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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의 여정… ‘홍콩소방학교의 CFBT 교육’-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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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 기사입력 2020/05/20 [15:10]

5일간의 여정… ‘홍콩소방학교의 CFBT 교육’-Ⅳ

경기 안산소방서 최기덕 | 입력 : 2020/05/20 [15:10]

불난 집에 부채질

넷째 날 교육의 주제는 ‘공기의 흐름’이었습니다. 우선 화재의 3요소를 생각해보면 열이 없으면 연료도 없어집니다. 열이 없으면 가연물의 열분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열에너지의 단위는 Watt(J/s)를 사용하고 Thornton’s Rule(1971, 환기 지배형 화재에서 산소의 공급속도가 화재에 의한 열 방출량을 결정한다)에 따라 유기물의 연소에 사용되는 1㎥의 공기는 2.75MJ(화재 공학에서는 3MJ로 계산함)의 열에너지를 발생시킵니다. 공기(산소) 공급이 있어야 열에너지가 방출돼 가연물의 열분해가 일어나 지속적인 화재 상태가 유지됩니다. [표 1]은 연소 시 발생하는 가스(열분해 가스)의 종류를 나타낸 것입니다. 여기서 연소범위가 가장 넓은 일산화탄소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림 1]은 실험실에서의 화재 시뮬레이션을 할 때 나타나는 화재 성상 그래프(청색)와 실제 화재현장에서 나타나는 화재 성상 그래프(적색)를 비교한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격실 화재현장에서는 화재가 발생해 최성기로 진행하는 동안 산소 부족으로 플래시 오버에 이르지 못하고 화재 성상이 감소기로 변합니다. 하지만 거주자의 탈출이나 소방관의 진입 등에 의해 문이 열리면 공기공급에 의한 플래시 오버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 [표 1] 연소 시 발생 가스의 연소범위

▲ [그림 1] 환기 유도 플래시 오버





 

 

 

 

 

 

전술 배연(Tactical Ventilation)에서 필요한 건 계획적(Planed)이고 체계적(Systematic)인 데다가 잘 조율된(Coordinated) 행동입니다. ‘Euro Firefighter’라는 책을 쓴 ‘Faul Grim wood’도 전술 배연에서 중요한 건 흡기구와 배기구, 선택된 공기 경로(Selected Air Channel)라고 했습니다. 전술 배연의 목적은 열ㆍ연기의 이동을 제한해 화재확산을 방지하고 연기제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한 후 플래시 오버, 백 드래프트 등의 극단적인 화재 성상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차단 배연(Anti-Ventilation)1)은 열ㆍ연기의 이동을 고립시키고 공기공급을 차단해 화재확산과 화재 성장을 방지하면서 열 방출율을 감소시킵니다. 그럼 차단 배연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화재실의 문과 창문을 닫는 겁니다. 홍콩에서는 2년 전부터 연기차단 커튼(Smoke curtai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홍콩에서는 소방차 대부분에 연기차단 커튼을 한 개씩 보유해 현장에서 사용합니다. 차단 배연의 단점은 뭘까요? 차단 배연을 하게 되면 화재실 밖으로 빠져나가는 연기가 없기 때문에 연기가 짙어져 시야가 차단됩니다. 중성대의 위치가 내려가고 주수 시에는 증기가 갇히게 됩니다. 전술 배연의 한계는 화점의 위치를 알아야 하고 급ㆍ배기구를 조작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송풍기, 통신기)과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럼 전술 배연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은 뭘까요? 화재실의 크기, 화점과 요구조자의 위치, 외부바람의 힘과 방향, 극단적인 화재의 징조 등을 알아야 합니다. 또 기계적인 장비를 이용한 배연을 통해 외부(자연)바람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전술 배연은 목적에 따라 방어형 배연과 공격형 배연으로 구분하고 송풍기 등의 기계사용 여부에 따라 자연 배연과 강제 배연으로 구분합니다. 방어형 배연(차단 배연, Anti-Ventilation)은 화점실로부터 열ㆍ연기가 나오지 않도록 구획을 만들어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공간을 유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따라서 배연은 화점에 영향을 주지 않고 화점을 향해 공기가 유입되지 않습니다. 공격형 배연은 화점실의 열ㆍ연기를 밖으로 빼내어 화점실의 시야를 확보해 화재진압이 쉬워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격형 배연은 화점실로 공기를 유입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화점에 영향을 미치고 연료의 열방출율을 증가시킵니다. 자연 배연은 자연상태의 바람과 열ㆍ연기의 부력을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이고 강제 배연은 배기구와 흡입구에 송풍기 등을 배치해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음압 배연(NPV, Negative Pressure Ventilation)과 양압 배연(PPV, Positive Pressure Ventilation)은 화재실의 압력을 기준으로 구분합니다.

