재의 경우에는 관계인의 소방시설활용으로 소화를 시도하고 확대된 화재의 경우에는 소방대가 유면전체에 방사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한 후 수원과 포약제량을 확보하고 충분한 방출량으로 동시 방사해 폼으로 유면을 덮어 소화한다.

 

▲Jet fire, spray fire(가압액체 분출 화재) : 가압상태의 위험물 이송배관이나 가압펌프에서 액체가 분출될 때 착화된 화재다. 소규모 화재인 경우 관계인은 빨리 밸브를 차단하고 대규모일 경우 복사열에 의해 접근이 어려우므로 소방대가 분무주수로 엄호하며 접근해 밸브를 차단, 소화하는 방식의 대응방법이 필요하다.

 

▲Confined explosion(밀폐공간 폭발) : 제한된 밀폐공간에서 유증기가 공기와 혼합돼 예혼합연소에 의해 급격한 연소로 폭발로부터 화재로 진행돼 나타난다. 대응방법으로 밀폐공간 내 유증기체류가 의심되면 진입하지 말고 점화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전기장치의 작동을 하지 않으며 자연 환기시켜야 한다. 소방대는 점화원으로의 작용을 주의하면서 배풍기를 활용할 수 있고 유증기 농도 희석으로 연소범위 이하로 희석되면 안전하다.

 

▲BLEVE(비등액체 팽창 증기폭발) : 밀폐용기 내에서 과열ㆍ과압 상태의 액체가 용기 파열로 갑자기 비등해 일어나는 폭발 현상이다. 폭발 후 fire ball 형성에 의해 피해가 크며 위험물보다는 가스용기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다. 화염이나 복사열에 의해 탱크가 가열되는 것을 방지하고 소방대는 소화작업과 별도로 보호하고자 하는 위험물 탱크에 냉각주수를 실시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탱크 전표면적의 온도를 체크하며 대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VCE(증기운 폭발) : 인화성 물질의 유증기나 가스가 다량으로 급격하게 대기 중에 유출돼 증기운을 형성하게 되며 착화원에 의해 발생하는 폭발 현상이다. 대응방법으로 대량의 증기운 형성이 의심된 경우 관계인은 즉시 대피를 유도하고 이 사실을 소방대에 알린다. 소방대는 상당히 위험함을 인지하고 풍향을 고려해 작전하며 주변 점화원 제거와 풍상측 멀리서 배연차를 활용 증기운의 희석을 시도한다. 이런 형태는 위험물보다 LPG나 LNG 등 가스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물 시설은 사고 시 피해가 큰 점을 고려해 대책을 능동적(Active)대책과 수동적(passive)대책으로 구분하며 독립적이고 다중화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피해를 구분해 보면 누설에 의한 인체 환경적 피해와 화재 복사열에 의한 피해, 폭발에 의한 압력파에 의한 피해가 있다. 이들을 고려해 위험물 제조소등에서는 구조적인 대책으로 지붕의 구조 환기시설 방화벽 보유공지ㆍ안전거리 등을 두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규정시설에도 불구하고 대형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가 간과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복사열 영향은 지반의 위쪽이 위험하고 액상 위험물 화재는 지반 아래쪽이 위험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험물은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과 관리가 잘못된 경우 우리의 목숨을 앗아가는 양면성을 가진다. 원인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우리에게 있다. 화재의 발생은 가시적 발생 이전부터 오랜 시간 동안 누적돼온 요인들이 특정한 시점에 표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 가좌동 이레화학 화재는 우리 분야 관계자와 화재 진압을 수행하는 소방관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현장에서 경험한 이번 사례가 위험물시설의 관계인과 공사업종사자, 소방관 등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준태 인천서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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