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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멈출 줄 모르는 제연설비 부실 논란… 왜?

- “모든 게 부실하다” 끊이지 않는 제연설비 부실론
- 소방 전문가들 “제연설비 답 한가지는 아냐” 반박
- 진정성 의심받는 제연설비 부실론, 그 배경은?
- 소방기술 분야 제도 견인 못하는 소방청도 문제

최영 기자 | 입력 : 2018/06/11 [11:01]

▲ 제연설비가 설치된 공동주택에서 연기발생기를 이용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 최영 기자

 

국내 제연설비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분야 관계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최초 문제를 제기한 인물과 특정 업체, 언론 등의 얽히고설킨 관계 탓이 크다. <FPN/소방방재신문> 취재 결과 이 같은 시선이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초 문제를 제기한 전 새한공조의 원모 대표는 제연설비의 부실성을 주장하며 총체적인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대표적인 건 현재 제연설비가 화재층을 구분하지 못해 실제 화재 시 위험하다는 주장과 현재 소방 엔지니어들의 설계 신뢰성 문제, 제연설비에 적용되는 댐퍼 재질 문제 등으로 압축된다.


원모 전 대표는 이 같은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특정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연설비의 부실 논란은 제기된 문제점의 본질보다는 관련 기술에 따른 이득을 쫓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는 게 분야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사안들 모두 특정 업체 U사의 기술들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불안정한 제연설비로 빚어지는 부실 논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FPN/소방방재신문>은 이어지는 제연설비 부실론의 쟁점과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 등을 집중 취재했다.


제연설비 부실론, 그 실체가 궁금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연설비의 부실 논란은 부속실 제연과 거실 제연설비를 가릴 것 없이 총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거실 제연설비의 경우 일반 공조시설과 공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신뢰성 측면에서는 대다수의 엔지니어들이 ‘취약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으는 게 사실이다.


특히 제연설비의 설계도서를 검토하고 건축공사 종료 시점에서 풍량과 풍속, 차압 등을 측정 또는 조정해 제연설비가 적합한 성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T.A.B(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 자체가 보편화돼 있지 않은 현 상황에서 거실 제연설비가 실제 화재 시 얼마나 큰 실효성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만큼은 분야 관계자들 대다수가 쉽게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는 앞으로 제연설비의 안정화를 위해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지만 공동주택(아파트) 등에 주로 적용되는 부속실 제연설비의 경우 최근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최근 나타나는 제연설비 논란도 이 같은 공동주택 제연설비가 주 타깃이 되고 있다.

▲ 급기가압 제연설비가 설치되는 공동주택(아파트)     © 최영 기자


화재층 구분 못 하는 제연설비? = 부속실 제연설비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현재의 모든 제연설비 자체가 화재층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최초 문제를 제기한 원모 대표는 화재 시 제연설비가 화재층을 구분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더욱이 관련 법 규정인 화재안전기준에서 방연풍속은 연기유입을 방지하는 풍속으로 명시돼 있기에 화재층 먼저 연기를 제어해야만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제연설비의 성능시험으로 간주되는 T.A.B 과정에서는 고층일지라도 최대 2개 층에서 3개 층 정도까지 문을 개방한 상태로 시험(방연풍속 등)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다른 층의 문이 열릴 경우에는 실제 화재 층에 적정한 풍량을 확보할 수 없어 위험하다는 게 원모 대표 주장이다.

 

▲ 아파트에 설치된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 댐퍼     © 최영 기자

하지만 소방기술사 등 엔지니어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현행법상 부속실 제연설비에 적용되는 급기가압 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T.A.B를 수행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험방법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설정된 것이기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급기가압방식의 제연설비는 유사시 화재가 발생된 층에서 먼저 피난할 것을 감안해 해당 층과 추가 층까지 개방해 시험하고 있고 이는 T.A.B를 통해 얼마든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 제기자인 원모 대표는 각 층마다 발생되는 과압을 릴리프 댐퍼로 빼내 주고 화재 발생 층에만 댐퍼를 열어 보충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제연설비의 불안정성이 있다면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관련 엔지니어들은 해당 기술은 하나의 방법일 뿐 현재의 설계나 적용 방법으로도 여러 형태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특정 기술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소방기술사 등 관련 엔지니어들은 현재 운용되는 법규상의 기준은 기술적인 접근 시 필요한 일정 수준으로 최소한의 안전 보장을 위해 설정한 것이기에 기술의 근본을 문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제연설비 설계와 검증? = 원모 대표 등 제연설비의 부실론을 제기하는 관계자들은 제연설비의 설계 과정과 검증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에 대해서도 문제 삼고 있다.