 

▲ [그림 2] 분무 주수를 통한 음압 배연(NPV)

▲ [그림 3] 자연 배연과 강제 배연(PPV) 비교





 

 

 

 

 

 

PPV에서 송풍기를 이용할 때는 송풍기가 만들어내는 원뿔(Cone)형태의 공기 흐름 투영면이 흡기구를 다 덮어버리는지(Covered)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구부의 경계(문틀) 부분에 난류(Turbulent, 화점실로 들어가는 공기와 화점실로부터 나오는 공기의 흐름이 복잡해짐)가 생겨 배연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흡기구의 크기가 크면 [그림 4]처럼 여러 개의 송풍기를 활용해 공기 흐름을 만들어 줍니다. 

 

▲ [그림 4] 한 대 이상의 송풍기를 활용한 양압 배연


마지막으로는 홍콩에서 발생한 풍향성 화재(Wind driven fire) 사례에 대한 토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바닷가에 위치한 고층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거주자가 탈출하며 열어 놓은 현관문이 닫히질 않아 거실(화재실) 쪽 깨진 베란다에서 건물 내로 유입되는 강한 바람에 의해 복도와 계단참까지 화재가 확산됐습니다. 진압대원이 화재현장 내부로 진입할 수 없을 정도의 고온 상태였는데 결국 가연물이 부족해 화재가 소멸한 이 화재 사례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습니다.

 


 

다음에는 CFBT 훈련장으로 이동해 연기차단 커튼에 대한 설명과 인형의 집(Doll’s house)을 태우면서 배연을 관찰했습니다. 홍콩의 경우 고층아파트에는 옥내소화전이 계단실에 위치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옥내소화전을 점령해 화재를 진압합니다. 옥내소화전으로부터 수관을 끌어오기 위해 계단실과 복도, 현관을 통하는 문을 열어 놔야 하고 닫으려 해도 연장된 수관 때문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연기차단 커튼을 설치하면 틈이 생기지 않아 열ㆍ연기가 다른 곳으로 확산하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또 먼저 도착한 소방관이 출입구에 연기차단 커튼을 설치하고 내부로 진입하면 후착한 소방관들이 수관과 연기차단 커튼을 통해 화재실로의 진입 방향을 확인하기 쉬워집니다. 내부에 있던 소방관이 화재실 밖으로 탈출할 때도 커튼이 설치된 곳과 다른 출입문(안방 문, 화장실 문 등)의 구별이 용이해 출구임을 확인하기 쉬워집니다. [그림 5]와 같이 연기차단 커튼을 설치하고 아랫부분을 접으면 개구부의 크기를 줄일 수 있어 보유한 송풍기가 만들어내는 원뿔 형태의 공기투영 면적이 작을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그림 5] 연기차단 커튼 설치


다음에는 고층건물에서 발생한 화재에서의 열ㆍ연기가 복도와 계단을 통해 확대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인형의 집을 태우면서 열ㆍ연기 이동을 관찰했습니다. [그림 6]의 ①번 그림은 2층 또는 그 이상 층을 가정한 왼쪽의 화점실과 복도, 계단실이 보입니다. 맨 왼쪽의 격실에서 화재 발생 후 현관문을 차단하지 못했을 때 열ㆍ연기가 복도를 통해 계단실까지 확대됩니다. 계단실까지 확대된 화재는 계단을 통해 상층부로 연기가 이동하게 됩니다. ②번 그림처럼 화염은 복도까지 다다르지만 검은 연기는 계단실을 채우고 최상층의 개구부로 빠져나갑니다. 만약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이 1층 공동현관을 통해 내부로 진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때 1층 공동현관문을 열어 놓으면 ③번 그림처럼 계단실에도 화염이 분출됩니다. 더해 화점실의 현관문과 복도, 계단실의 문을 닫지 못한 상태에서 1층 공동현관문에 양압 배연을 위한 송풍기(적색 동그라미)를 설치하면 ④번 그림처럼 계단실까지 거대한 화염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렇게 인형의 집을 태우면서 배연과 차단 배연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 [그림 6] 인형의 집 관찰


연기 속으로... 

오후에는 멀티스토리 훈련장에서 배연에 관한 관찰 실습을 먼저 했습니다. [그림 7]처럼 1층에 거실(①번 방), 2층에 화재실(②번 방)과 작은 거실(③번 방), 옥상층(④번 방)이 있으며 ①, ③, ④번 방을 통과하는 직통 계단이 있는 구조입니다. 옥상층의 출입문을 배기구, 1층의 출입구를 급기구로 설정하고 방어형 배연으로 자연 배연과 강제 배연(PPV)을 진행했습니다. 배연하기 전 ②, ③번 방 사이의 문을 닫아 화점실을 고립시킨 후 ④번 방의 출입구(배기구)를 먼저 열고 ①번 방의 출입구(급기구)를 열어 자연 배연을 했습니다. 연기의 뜨거운 정도에 따른 부력과 외부바람의 크기ㆍ방향에 따라 배연 속도와 효율이 바뀌게 됩니다.

