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PCB 코팅이 없다?”… 공개 시험대 오른 간이스프링클러 부실 인증 논란현장서 시작된 특정 업체 의혹에 논란 확산… 업계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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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기방지 조치 부실 의혹이 제기된 A 사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공개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 최영 기자 |
[FPN 최영 기자] = 특정 업체가 제조한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부실 인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소방용품 인증 기관인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KFI)이 공개 시험에 나서는 일이 벌어졌다. 실험을 통해 인증 과정의 부실성이나 기능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업체 간 형평성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업계에서 특정 업체 제품이 법적 인증 기준과 다른 구조로 유통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의 핵심은 A 사가 제조한 제품이 법 기준에서 정한 ‘습기방지 조치’ 없이 유통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캐비닛(함체) 안에 수조와 펌프, 제어장치 등 스프링클러설비 필요 구성요소를 일체화한 시스템이다. 일반 스프링클러설비보다 헤드 방수량이 적지만(일반: 1분당 80ℓ, 간이: 1분당 50ℓ) 노인요양원이나 고시원, 산후조리원, 입원실 보유 의료시설 등 화재 취약 장소에 의무 설치된다.
특히 과거 고시원과 산후조리원 소급적용에 이어 올해 말까지는 바닥면적 합계 600㎡ 미만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이미 건축이 완료된 곳이더라도 반드시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갖춰야 한다.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상수도에 직결하거나 수조, 펌프 등을 이용해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모든 구성요소가 캐비닛 안에 들어간 패키지 형태의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는 별도 기계실이나 수조 공간이 필요 없고 비교적 설치가 간편해 활용도가 높다.
이 같은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기능 부실 논란은 꾸준한 수요와 맞물리며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행여나 문제가 사실일 경우 국민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장에서 불거진 논란… 업계로 일파만파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이번 논란은 실제 설비를 시공한 현장에서 처음 불거졌다. 소방공사업자의 제품 수리 문의 과정에서 업체별 비용 차이가 이상할 정도로 크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계기다.
현행 기준에 따라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에 반드시 들어가는 제어부(인버터) 내 인쇄회로기판(이하 PCB)은 습기 침투 방지를 위해 표면을 코팅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독 A 사 제품만 코팅이 안 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방시설 전문 시공업자 이모씨는 “여러 업체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구입해 현장에 적용 중인데 시공 현장 제품에서 기능 이상이 나타나 수리를 문의했더니 제어부를 수리하려면 무조건 제어부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확인해보니 얼마 전 기준이 변경되면서 내부 PCB를 코팅해 부분 수리가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모씨는 “그런데 특정 업체 제품은 제어부 회수 조건으로 저렴하게 수리가 가능했다”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여러 제품 PCB를 비교했더니 회수 방식 수리가 가능하다는 특정 업체 제품만 PCB에 코팅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렇게 확인된 미코팅 PCB 논란은 이모씨 문의 과정에서 관련 업계 전체로 일파만파 확산했다. 업계 내에선 해당 업체 제품을 두고 “법 기준을 지키지 않은 성능 미달 제품이 어떻게 유통됐나”는 의혹이 나왔다.
“습기방지 구조여야 하는데”… 코팅 안 된 이상한 PCB
소방청은 지난 2024년 8월 26일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성능인증 기준’을 강화하면서 ‘PCB에 부착된 부품 또는 인쇄회로와 연결된 부품연결 단자 주위에는 습기 등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했다.
화장실이나 건물 내 구석진 장소, 창고 등 취약 공간에 들어서는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설치 환경 특성을 고려해 도입한 규정이다.
기준 개정에 따라 과거 인증을 획득했던 업체 모두 개정 6개월이 지난 시점인 2025년 2월 25일까지 제품 구조를 변경해야만 했다. 그간 제품 방습조치를 하지 않았던 업체들은 PCB를 코팅해 인증 변경을 완료했다.
