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의 이해와 대응- ⅠESSㆍ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동력ㆍ시설 사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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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공통 대응 프레임
1. 주요 용어와 개념 정의
1)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관련 핵심 용어 정의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는 단일현상으로 종료되지 않는다. 가스 방출과 점화, 화재, 폭발, 재점화 등의 위험이 사고 전개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나타나고 상호 복합되는 특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문용어들은 단순한 기술적 표현이 아니라 사고의 현재 국면과 잠재적 위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 언어에 해당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를 해석하고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용어만 선별해 제시한다. 이 용어들은 특정 장비나 시설에 종속된 개념이 아니라 사고 유형과 공간 조건이 달라지더라도 공통 적용되는 사고 판단 기준어로 기능한다.
이번 호에서 제시되는 용어의 정의를 숙지함으로써 이후 설명되는 사고 전개 구조나 위험요인 분석, 대응 판단 원리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사고현장에서도 동일한 기준과 언어로 사고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다.
(1) 배터리ㆍ구조 단위
① 이차 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LIB, Secondary Lithium-ion Battery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왕복 이동하며 충ㆍ방전을 반복하는 충전식 전지다. 현재 고에너지 저장이나 공급 시스템의 핵심 에너지 저장 기술로 사용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우수한 출력 특성을 지녔지만 현재까진 열폭주(Thermal Runaway)라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다. 현행 설계ㆍ소재ㆍ진단 기술은 셀 내부 열화, 국부 손상, 잠재적 내부 단락을 사전에 완전히 식별하거나 제거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향후 소듐(나트륨)이온 배터리 등 유사 구조의 차세대 이차전지가 개발ㆍ적용될 가능성은 존재하나 현재의 산업 구조와 인프라 여건을 고려할 때 리튬이온 배터리는 상당 기간 주요 고에너지 저장 기술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선택지에 해당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순한 전원 장치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화재ㆍ폭발ㆍ유독가스 위험을 동시에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 에너지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또 이후 모든 사고 전개ㆍ대응 판단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② 배터리 셀ㆍ모듈ㆍ팩ㆍ랙 Battery CellㆍModuleㆍPackㆍRack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본 구조 단위다. 열폭주나 사고 전파가 단계적으로 확산되는 핵심 계층 구조를 이룬다. 이 매뉴얼에서는 이 네 단위를 개별 부품으로 분리해 이해하지 않고 사고 전개의 ‘전파 경로(Propagation Structure)’로 통합해 이해한다.
• 배터리 셀 Cell
리튬이온 배터리의 최소 단위 에너지 저장체다. 열폭주는 구조적으로 셀 내부에서 최초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셀 단위 사고는 인접 셀이나 상위 구조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으며 전개 기점이 되는 핵심 위험 단위다.
• 배터리 모듈 Module
다수의 셀을 직렬ㆍ병렬로 구성한 중간 구조 단위다. 냉각장치와 센서, 차단 기능이 결합된다. 모듈 간 열 전파는 ESSㆍ이동형 배터리 시스템 사고에서 화재 확산과 폭발 위험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 배터리 팩 Pack
다수의 모듈을 통합한 시스템 단위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구조 하우징이 포함된다. 팩 단위 열확산은 구조적 변형이나 가스 축적, 압력 방출을 동반할 수 있다. 차량 또는 설비 수준의 기능상실과 구조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배터리 랙 Rack
ESSㆍ대규모 저장시설에서 모듈 또는 팩을 적층ㆍ배열한 저장 구조물이다. 사고 전파가 집적되는 구성 전파 단위에 해당한다. 랙 단위에서의 열폭주 사고는 사고 규모를 크게 확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폭발ㆍ압력ㆍ가스 위험은 랙 자체가 아니라 랙이 설치된 공간 조건과 결합될 때 비로소 형성된다. 이 매뉴얼에서는 랙을 사고 전파의 상위 집적 단위로 정의하되 실화재에서의 최종 사고 단위와는 구분해 해석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열폭주 단일 사건보다 ‘셀→모듈→팩→랙으로 이어지는 전파 구조 자체가 사고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또 이후 모든 사고 전개 해석과 대응 판단의 기본 전제로 삼는다.