 

▲ [그림 7] 배연 관찰


강제 배연을 할 때 ③번 방이 양압 됐을 경우 ②, ③번 방 사이의 문을 열고 화점실(②번 방)의 연기가 2층 거실(③번 방)로 유입되지 않는 걸 관찰했습니다. 디브리핑 중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그중 재미있었던 건 [그림 7]의 디브리핑 사진 건물 구조에서 2층의 ③번 방이 화점실이고 ④, ⑤번 방에 연기가 차 있을 때 1층에서 송풍기를 설치하면 ④, ⑤번 방의 배연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토의였습니다. ④번 방은 정면(①번 방면)으로 출입구가 있고 ⑤번 방은 측면(④번 방면)으로 창문이 있는 구조입니다. 송풍기의 용량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우선 ④번 방의 연기를 먼저 제거하기 위해 ④, ⑤번 방 사이의 문을 닫습니다. ④번 방 정면 출입구를 개방하고 1층에서 송풍기를 가동합니다. ④번 방의 연기가 모두 제거되면 ⑤번 방의 측면 창문을 개방하고 ④번 방의 정면 출입구를 닫은 후 ④, ⑤번 방 사이의 문을 열어 ⑤번 방의 연기를 창문을 통해 제거합니다(※ 배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119플러스> 2019년 10월호와 11월호에 서울소방 김준경 소방관님께서 작성하신 배연 , 를 참고하시면 좀 더 많은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화재진압 실습은 지하층 화재진압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배운 기술들을 모두 사용해 지하 2층의 화재를 진압하고 요구조자가 있으면 구조하라는 미션이었습니다. 7명 모두가 한팀이 돼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화재진압팀, 수관보조팀, 수색구조팀으로 팀을 편성해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주어진 정보는 최초 화점이 지하 2층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3개 층의 격실을 모두 검색해야 했기에 우선 화재진압팀과 수관보조팀을 지하 2층으로 먼저 내려보낸 뒤 지상층과 지하 1층의 격실은 수색구조팀이 검색하고 아래로 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림 8] 브리핑 내용처럼 관창은 1개, 무전기는 4개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몇 벌의 수관이 필요한지, 연기차단 커튼은 어느 위치에 설치할지, 라이트 라인은 누가 설치할지 등의 사항과 개인별 임무를 지정하고 필요장비를 챙겼습니다.

 

▲ [그림 8] 지하층 화재진압 전ㆍ후 브리핑  

 

그리고 수관에 충수를 하며 건물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세부사항과 임무 지정 시 연기차단 커튼을 화점실 출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정했으나 내부진입 시부터 대원 간 의사소통에 혼돈이 생겨 연기차단 커튼을 설치하지 못했습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내부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습니다. 내부구조는 지상층(13번 방)으로 들어가면 지하 1층(8번 방), 지하 2층(2번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습니다. 지하 1층 중 9번 방과 지하 2층 중 1번 방은 막혀있었습니다. 크기가 23m/38㎜의 수관 5벌을 사용했는데 각 방의 높이가 약 12ft(3m)여서 계단을 통해 수관을 전개하는 일이 꽤 어려웠습니다. 먼저 진입한 화재진압팀이 화점 검색 중 지하 2층에서 성인 요구조자를 발견해 지상층으로 구조했습니다. 나중에 진입한 수색구조팀이 지하 1층에서 영아 요구조자를 발견해 지상층으로 구조했습니다. 이번 화재에서도 불 깡통을 이용한 작은 화점이 여러 곳에 있어 모두 진압하고 철수했습니다.

 

▲ [그림 9] 지하층 화재진압 훈련


자세를 낮추고 열화상카메라를 사용해 이곳저곳을 검색할 때 무릎을 꿇고 이동하므로 무릎이 매우 아팠습니다. 나름 화재현장에서 경험이 풍부하다고 자부했으나 이번 훈련에서도 부족한 점은 많이 발견됐습니다. 특히 특정 격실에 대한 검색 실시 완료 여부가 명확하게 취합되지 않아 ‘우리가 어떤 격실에 대한 검색이 이뤄지지 않았지?’ 하는 불안감이 드는 화재 현장활동이었습니다. 이렇게 홍콩소방학교에서의 교육도 막바지로 가고 있었습니다.

 

경기 안산소방서_ 최기덕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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