 

현행법상 제연설비는 소방기술사와 같은 전문가만이 설계할 수 있다. 이 같은 설계나 검증 결과물을 토대로 건축물의 준공 승인 또는 허가동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방건축 담당공무원이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완공처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재 성능위주소방설계 등에서 활용되는 콘탐(Contam)이라는 제연설비 검증 프로그램과 제연설비 적용 과정에서 사용하는 엑셀 형태의 설계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를 삼고 있다. 콘탐은 제연설비의 설계를 검증하는 공기유동 해석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분야 내 소방기술사들은 콘탐의 경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제연설비 성능검증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설계자가 적절한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기술자의 몫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또 설계 프로그램은 그 특성상 다양한 시나리오를 설정하지 못하고 지정된 값의 계산을 해주는 도구이기에 프로그램을 탓하기보다는 법규에 따른 강제적 제연방식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화재안전기준 어긴 알루미늄 댐퍼 =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는 현행법(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는 댐퍼의 재질 문제다. 해당 기준에서는 댐퍼의 재질을 두께 1.5mm 이상의 강판 또는 이와 동등 이상의 강도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건축물 현장에서는 알루미늄 재질이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 실제 건축물에 설치된 제연용 배출댐퍼     © 최영 기자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들의 의견도 각기 다르다. 배기댐퍼가 설치되는 장소에 따라 문제성 여부가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댐퍼의 재질은 법규상 정해진 수준을 반드시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축법상 방화구획에 해당되는 곳의 경우 반드시 관련 규정(건축물 피난ㆍ방화 기준에 관한 규칙)에 맞춰 1.5mm 이상 철판 재질을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쪽에서는 배출댐퍼는 재질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부속실 속에 설치되는 자동차압ㆍ과압 조절형 댐퍼의 경우 알루미늄 재질일지라도 문제될 수 없다는 시각을 보인다.


분야 관계자들은 이 같이 분분한 의견이 이어지는 원인으로 모호한 법 규정을 지목한다. 현행 제연설비의 화재안전기준과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 댐퍼의 성능인증 기준에서 각기 다른 재질을 허용하는 것이 논란의 근원지라는 지적이다.


현행 화재안전기준에서는 댐퍼의 재질을 1.5mm 이상 강판 또는 동등 이상의 강도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같은 수준 고시인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 댐퍼의 성능인증 기준에서는 알루미늄이나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규정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시급한 상황이다.

 

▲ 전실 내부에 설치돼 있는 자동차압ㆍ과압조절형 댐퍼     © 최영 기자


또 댐퍼 재질 문제는 건축법상(건축물 피난ㆍ방화 기준에 관한 규칙) 방화구획이 필요한 곳의 적법성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한 문제 해소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진정성 의심받는 제연설비 부실론


화재 시 연기를 제어하기 위한 제연설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논란을 빚어왔다. 제연설비 특성상 시스템의 실패를 부를 수 있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는 방화문의 개방 상태나 틈새부터 설계 또는 제품의 부실 등 방대한 범주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 실제 지난해 9월 국회 박남춘 의원실과 본지가 함께 신축 건물의 제연설비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무전기 전자파해 의해 오작동하는 댐퍼 문제와 제연 송풍기가 작동했을 때 댐퍼가 개방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만큼 제연설비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항상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최영 기자

최근 제기되는 제연설비의 부실론 역시 제연설비의 각 제품을 비롯해 설계나 검증 과정, 소방시설점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로 분류되는 소방기술사들도 제연설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행 법규의 보완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연설비의 총체적 부실성이 거론되는 이번 논란에 대해서는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따가운 눈총이 이어지고 있다. 특정 기술을 법에 반영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는 시각이다.