③ 배터리 인클로저ㆍ컨테이너 단위 Battery EnclosureㆍContainerized Energy Storage Unit
다수의 배터리 랙을 하나의 밀폐 또는 반 밀폐공간에 집적해 수용하는 구조 단위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전개의 실질적인 최종 무대에 해당한다. 이 단위에서는 열폭주 전파와 오프가스 축적, 압력 상승, 폭발 방출이 상호 결합된다. 또 화재ㆍ폭발ㆍ가스 위험이 실제 사고로 형성된다.
이 구조 단위는 단순한 설치 형식이 아니라 사고의 성격과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사고 공간 단위(Accident Space Unit)’로 기능한다. 환기 조건이나 압력 해소 경로, 방폭 설계, 개방성 여부에 따라 동일한 배터리 사고라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의 셀ㆍ모듈ㆍ팩ㆍ랙 단위 시험(예: UL9540A)은 배터리 내부 전파 특성 평가에는 유효하나 밀폐 환경에서의 가스 체류, 환기 실패, 압력 방출, 화염 분출(Jet Fire)과 같은 실제 사고의 핵심 현상을 충분히 재현하지 못하는 적용범위 상의 한계를 가진다.
이런 한계를 반영해 최근 개정된 ‘NFPA 855(2026)’에서는 배터리 구성단위(셀, 모듈, 랙 등)를 넘어 ‘배터리 시스템이 설치된 밀폐공간(Enclosure)’ 단위에서의 실화재 시험(Large-Scale Enclosure-Level or System-Level Fire Testing)과 열폭주 전파 억제(Thermal Runaway Propagation Prevention, TRPP) 성능 검증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한다.
열폭주 전파와 폭발이 실제로 발생하는 단위는 ‘배터리 구성체’ 자체가 아니라 설치 공간 전체임을 인정한 기준 변화다.
이 매뉴얼에서는 배터리 인클로저ㆍ컨테이너 단위를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폭발ㆍ압력ㆍ가스 위험이 실제로 형성되는 ‘최종 구조 단위(Final Accident Structure Unit)’로 정의한다. 사고 판단과 대응 전략은 반드시 이 공간 단위를 기준으로 수행돼야 함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2) 사고 현상ㆍ전개
① 열폭주 Thermal Runaway, TR
열폭주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 내부에서 발생한 발열이 냉각ㆍ방열 능력을 초과하면서 발열 반응이 자기 가속적으로 증폭되는 연쇄 반응 현상이다. 이는 단순한 온도 상승이나 화재가 아니라 전기적ㆍ화학적ㆍ열적 균형이 동시에 붕괴되는 구조적 실패 상태를 의미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열폭주 진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부 압력 방출 양상을 사고 판단과 대응 전략 전환을 위해 다음과 같이 구분해 정의한다.
• 1차 벤트 Primary Venting
열폭주 초기 단계에서 셀 또는 배터리 구조물에 설계된 벤트 또는 약화된 구조를 통해 비교적 제한적인 압력과 가스가 방출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오프가스 탐지기나 BMS 경보, 온도 이상 징후 등을 통해 사고 조기 인지가 가능할 수 있다. 설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제한적이고 조건부적인 개입 조치가 고려될 수 있는 마지막 국면에 해당한다.
• 2차 벤트 Secondary Venting
내부 반응이 임계 상태를 초과하면서 다량의 가연성ㆍ유독성 가스와 열이 동시에 급격하게 방출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내부 반응을 외부 개입으로 중단하거나 되돌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폭발ㆍ압력 방출ㆍ가스 축적ㆍ화염 분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다. 이 매뉴얼에서 2차 벤트 사고 대응 전략은 전환돼야 하는 근본적인 ‘분기점’으로 정의한다.
이 매뉴얼에서 열폭주는 ‘즉시 모든 대응을 포기해야 하는 신호’가 아니라 사고가 비가역적 전개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는 임계 현상이다.
따라서 열폭주 대응의 핵심은 열폭주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1차 벤트에서 2차 벤트로 전환되는 시점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응 전략을 전환했는가에 있다.
