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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유료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Ⅰ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0/07/20 [10:00]

‘구급차 유료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Ⅰ

부산 부산진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0/07/20 [10:00]

대부분의 대한민국 구급대원은 구급차 유료화에 대해 찬성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구급 출동에서 특별한 응급처치가 필요하지 않거나 자차 또는 대중교통으로 병원에 가도 무방한 환자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거동이 불편해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히니 구급차로 가면 빨리 갈 수 있어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의료인인 병원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조차 너무나 쉽게 119구급차를 불러 병원 간 이송을 요청하기도 한다. 경기도에서 서울까지, 경북에서 대구의 병원까지 본인들이 평소 다니는 병원이라며 한 시간 넘는 거리의 병원 이송을 요청한다.

 

이로 인해 구급대원들은 신체ㆍ정신적 과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관내 구급시스템에도 공백이 생겨 정작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응급환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응급처치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하거나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구급차가 유료화돼서 이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과연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유료 구급차, 어떻게 운영되나?

구급차 이용 시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국가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옆 나라 일본, 영국, 홍콩, 이탈리아 등이 있다. 반면 요금을 지불하는 국가는 높은 구급차 요금을 자랑하는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중국, 베트남 등이다.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보편적 의료서비스가 정착돼 병원비나 구급차 이용료가 무료일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구급차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공의료 서비스와 사회보장보험을 기반으로 부분 유료 시스템 내지는 소액 부담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과다한 비용을 환자나 보호자에게 부과하고 있진 않다.

 

그렇다면 구급차 이용 시 요금산정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국가마다 다양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택시처럼 구급차 이용 거리로 요금을 산정하거나 어떤 응급처치를 받았는지에 따라 요금이 차등 적용되곤 한다.

 

같은 국가 안에서도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 어떤 보험에 가입됐느냐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달라지기도 한다. 야간에 구급차를 이용했을 경우에는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환자 체중이 많이 나가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는 웃픈 경우도 있다.

 

미국 구급차의 요금 체계

먼저 사악한 구급차 요금을 자랑하는 미국을 살펴보자. 

 

▲ [표 1] 미국 캘리포니아주 Los Angeles County와 인근 county의 구급차 요금표(2019년 1월 1일 기준)

 

LA county BLS 유닛(EMT 2명 탑승, 한국 2급 응급구조사와 유사한 자격)이 출동해 기본적인 처치만 받았을 경우 1523달러(약 16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ALS 유닛(AEMT 또는 Paramedic 탑승한 구급대)이 출동해 전문적인 처치를 받았을 경우 2282달러(약 300만원)를 내야 한다.

 

야간에 구급차를 이용하면 24달러(약 3만원), 산소투여를 받으면 96달러(약 10만원)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구급장비를 사용하면 그만큼 추가 비용이, 만약 구급차를 불렀는데 30분 이상 대기하게 했다면 이후 30분마다 120달러의 대기요금이 발생한다.

 

탑승한 환자가 1mile(약 1.6㎞) 이동할 때마다 20달러씩 거리요금이 생긴다. 원거리 병원으로 갈수록 구급차 이용요금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구조다. 신생아ㆍ소아 중환자 구급차 등 전문적인 약물투여와 처치가 필요한 SCT Unit(Special Care Transport Unit)의 경우 간호사가 탑승한다. 이땐 기본적인 BLS, ALS 유닛보다 더 높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정부, 소방에서 운영하는 Public Ambulance 공공구급차, 우리나라의 사설 구급차와 유사한 Private Ambulance의 요금이 다르다. 일부 Rural Area 외곽 지역의 경우 Volunteer Ambulance 의용소방대에서 운영하는 구급차는 지역 사회에서의 기부금 등을 통해 무료로 운영되기도 한다.

 

이처럼 미국은 각 State, Province, county 지역에 따라 구급차 이용요금이 천차만별이라 한 형태로 규정할 순 없지만 구급차를 이용하면 비싼 요금 탓에 이용에 대한 부담이 만만찮다.

 

미국 구급차 요금, 왜 비쌀까?

[그림 1]을 보면 일부 아프리카나 동구권 국가의 경우 공공의료 시스템 같은 최소한의 사회 안전 보장제도가 운영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역시 이들 국가처럼 공공의료 시스템이나 사회보장보험 등이 모두 운영되지 않는다.

 

▲ [그림 1] 국가별 공공의료, 사회보장보험 적용

 

한국은 1963년 박정희 정부의 의료보험법을 시작으로 최소한의 의료사회보장제도가 시작됐다.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국민건강보험이 통합되면서 현재는 지역가입자나 직장가입자 모두 본인의 소득이나 재산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전 국민이 이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은 급여항목을 제외한 비급여 항목이나 수술, 입원 등 비용이 높은 항목은 보장해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OO생명, OO보험 같은 개인보험에 별도로 가입하고 있어 어떻게 보면 비용이 이중으로 지출되는 셈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국민건강보험이 없다. 개인보험만 존재한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거나 개인이 일부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인보험에 가입하게 된다.

 

이런 경우 아파서 병원에 가거나 구급차를 이용할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원비 일부만 부담하거나 구급차 이용료를 보험회사에서 지급한다. 따라서 모든 미국인이 구급차 이용 시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니다.

 

자유주의 국가의 최고봉에 있는 만큼 개인보험 가입도 의무화가 아니라 본인의 선택에 맡긴다. 내가 아플 때만 병원에 가서 병원비를 내고 필요할 때만 구급차를 이용한 후 이용료를 낸다. 만약 내가 아프지 않고 구급차를 탈 일이 없다면 매월 지출되는 보험료를 낼 필요도, 다른 아픈 사람을 위해 피 같은 내 돈을 낼 필요도 없다.

 

반면 안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한 파트타임 워커나 불법체류자, 하층민, 유학생 등은 보험에 가입하고 싶어도 비싼 보험료 때문에 가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구급차를 이용하면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 이상 부과되는 요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구급차를 부를 수 없다. 이는 곧 제 때에, 제대로 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미국 외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다른 많은 국가 역시 구급차 이용 시 요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미국처럼 과다한 요금을 부과하진 않는다. 대부분 국가의 구급차 시스템을 ‘일부 유료화’ 또는 ‘사용자 소액 부담’ 제도라 칭하겠다.

 

▲ [표 2] Ambulance costs in Canada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의 예를 들어보자. 캐나다 역시 구급차 이용 시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본인이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 긴급인지, 비응급 환자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구급차 요금이 부과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주(British Colombia Province)의 경우 병원으로 이송되면 80달러, 현장처치만 받으면 5달러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앨버타 주(Alberta Province)는 병원 이송 시 385달러, 현장 처치 시에는 250달러를 내야 한다.

 

온타리오 주(Ontario Province)는 응급처치가 필요하면 45달러, 응급처치가 불필요하면 240달러가 발생한다. 퀘백 주(Quebec Province)는 기본 125달러 요금에 1㎞ 거리마다 택시처럼 1.75달러의 추가 요금이 누적된다. 

 

이처럼 캐나다도 지역이나 상황, 개인보험 등에 따라 다양하게 구급차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수백만원의 비용을 청구하진 않으므로 일반 국민이라면 긴급상황 시 큰 부담 없이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다.

 

부산 부산진소방서_ 이재현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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