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주택 화재는 그 어떤 재난보다 가까이에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체 화재건수의 40%, 사망자의 80%가 주택에서 발생한다. 주택 내 인명피해 비율은 상업시설이나 공공시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단순히 소방관의 출동만으로는 모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건 힘들다.
화재 발생 ‘초기 5분’, 그 골든타임에 가장 효과적으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단독ㆍ다세대ㆍ다가구주택 등 일반 주택과 아파트, 기숙사를 제외한 공동주택에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ㆍ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우리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다.
소화기와 감지기 설치는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천장에 나사못 두 개만 고정하면 된다. 설치하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소화기도 거실이나 주방 벽면 등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고 그 위치를 잘 기억하면 된다.
비용 또한 부담스럽지 않다. 감지기 한 대는 1만원 내외, 소화기 한 대는 2만원 수준이다. 3만원 미만의 비용으로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값진 투자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택용 소방시설이 인명을 구한 사례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에서 소화기를 통해 불이 조기 진압되거나 야간에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울려 피해자가 피난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소방은 자치단체, 지역사회와 협력해 설치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저소득층ㆍ노약자ㆍ장애인 가구를 우선 대상으로 무상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관심이다. 화재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집에, 부모님의 집에 감지기와 소화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설치된 감지기가 정상 작동하는지, 소화기의 위치를 알고 있는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모든 안전은 준비와 예방에서부터 시작된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초기 1~2분 사이 대응 여부가 피해의 규모를 좌우한다. 거창한 준비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벽 한 쪽에 소화기 하나, 천장에 감지기 하나 설치하는 작은 준비만으로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이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다. 오늘 집에 돌아가 우리 집에 구획별로 감지기가 있는지, 소화기가 있고 설치 위치를 알고 있는지, 사용법을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없다면 지금 바로 설치하길 바란다. 화재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피해가 줄어든다. 지금 당장 우리 집의 안전을 점검하는 5분이 화재로부터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마포소방서 예방과 소방위 안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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