② 오프가스 Off-Gas
오프가스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 내부에서 열폭주 또는 그 직전 단계에서 전해질ㆍ전극ㆍ분리막이 열적ㆍ화학적으로 분해되며 생성돼 외부로 배출되는 혼합가스를 의미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구조적으로 내부 압력 상승 시 이를 외부로 방출하기 위한 벤트(Vent) 구조를 지닌다. 이로 인해 사고 초기 단계에서 화염이 관찰되지 않더라도 다량의 가스가 먼저 방출될 수 있다. 이때 배출되는 가스를 통칭해 오프가스라고 한다.
오프가스는 단일 성분이 아니라 가연성ㆍ독성ㆍ비연성 가스가 혼합된 형태로 존재한다. 그 조성과 비율은 ‘배터리의 화학 계열, 충전 상태, 열적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실험 사례에서는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 수소(H₂), 에틸렌(C₂H₄), 메탄(CH₄) 등 다양한 가연성 탄화수소가 주요 성분으로 확인된다.
이런 조성은 오프가스가 단순한 연기나 배출가스가 아니라 폭발 범위를 직접 형성할 수 있는 가연성 가스 혼합물임을 보여준다.
특히 수소(H₂)와 일산화탄소(CO)는 폭발하한계(LEL)가 낮고 연소 전파 속도가 빠르다. 밀폐ㆍ반밀폐 공간에서 축적될 경우 아주 미약한 점화원만으로도 치명적인 폭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오프가스 발생이 항상 화염을 동반하진 않는다. 열폭주가 개시된 후 1차 벤트 국면에서 이미 상당량의 오프가스가 화염 없이 배출될 수 있다.
이 단계가 인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기 개시나 출입문 개방, 전기 스파크, 구조 변경 등의 외부 개입이 이뤄지면 가연성 가스점화(FGI) 또는 폭연으로 급격하게 전환될 수 있다. 이는 오프가스 사고의 성격을 ‘화재에서 폭발로 전환시키는 핵심 매개’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프가스는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열폭주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조기 신호 ▲폭발 위험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 ▲대응 전략을 공격적ㆍ방어적으로 전환하는 결정 요소로 이해돼야 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오프가스를 ‘화염 이전에 이미 사고의 성격을 결정짓는 핵심 위험 요소’로 정의한다. 화염 발생 여부보다 오프가스의 존재ㆍ축적ㆍ공간 조건이 사고 판단에서 우선 고려돼야 함을 전제로 한다.
③ 가연성 가스 점화 Flammable Gas Ignition, FGI
가연성 가스 점화는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과정에서 ‘열폭주가 개시된 이후 1차 벤트 국면에서 방출된 오프가스’가 밀폐 또는 반 밀폐공간에 축적되면서 정전기ㆍ전기 스파크ㆍ고온 표면ㆍ기계적 충격 등 미약한 점화원에 의해 급격하게 점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FGI 현상은 가시적인 화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발생할 수 있다. 화재진압 과정이 아니라 환기 개시, 출입문 개방, 구조 변경, 소방대 접근과 같은 외부 개입 행위 직후에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화재 폭발과 본질에서 다르다.
한국에서 이 현상은 흔히 ‘연기 폭발(Smoke Explosion)’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리튬이온 배터리 열폭주 과정에서 방출된 수소(H₂), 일산화탄소(CO), 저분자 탄화수소 등 가연성 오프가스 혼합물 점화로 발생한다.
따라서 FGI는 연소 부산물이 아니라 연소 이전 단계의 가스 축적 상태가 점화되며 발생하는 사건(Event)이다.
가연성 가스 점화의 핵심적 위험성은 다음과 같다.
• 화염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다.
• 폭발 전조 없이 순간적으로 압력 상승과 화염 분출을 유발한다.
• 소방대의 정상적 대응 행위(문 개방, 환기, 접근)가 점화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 사고 초기 단계에서도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이 매뉴얼에서는 FGI를 ‘화재가 시작됐는가’가 아니라 ‘폭발 조건이 이미 형성됐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사고 전환점으로 정의한다. 즉 FGI는 화재의 한 형태가 아니라 사고의 성격이 ‘화재 중심 사고’에서 ‘폭발 위험 사고’로 전환됐음을 알리는 결정적 사건이다.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연기나 냄새, 미약한 가스 배출이 관찰되는 경우에도 ‘가연성 가스 점화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한 공격적 대응은 제한돼야 하며 사고 판단의 중심은 항상 가스 축적 상태와 공간ㆍ환경 조건’에 둬야 한다.
