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과 들에서 나는 제철 나물을 찾는 손길이 많아진다. 향이 좋고 입맛을 돋운다는 이유로 직접 캐거나 이웃끼리 나눠 먹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봄철 산나물은 계절 음식이기 전에 먼저 확인이 필요한 야생식물이다. 최근 경북 영양군에서는 주민 6명이 산나물을 넣은 라면을 함께 먹은 뒤 어지럼증, 구토, 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이 사례는 봄철 산나물 섭취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봄철 산나물 사고는 대개 세 갈래에서 시작된다. 첫째는 독초를 산나물로 잘못 알고 채취하는 경우다. 둘째는 먹을 수 있는 나물이라도 조리법을 지키지 않고 섭취하는 경우다. 셋째는 정확한 종류나 채취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남이 준 나물을 먹는 경우다. 실제로 식약처와 산림청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독초 등을 섭취하고 복통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한 사례는 41건이었고 이 가운데 33건이 3월부터 6월 사이에 신고됐다. 봄철에 사고가 집중되는 이유는 꽃이 피기 전에는 잎이나 뿌리만으로 식용 여부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겉모양이 비슷한 식물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식용 나물인 곰취는 독초인 동의나물과 혼동되기 쉽고, 원추리는 여로와, 산마늘은 박새와 헷갈리기 쉽다. 향, 잎의 털, 주름, 잎 배열 같은 차이를 모르면 현장에서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다. 더구나 싹이 막 올라오는 시기에는 경험이 있는 사람도 착각할 수 있다. “예전에 먹어봤다”거나 “누가 괜찮다고 했다”는 수준의 기억으로 채취해 먹는 것은 안전기준이 아니라 위험의 시작이다.
식용 산나물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할 수도 없다. 식약처는 원추리, 두릅, 고사리 등 일부 산나물은 식물 고유의 독성 성분을 미량 함유할 수 있어 충분히 데쳐 먹어야 한다고 안내한다. 특히 원추리에는 구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콜히친 성분이 있어 성장한 잎보다는 어린 잎을 충분히 익혀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먹을 수 있는 나물”과 “아무렇게나 먹어도 되는 나물”은 전혀 다른 말이다.
따라서 봄철 산나물 안전 수칙은 단순하다. ▲정확히 아는 것만 채취할 것 ▲이웃이나 지인에게 받은 나물도 종류와 출처를 확인할 것 ▲식용 나물도 데침과 삶기 등 기본 조리 과정을 지킬 것 ▲복통, 구토, 어지럼증, 마비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버티지 말고 즉시 병원을 찾을 것이다. 이때 남은 나물이나 음식물을 함께 가져가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봄 산나물은 향긋하고 반갑지만 자연에서 바로 온 식재료라는 이유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특히 채취 단계에서 한 번, 조리 단계에서 또 한 번 확인하지 않으면 한 끼 식사가 곧바로 응급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봄철 산나물은 제철 음식이기 전에 구별과 조리가 필요한 야생식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계양소방서 작전119안전센터 소방위 김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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