논란이 된 A 사는 당시 PCB에 대한 특별한 코팅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업체 제품은 제어부 내부에 여러 장의 PCB가 들어가는 형상을 갖췄다.
제어부를 분리해보면 외부에 노출되는 PCB 1장과 방열판(전자부품이나 기계장치에서 열을 외부로 방출해 온도를 낮추는 부품)으로 3장의 PCB를 감싸고 있는 독특한 구조다. 이 중 노출된 PCB 1장은 코팅을 했지만 방열판 내부에 위치한 PCB 3장에는 코팅이 없다.
![]() ▲ A 사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의 제어부 내부 PCB는 다른 업체들 제품과 달리 방열판 내부에 위치한 PCB들이 코팅되지 않은 게 확인된다 © FPN |
업계 내에선 다수의 PCB가 코팅되지 않은 것 자체가 기술기준을 어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미코팅 PCB 구조를 가진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가 과연 성능인증 기준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인증 당시 제품과 실제 유통 제품 구조가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논란은 더 커졌다.
이 같은 민원은 KFI에 정식 접수됐다. 이후 KFI는 현장과 제조사, 실무부서 확인을 거치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달 16일 해당 민원에 대해 ‘인증 이후 임의로 변경된 사실이 없고 관련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민원인에게 회신했다. PCB 일부를 코팅하지 않은 건 맞지만 ‘습기방지조치를 적용한 구조’여서 문제 될 게 없다는 해석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제품은 모두 PCB를 코팅한 구조로 인증받았음에도 유독 A 사만 코팅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 관련 문제 신고 민원인에게 회신한 공문 내용 © 최영 기자 |
“문제없다”는 KFI 입장 들어보니…
취재 과정에서도 KFI는 A 사 제품 미코팅 PCB가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기술기준에서 제시한 습기방지 조치 3가지 중 PCB 코팅은 하나의 방식일 뿐 무조건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2024년 8월 도입된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성능인증 기준에는 ‘PCB에 부착된 부품 또는 인쇄회로와 연결된 부품연결 단자 주위에는 습기 등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 ▲ 2024년 8월 26일 도입된 인쇄회로기판(PCB) 습기방지 조치 관련 규정 © 최영 기자 |
세부 시험 기준을 제시하는 시험세칙에선 이 같은 습기 방지조치 방법으로 ▲PCB 코팅 ▲방수구조 ▲PCB와 외함 사이 가스켓 부착 등을 제시한다. A 사가 PCB 코팅을 하지 않았지만 구조로써 습기방지 기능을 갖췄다는 게 KFI 해석이다.
KFI에 따르면 습기방지 조치 기능 여부는 기준 개정 당시 함께 도입된 ‘온ㆍ습도시험’을 통해 판별한다. 온ㆍ습도시험은 PCB가 포함된 제어부에 전압을 인가한 상태로 일정 온도와 습도를 정해진 시간 동안 적용한 뒤 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압 인가 상태 제어부를 시험장치에 넣고 ▲25±3℃ 상대습도 60%에서 일정 시간 ▲55±2℃ 상대습도 90%에서 일정 시간 등 정해진 온ㆍ습도 환경에서 총 31시간을 방치한 뒤 기능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 ▲ 습기방지 조치 확인을 위해 준용하는 온ㆍ습도 시험 기준 ©최영 기자 |
공개 성능검증 요구 수용한 KFI… 시험해봤더니
KFI와 업계 시각이 엇갈리며 결국 PCB가 코팅되지 않은 A 사 제어부가 기술기준에서 제시하는 온ㆍ습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KFI는 기준 개정 이후 A 사 제품 온ㆍ습도 성능 확인을 거쳤다는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A 사는 지난해 2월 성능인증의 경미 변경을 완료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PCB가 코팅되지 않은 상태로 온ㆍ습도 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을 강하게 내비쳤다.