④ 폭연 Deflagration
폭연은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시 가연성 오프가스가 공기와 혼합된 상태에서 점화되면 음속 이하(Subsonic)의 연소 속도로 화염이 전파되며 급격한 압력 상승을 동반하는 연소 현상을 의미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폭연은 단독 사건이 아니라 대부분 FGI 이후 이어지는 사고 전개 과정의 일부로 관찰된다. 즉 폭연은 ‘무언가가 폭발했다’는 결과를 지칭하는 표현이 아니라 ‘가스 축적→점화→압력 상승→화염 전파’로 이어지는 연속 구조 속에서 나타나는 연소 메커니즘의 성격 규정에 해당한다.
폭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연소 속도는 음속 이하지만 밀폐 또는 반 밀폐공간에서는 구조적 파괴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압력을 형성할 수 있다.
• 화염의 크기보다 압력 상승 속도와 배출 경로의 유무가 피해 규모를 결정한다.
• 출입문, 환기구, 방폭 패널, 덕트 등 ‘약한 구조부를 따라 화염 분출(Jet Fire)’로 전환되기 쉽다.
• 폭연은 ‘화재의 확대’가 아니라 폭발적 결과를 동반한 연소 양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현장에서 관찰되는 다수의 ‘폭발 사고’는 물리학적으로는 폭굉(Detonation)이 아니라 ‘폭연(Deflagration)’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장 대응 관점에서는 연소 속도의 차이가 인명 위험을 낮추거나 대응 가능성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매뉴얼에서는 혼란 방지를 위해 가연성 가스 점화와 폭연을 이론적으로는 구분된 개념으로 이해하되 현장판단과 대응 결정에서는 이를 ‘폭발 위험’이라는 하나의 통합된 위험 범주로 취급한다. 이는 사고의 물리적 분류보다 대응 전략 전환의 명확성을 우선하기 위한 기준 설정이다.
즉 폭연은 ‘불이 붙었는가’를 묻는 개념이 아니라 ‘이미 압력과 구조 파괴가 동반되는 사고 단계에 진입했는가’를 판단하기 위한 개념이다.
이 단계에 도달한 이후에는 화염 제어 또는 진압 여부와 무관하게 인명 접근 가능성이 급격히 제한된다. 대응 목표는 진압이 아니라 폭발ㆍ압력ㆍ2차 분출 위험의 회피와 관리로 전환돼야 한다.
⑤ 폭발(가연성 가스 점화ㆍ폭연 포함) Explosion
폭발은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과정에서 가연성 오프가스의 점화와 그에 따른 폭연, 압력 상승ㆍ구조적 파괴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 상태를 통칭하는 용어다.
이 매뉴얼에서는 폭발을 단일 물리 현상으로 세분해 구분하지 않는다. 대신 폭발을 현장 대응 관점에서 인명 접근 가능성이 급격히 제한되고 사고 양상이 비가역적으로 전환돼 대응 전략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결과 단계로 정의한다.
즉 폭발은 무엇이 어떻게 탔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더 이상 화재진압 중심의 공격적 대응이 허용되지 않는 상태’를 선언하는 판단기준이다.
⑥ 화염 분출 Jet Fire
화염 분출은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과정에서 내부에 축적된 가연성 오프가스가 압력 차에 의해 개구부ㆍ파손부ㆍ덕트ㆍ방폭 패널 등 제한된 경로를 따라 고속으로 방출되며 연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연소 면적이 확산되는 일반 화재와 달리 ‘강한 방향성과 높은 열유속(Heat Flux)’을 특징으로 한다. 화염 크기보다 분출 방향과 복사열 영향 범위가 위험성을 결정한다.
