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에어컨 가동률이 급증하는 이 시기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위험이 바로 에어컨 실외기 화재다. 최근 서울시 강북구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들을 통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지난해 8월 13일 오후 미아동의 한 아파트 7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민 34명이 대피하는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21분 만에 진압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923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4월에는 한 단독주택에서 실외기 전원선 불량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2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는 단순히 강북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에어컨 화재는 2019년 223건에서 2022년 273건으로 늘어나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2023년에는 293건에 달했다. 이는 보일러, 전기장판, 선풍기 등 계절용 기기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5년간(2018-2022) 에어컨 화재로 인한 피해 규모는 심각하다. 총 1168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4명이 사망, 32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재산피해는 약 50억 3700만원에 달한다. 전체 냉방기기 화재를 포함하면 사망자 10명, 부상자 82명, 재산피해 69억원을 넘는다.
시기별로는 냉방기기 화재의 53.7%가 7~8월에 집중 발생한다.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는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셈이다.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위해 네 가지 방법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전선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단일 전선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전선 피복 손상이나 접촉 불량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실외기 주변의 전선은 외부 환경에 노출돼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둘째, 실외기 청소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먼지가 쌓이면 열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과열의 원인이 된다. 가동 전 반드시 실외기를 청소하고 이상 유무를 점검한 후 가동해야 한다.
셋째, 소음과 진동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평소보다 큰 소음이나 진동이 발생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가 점검을 받아야 한다.
넷째, 적절한 설치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실외기는 벽체와 최소 10㎝ 이상 간격을 두고 설치하고 주변 인화성 물질을 제거한다. 실외기실의 환기창은 항상 열어둔 상태로 에어컨을 가동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에어컨 실외기 화재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람을 제공하는 에어컨이 화재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 작은 관심과 점검으로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예방이야말로 최선의 소방정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모든 시민이 에어컨 실외기 화재 예방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서울강북소방서 소방행정과 소방장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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