<FPN/소방방재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A 사 제품 성능검증을 위해 지난 4월 23일 KFI 측에 공개 시험을 공식 요청했다. KFI 인증 체계 부실성 여부와 A 사 제품의 습기방지 기능을 실증하기 위해서다.
결국 공개 시험에 응하기로 한 KFI는 4월 29일로 시험 일정을 확정했다. 이 공개 시험은 현장에 실제 설치됐던 A 사 제품의 제어부 1개를 수거해 시료로 사용하고 해당 제조사가 직접 가져온 제품 1개를 더해 총 2개 제어부를 대상으로 온ㆍ습도 시험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29일 오전 9시부터 진행된 공개 시험에는 A 사 제품의 습기방지조치 성능에 의구심을 갖는 제조사 두 곳과 <FPN/소방방재신문> 기자가 함께 참여했다.
온ㆍ습도 시험에 걸리는 시간은 31시간. KFI 측에 이 시간 동안 실험실에 기자가 직접 상주하는 방안을 요청했지만 야간 시간대 시설 보안을 이유로 거부했다. 대신 시험장치 상시 감시가 가능하도록 실시간 확인용 CCTV를 기자가 직접 설치하고 시험 전 과정을 영상으로 녹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CCTV 영상은 공개 시험을 참관하는 업계 관계자에게 실시간 공유되도록 하고 누군가 접근 시 경보도 울리도록 조치했다.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 30분 온ㆍ습도 시험이 종료됐다. 기술기준에서 정한 대로 시험기에서 꺼낸 제어부를 1시간 실온 방치 후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 본체에 연결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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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기준에 따라 상용전원과 비상전원 상태에서 제어부 작동 여부를 검사한 결과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사 제품의 실제 성능 유무를 더욱 명확히 확인하자는 업계의 요청이 있어 간이스프링클러설비 최대 작동시간인 10분간 방수하는 테스트도 추가 진행했다.
시험 결과는 ‘정상 작동’. 관련 기준에서 제시한 온ㆍ습도 시험을 거친 뒤 방수시험까지 진행했지만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의혹 해소에도 여전한 형평성 논란… 해법 마련될까
A 사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설비를 두고 시작된 논란은 공개 시험 결과를 통해 일단락됐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제품의 구조적 특성 차이로 인해 업체 간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형평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기준 변경 당시 PCB를 코팅하지 않는 방법이 가능했다면 무조건 코팅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분명히 KFI에서 무조건 코팅해야 한다는 식의 안내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PCB를 코팅하지 않은 상태로 인증을 받더라도 성능 구현이 가능했다면 제품 제조는 물론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불리한 코팅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PCB 코팅이 방습 구조에서 뛰어난 성능과 안전성을 갖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제어부 기능 이상 시 PCB 부분 수리가 원천 봉쇄된다는 점이다. 반면 코팅하지 않았을 땐 부분 수리 또는 회수 활용 등 사후관리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이는 곧 캐비닛형 간이스프링클러 사후관리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기는 일이 된다.
게다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코팅된 PCB에 예기치 못한 이상이 생겼을 때 재생산을 하려면 전체 기판을 교체해야 하기에 소요 비용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관련 시장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PCB를 코팅해야 한다는 KFI 지도에 순응했다는 업계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 취재 과정에서 문제를 주장하는 관련 업체들에게 당시 지도를 받았던 문자 메시지나 상담 이력, 이메일 등 관련 증거 자료를 요청했지만 이를 제시한 업체는 없었다.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지도는 대부분 구두 상담 과정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부실 인증 또는 제품 성능 미달 논란은 공개 시험을 통해 해소됐지만 PCB 코팅 유무에 따라 시장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형평성 논란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이와 관련해 KFI 측은 “오는 12일 관련 업계와 회의를 진행해 기술적 현안을 재점검하고 업계의 애로를 청취할 계획”이라며 “제품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과 함께 형평성 확보 방안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