Jet Fire는 주로 폭발(가연성 가스 점화ㆍ폭연) 또는 압력 방출 이후 단계에서 발생한다. ESS 컨테이너, 배터리실, UPS실, EV 배터리 팩 등 밀폐 또는 반 밀폐 구조물 내부 가스가 탈출로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때 화염은 출입문과 환기구, 파손부, 덕트 개구 방향으로 집중 분출된다. 또 소방대의 접근 동선과 진입선(Entry Line)을 직접 위협하는 2차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중요한 점은 Jet Fire가 ‘화재가 새로 확대된 현상’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폭발ㆍ압력 위험이 외부로 방출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적 현상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Jet Fire는 진압 대상이기보다 내부에 여전히 가연성 가스와 잔존에너지가 존재함을 알리는 구조적 경고 신호로 해석돼야 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Jet Fire를 단순한 화염 분출이 아니라 밀폐공간 내 폭발 위험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정의한다.
이 단계에서의 무리한 접근이나 진입선 유지 시도, 구조 변경은 2차 폭발 또는 재점화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소방관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⑦ 폭발 범위 Explosion Range
폭발 범위란 가연성 물질이 공기 중에서 점화원에 의해 급격하게 폭발적 연소를 일으킬 수 있는 농도 범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폭발하한계(Lower Explosion Limit, LEL)와 폭발상한계(Upper Explosion Limit, UEL) 사이의 농도 구간을 말한다.
이 개념은 흔히 ‘가연성 범위’ 또는 ‘연소 범위’로도 표현된다. 하지만 가연성(Flammability)과 폭발성(Explosibility)은 본질적으로 연속선상에 있는 현상으로 서로 다른 상(Phase)에서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 고체ㆍ액체 연료는 연소 면이 확산되는 형태의 화재로 관찰되며
• 기체 연료는 혼합비에 따라 급격한 압력 상승을 동반하는 폭발 형태로 나타난다.
즉 물질의 상(고체ㆍ액체ㆍ기체)에 따라 겉모습만 달라질 뿐 연소 메커니즘의 본질은 동일하다. 특히 ‘가스(Gas)’라는 표현은 영어에서 기체 상태, 다시 말해 기체 연료가 공기와 혼합된 상태를 의미한다.
기체 연료가 공기와 혼합된 상태에서 점화되면 그 연소는 구조적으로 ‘화재’가 아니라 폭발(Deflagration)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발생하는 오프가스는 ‘가연성 가스’이자 동시에 ‘폭발성 가스’다. ‘가연성이다’는 표현은 이미 ‘폭발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폭발 범위 개념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폭발하한계 미만: 연소 불가
• 폭발 범위: 점화 시 폭발 가능
• 폭발상한계 초과: 산소 부족으로 일시적 연소 불가(단 환기ㆍ혼합이 이뤄지면 다시 폭발 범위로 진입 가능)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이 개념이 치명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가시적인 화염이 관찰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이미 폭발 범위 내 가스 농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불이 안 보인다’는 사실은 ‘폭발 위험이 없다’는 의미와 전혀 동의어가 아니다.
이 매뉴얼에서 폭발 범위는 단순한 화학적 수치가 아니라 현장 진입 가능성과 환기 개시 시점, 방어적 대응 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적 위험 지표로 정의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연소 범위’라는 표현은 대응 판단 관점에서는 사실상 ‘폭발 범위’와 동일한 의미로 이해돼야 한다.
⑧ 잔존에너지 Stranded Energy
잔존에너지란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이후에도 시스템 내부에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전기적ㆍ열적ㆍ화학적 에너지의 총합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배터리에 전기가 남아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고가 종료된 것처럼 보이는 시점 이후에도 언제든 재점화ㆍ재폭발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Stranded’라는 표현은 개별적으로 작아 보이는 에너지 요소들이 서로 분리되지 못한 채 시스템 내부에 남아 ‘연결될 위험 사슬(Chain of Risk)’로 작동하는 상태를 지칭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잔존에너지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첩돼 형성된다.
▲완전히 방전되지 않은 셀 내부의 전기 에너지 ▲모듈ㆍ팩ㆍ랙 내부에 축적된 잔류열 ▲열폭주 이후에도 지속되는 내부 화학 반응 에너지 ▲전력변환장치(PCS), 충전기, 케이블, 차단기, 접지 불량 등 ‘배터리 외 설비(Balance of System, BOS)’에 남아 있는 전기적 위험 ▲구조물 내부에 체류 중인 가연성 오프가스와 잔존 압력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재점화 또는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요소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하나의 연결된 위험 구조로 작용한다.
