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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기고]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토사재해’와 그 방재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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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소방서 김석곤 서장 | 기사입력 2025/07/10 [13:05]

[119기고]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토사재해’와 그 방재에 관한 생각

경북 영양소방서 김석곤 서장 | 입력 : 2025/07/10 [13:05]

▲ 경북 영양소방서 김석곤 서장

세계는 지금 홍수와 지진, 산불 등 재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난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 피해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이상기후’라는 용어는 이제 더 이상 사용하기 무색해졌다고 할까. 이상기후는 매일 일어나는 기상 상황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우리는 2년 전 경북 예천군 등지에서 폭우로 촉발된 토사재해로 인해 많은 인명ㆍ재산피해를 경험했다. 여러 언론에서 이를 ‘미증유의 재난이다’, ‘수십ㆍ수백년만의 재난이다’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에 선뜻 수긍하지 못한다. 여러 역사서나 고증 등에 의하면 과거에도 이미 우리나라에서 유사 재난이 적지 않게 발발한 전례가 있고, 내일 당장 어딘가에서 ‘수백ㆍ수천년만의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재난은 한마디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상황으로 일어날지 예측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재난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 전역을 하나의 대상으로 세심하게 예측하고 통계ㆍ관리하는 게 한층 더 체계적인 재난 대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쪼록 올 여름철에는 풍수해로 인한 인명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길 기대하며, 토사재해에 대한 간략한 매커니즘과 그 방재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토사재해의 개념

 

토사재해는 크게 ‘산사태(지반미끌림 현상 등)’와 ‘급경사지 붕괴’, ‘토석류’의 세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산사태는 토사재해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집이나 밭 등을 통째로 이동시키거나 집어삼키기도 하며 특히 진흙 바위나 결정 편암 등 특정 지질에서 많이 발생한다. 장마철이나 해빙기에 지하수 증가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원형 그대로 이동하거나 고속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지진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급경사지 붕괴는 절벽 등 표층의 풍화토층이 급속히 미끄러지는 현상으로 지질 여하와는 관계없이 발생한다. 특히 화강암이 풍화된 마사나 실트 같은 화산 쇄설류 퇴적물이 분포하는 곳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급경사지 붕괴를 산사태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 재해는 엄연히 다르다.

 

급경사지 붕괴는 일단 발생하면 거의 대피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전 대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위험지역 내 거주자는 미리 위험한 곳을 파악해 두고 장마나 태풍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기상 상황을 살펴야 한다. 원통형 컵을 실외에 두고 강우량을 관측해 보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실제 재난지역에 300㎜ 넘는 폭우가 내렸는데도 기상청의 관측치는 100㎜로 발표되는 등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의 대피 권고 또는 지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다가는 자칫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토석류는 계류를 따라 토석이 급속히 흘러내리는 현상이다. 대부분 상류에서 절벽 등이 무너지고 무너진 토사가 물과 섞여 유동화하는 것을 말한다. 토석류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계곡 출구 쪽이 매우 위험하다. 또한 그 속도가 매우 빨라서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토사재해 전조현상

 

산사태는 위쪽에서 균열 또는 함몰이 발생하고, 말단의 옹벽 또는 우물물이 마르거나 약수가 나오지 않는 등 평소와는 다른 여러 현상이 나타난다.

 

급경사지 붕괴에도 전조현상은 있다. 절벽에 균열이 생기거나, 경사지에서 작은 돌들이 데굴데굴 떨어지거나, 물이 뿜어져 나올 수 있다. 이때는 무조건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전조현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대피가 늦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이 산사태나 토석류와 다른 점이다. 그래서 위험한 장소를 사전에 파악해 두는 게 매우 중요하다.

 

풍화토층이 두껍고 물이 고이기 쉬운 계곡형 경사면은 위험한 곳이다. 표토 두께는 외형만으로는 알 수 없다. 수령이 70~80년인 상록활엽수가 분포하는 곳과 표토가 두꺼운 곳은 거의 일치하며 이런 곳이 바로 위험한 지역이다. 흔히 ‘녹음이 우거지고 큰 나무가 많은 곳은 안전하고, 땅이 드러난 곳은 위험하다’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계곡 안쪽에서 ‘쾅’하는 큰 소리가 나면 토석류가 발생했다는 신호이므로 대피해야 한다. 새로 들어선 주택단지 거주자는 대개 그곳이 위험구역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대피가 늦어질 확률이 높다. 또한 물이 탁하거나 유목이 발생할 경우 상류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신속히 대피해야 한다. 토석류의 속도는 매우 빠르므로 토석류의 방향과 직교하는 방향으로 대피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 토사재해 모습 © 영양소방서 제공

 

토사재해는 자연의 섭리다

 

토사재해는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산사태나 토석류와 같은 자연현상은 인류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이다. 46억년의 지구 역사에 비하면 인류 역사 500만년은 아주 짧은 기간일 따름이다.

 

우리는 중ㆍ고등학교 시절 침식, 운반, 퇴적과 같은 작용 중 산사태가 가장 강력한 침식 작용의 하나임을 배운 바 있다. 암석의 풍화가 진행돼 토양이 형성되면 역학적으로 약해져 무너지게 된다. 그 토양이 홍수 등으로 하류로 이동해 비로소 비옥한 평야가 형성된다. 그렇게 형성된 평야가 농경 등 인간 생활의 터전이 된 것이다. 만약 토사재해가 없었다면 평야는 해안으로 침식돼 없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토사재해는 우리 인간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연현상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재해란 하나의 사회현상이다. 무인도에서의 산사태를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인식해 재해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의미다.

 

토사재해 피해 방지대책

 

그렇다면 토사재해 피해를 어떻게 줄이면 좋을까? 절벽을 콘크리트로 도배할 것인가, 아니면 100년에 한 번 무너질까 말까 해서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이는 선택에 달려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에서는 조상의 지혜를 배워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여 절벽 가장자리로 앙각 30도 이내는 건축을 금지했다. 과거 재해를 살펴봤을 때 피해를 입은 가옥 대부분이 이 30도 범위 안에 들었기 때문이다.

 

토사재해가 상습적으로, 또는 대규모로 일어나는 지역은 개발 제한구역으로 지정해 그 피해를 원천 차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위험 지대에 거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방재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재해와 방재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신의 거주 지역 상황을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

 

만약 자신의 집이 재해 위험지역에 있는지를 모른다면 집중호우 등이 발생했을 때 대피가 늦어질 것은 자명하다. 또 방재시설이나 대피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어린이, 고령자, 장애인 등 안전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장소를 미리 파악해 두고 유사시를 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방재 네트워크

 

소방ㆍ방재에는 다양한 네트워크가 존재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행정ㆍ언론ㆍ주민 간의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두면 재해 시 대비ㆍ대피ㆍ대응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난 상황에서 지켜야 할 최우선 원칙

 

항상 ‘내 생명은 내가 먼저 지켜야 한다’는 것을 재난 시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다가올 재난에 맞서나가야 할 것이다.

 

올 여름은 모두가 행복한 여름이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경북 영양소방서 김석곤 서장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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