해당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원모 대표와 모 언론사, 그리고 제연설비 업체 U사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제연설비 부실론의 제기 배경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우선 세계 최초로 통신제어 급기가압 제연시스템과 제연 설계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U사의 경우 제연설비 제품을 비롯해 제연설계와 시공, T.A.B, 제연설계성능검증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전문 기업임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특히 ‘화재층과 비화재층을 구분해 방연풍량을 공급하는 스모콘형 자동차압 과압조절장치, 철재 에어타이트 댐퍼 등 각종 댐퍼류를 생산하고 제연설비의 설계프로그램을 비롯한 설계검증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최근 문제가 제기되는 내용과 모두 맞아 떨어지는 기술들이다. 부연하면 최근 거론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제품과 기술인 셈이다.


취재 결과 이 U사에는 최초 문제 제기자인 원모 대표의 친아들이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모 대표는 “해당 기업(U사)에 주식을 가진 것도 없고 아들은 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라며 “업체를 경영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업체에서 일하는 원모 대표 아들 명함에는 ‘구 새한공조’(원 씨의 과거 회사)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U사가 보유한 제연설비 관련 특허와 실용신안 등은 원모씨 아들의 소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모 대표 주장을 기반으로 전국 소방기관과 제연설비 시공현장, 소방청 등에 앞장서 문제를 제기해 온 아파트분야 모 언론사 편집인은 최근 소방전문 인터넷뉴스를 창간했다. 그런데 이 인터넷뉴스 사업장 주소가 U사와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당 인터넷뉴스 관계자에 따르면 최초 문제 제기자인 원모 대표는 최근 이 신문사의 부사장으로도 취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사가 기업과 함께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해당 인터넷뉴스 편집인 김모씨는 “(본인이) 왜 대답을 해야 하냐”며 즉답을 피했다.


언뜻 보더라도 쉽게 이해 못 할 이들의 구조적 관계는 제연설비 부실론의 진정성을 의심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소방기술 분야의 한 관계자는 “제연설비의 안정화는 특정 기술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현재의 기술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분야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 반영하는 것이 합당하지, 이견이 큰 문제를 제기하면서 특정 기술만이 무조건 답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제연설비 부실문제를 제기하는 원모씨의 경우 “세월호 사고 후 최초 개발자로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모 언론사 김모 편집인은 “아파트 입주자 등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술제도 못 이끄는 소방청도 문제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소방 분야의 기술 변화에 대비한 체계 부족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도적 기반으로 형성된 소방관련 기술의 변화나 발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가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건축물의 화재안전기술과 직결된 다양한 기술이 개발 또는 변화되고 있지만 제도 변화는 탄력적이지 못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실제 무선 통신 방식의 화재감지 기술이나 다양한 형태의 피난시설, 소화시설 등 틀에 박힌 법규나 기준으로 인해 상용화조차 못되는 기술도 많다. 게다가 소방관련 법규에 따라 강제 설치되는 소방시설의 특성상 법적 유권해석을 통해 이득을 취하거나 영업을 위한 제도적 환경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소방기관 입장에서는 관련제도를 관장하면서도 이어지는 기술 관련 민원과 논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행정력을 낭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개발됐을 때 관련 기술 등을 정식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루트도 부실하다. 소방청은 지난 2010년 소방신제품 설명회라는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참가 업체 등이 기술 설명을 하고 소수의 심의위원이 결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심의 결과에 따라 신청자의 불만이 고조되는 등 잡음을 낳기도 한다.


분야의 한 관계자는 “각종 법규에 따라 세부적인 기술사항까지 정하고 있는 소방기술 분야는 제도의 특성상 탄력적인 반영이나 개선이 힘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민원만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길로 인식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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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8 소방 방재 기술 산업전, 눈에 띄는 기업과 I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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