최근 개정된 NFPA 855(2026)에서는 열폭주ㆍ사고의 주요 원인이 배터리 셀 자체뿐 아니라 충전기, 전력 케이블, 제어시스템, 접지 불량 등 배터리 외 설비 요소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잔존에너지는 더 이상 ‘배터리 내부 문제’로 한정할 수 없는 개념이 됐다.
즉 사고를 유발한 최초 원인이 셀 내부든, 충전기 이상이든, 전선 접촉 불량이든 그 결과로 형성되는 잔존에너지는 동일한 형태의 재점화ㆍ재폭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는 외형상 화염이 소멸하고, 온도가 낮아지고, 연기가 사라진 후에도 사고가 종료됐다고 선언할 수 없다.
이 매뉴얼에서는 잔존에너지를 ‘사고 종료 이후에도 위험이 지속되는 구조적 이유’로 정의하며 재발화ㆍ감전ㆍ폭발ㆍ지연 사고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잔존에너지가 완전히 제거되거나 장시간 감시를 통해 위험이 소멸된 게 확인되지 않는 한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는 결코 ‘종료된 사고’로 분류될 수 없다.
⑨ 잔류열 Residual Heat
잔류열이란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 이후에도 셀ㆍ모듈ㆍ팩 내부, 주변 구조물, 공기층, 인접 공간에 제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열에너지의 총합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배터리가 아직 뜨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고가 외형상 종료된 이후에도 재점화ㆍ폭발ㆍ2차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열적 조건이 유지되고 있음을 뜻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잔류열은 다음의 경로를 통해 형성된다.
• 열폭주 이후 셀 내부에 남은 고온 에너지
• 모듈ㆍ랙 구조물과 하우징에 축적된 복사열
• 오프가스 연소 또는 FGI 이후 구조물ㆍ천장ㆍ덕트ㆍ벽체에 남은 축열
• 밀폐 또는 대공간 내부 공기층에 체류하는 고온 가스
이로 인해 잔류열은 반드시 배터리가 위치한 원점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물류창고나 데이터센터, ESS 컨테이너, 대형 실내 공간 등에서는 오프가스 확산이나 FGI 이후, 배터리와 직접 접촉하지 않은 공간까지 잔류열이 광범위하게 분포할 수 있다.
실제 보고된 사고 사례들에서 배터리 원점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대공간 내부에 남아 있던 고온 가스와 구조물 잔열이 2차 점화와 폭발 조건을 형성하며 중대한 인명피해 사고로 이어진 사례가 보고됐다.
이런 특성 때문에 잔류열은 단순한 ‘냉각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오프가스 위험성과 구조적으로 결합된 2차 사고의 매개 변수로 이해돼야 한다.
즉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에서 잔류열관리는 배터리 자체의 냉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오프가스 체류 공간의 온도 관리 ▲구조물ㆍ천장ㆍ덕트의 축열 상태 ▲공기층 내 고온 가스 분포 ▲인접 배터리ㆍ설비로의 열전이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공간 단위의 위험 관리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이 매뉴얼에서는 잔류열을 ‘사고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이후에도 폭발ㆍ재점화 위험을 유지시키는 열적 기반 조건’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잔류열이 제거되거나 장시간에 걸쳐 열원ㆍ공기층ㆍ구조물 온도가 충분히 안정화됐음이 확인되지 않는 한 리튬이온 배터리 사고는 결코 종료된 상태로 분류될 수 없다.
특히 잔류열은 오프가스 위험성과 분리해 관리할 수 없는 개념이다. 가연성 가스가 체류한 공간에 잔류열이 존재하는 한 고온 표면ㆍ잔열ㆍ재가열에 의해 점화원이 없더라도 FGI 또는 지연 폭발 조건이 형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매뉴얼은 ‘잔류열 관리=오프가스 관리의 연장선’이라는 사고 프레임을 채택한다. ‘냉각ㆍ환기ㆍ격리ㆍ시간 확보를 하나의 통합된 대응 개념’으로 취급한다.
경기 용인소방서_ 김흥환 : squalkk@naver.com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6년 4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