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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연(排煙) - II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기사입력 2020/03/26 [10:10]

배연(排煙) - II

서울 강남소방서 김준경 | 입력 : 2020/03/26 [10:10]

 

▲ △ 화재 현장 지표를 읽을 수 있는 BE-SAHF 모델B : Building E : Environment S : SmokeA : Air H : Heat F : Flame 

1. 공기 유동 경로

지난 호에선 배연통제(Anti-ventilation)와 양압배연(Positive Pressure Ventilation)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전술’의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요건이 최소 단위(1개 펌프차 혹은 1개 팀) 지휘관(팀장, 대장)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배기구(exhaust) 선정, 송풍기 가동 시점, 출력을 최대로 올려야 할 시점, 개구부의 차단ㆍ개방 시점, 내부 진입 화재진압대의 준비 상태, 바람 방향, 건물구조 등 사전 정보와 현장 정보가 원활한 통신으로 모두에게 전파돼야만 효과적이고 안전한 배연전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Be-SAHF 지표에 의한 ‘Reading the Fire’라고 하는 화재 현장 지표를 읽어 전술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팀 단위의 지속적인 연습과 역할 분담도 중요합니다. 

 

우선 공기 유동 경로 설정(Flow path control)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는 배연 전술과 활용에서 필수적이면서도 Reading the Fire의 한 지표인 Air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CFBT Level 2 교육과정과 각국 소방학교 배연교육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으로 공기 유동 경로 설정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과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기 유동 경로는 Air flow, Air track, Flow path 등 여러 단어로 표현됩니다. 이는 화재 확산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반대로 해석하면 효과적인 화재진압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화재(연소)는 원초적으로 공기에 의존하는 연쇄반응입니다. 화세가 클수록 더 많은 공기가 필요하고 연기의 온도가 올라갈수록 높은 부력을 띕니다. 천장에 도달할 때까지 수직으로 흐른 후 수평으로 배기구를 향해 이동합니다. 이는 열역학 제2법칙과 연관됩니다.

 

지속해서 연소하면 화재 기저부에서는 강력한 음압의 공기 흐름을 만드는데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중성대의 생성, 공기와 연기의 흐름과 일맥상통합니다. 지난 호에 언급했던 Anti-ventilation의 맥락으로 생각했을 때 공기급기구의 크기와 수를 제한하면 화재진압대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화재 성상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 공기 유동 경로의 종류와 특징

1) Bi-Directional(BiD) : 양방향 유동 경로

▲ 일반적인 Bi-Directional 공기 유동 경로의 화재(단일 개구부로의 양방향 공기 유동)

 

화재 발생 초기 단계에서 가장 많이 관측되는 형태로 화재가 발생한 곳에 한 개 혹은 그 이상의 개구부에서 중성대를 볼 수 있습니다. 개구부 상단에서는 뜨거운 연기가 배출되고 하단에서는 차가운 공기가 화재 실로 들어가는 형태입니다.

 

해당 화재 실은 연기가 배출되는 개구부를 제외한 나머지 출입구 등이 닫혀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화재는 대부분 연료지배형 화재(Fuel controlled fire, FCF)로 화세가 확산함에 따라 중성대가 아래쪽으로 이동해 개구부를 막아버리는 형태가 됩니다. 그러면서 공기가 유입될 수 있는 영역을 차단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개구부에는 공기가 양방향으로 이동해 난기류가 발생하고 화재 실 내부는 공기가 희박해 불완전 연소가 시작됩니다. 이 시기부터는 연료지배형 화재에서 환기지배형 화재(Ventilation controlled fire, VCF)로 전환되고 종종 맥동현상을 보입니다. 제한된 양의 산소로 화재 실 내부 열 방출율(HRR)이 떨어지면 화재 실의 연기양도 감소해 일정량의 음압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기가 다시 화재 실로 유입되고 재연소가 일어나 연기 부피가 증가합니다. 또다시 양압이 발생하고 개구부를 통해 배출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에 진입한 진압대원들에 의해 출입문 혹은 다른 개구부가 개방돼 공기 흐름이 Uni-Directional로 전환되면 급격히 화염 연소가 시작돼 화세가 커질 수 있습니다. 

 

여러 유럽국가는 이런 유형의 화재 현장에서 지난 호에 언급했던 SBD(Smoke Blocking Device) 등을 이용한 Anti-ventilation 전술을 선택합니다. 이는 화재 실 공기 유동 경로를 Bi-Directional로 설정해 화재 실 외의 영역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것과 연기 확산에 의한 피해를 막습니다. 소방대원이 화재 실에 들어갈 때 공기 유입을 최소화해 화재가 더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는 화재진압 전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 백드래프트(Backdraft) 현상의 대표적인 징후로 알려진 맥동현상 지표

 

 

2) Uni-Directional(UiD) : 단방향 유동 경로

당신은 화재 출동 지령을 받고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도착한 현장은 공사현장 사무실로 사용하는 2층 건물입니다. 우측 사진과 같이 개구부로 옥외 출화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화재 현장 건물 내부 공기 유동 경로는 양방향일까요, 단방향일까요? 

 

우선 화염과 연기가 개구부 전체를 덮고 있으며 해당 개구부를 통해 공기가 공급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연소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높은 확률로 화염이 분출되고 있는 개구부의 크기와 동일하거나 그보다 큰 공기 유입구가 건물 측면이나 후면, 계단실과 연결된 문 등에 생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또 공기 이동 경로에 따라 연소 확대의 위험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방향(UiD), 양방향(BiD) 공기 유동 경로에 따른 화재 현장 상황판단으로 지휘관은 신속한 화재 진압과 배연 전술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처음에 언급했던 화재 현장 지표 읽기(Reading the Fire)의 BE-SAHF 모델 중 A(Air)에 해당합니다.

 

나머지 지표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화재 현장 상황판단(Size-up) 교육이나 토론은 CFBT Instructor 과정에 포함돼 있습니다. 

 

▲ 일반적인 Uni-Directional 공기유동경로의 화재 - 2개 이상의 개구부로의 단방향 공기 유동


이런 복합적인 화재진압과 배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비로는 지난 호에 언급했던 연기 차단 커튼(Smoke Blocking Device, SBD)이 있습니다. 이 장비를 설치하고 내부로 진입해 화재진압을 하거나 1층 혹은 2층 건물의 개구부를 이용해 HydroVent라는 장비로 배연과 동시에 화재진압을 할 수도 있습니다.

 

▲ HydroVent  © 출처 hydrovent.us

 

HydroVent는 사진과 같이 화재 실 개구부에 설치해 주수하는데 수압배연(Hydraulic Ventilation)의 원리처럼 내부 열기와 연기를 음압배연의 형태로 외부로 배출함으로써 화재 실 내부 온도를 내리고 화재 성상이나 화세 확장을 둔화시킵니다. 

 

분당 380ℓ(약 95GPM)의 유량으로 사용할 경우 내부 공기 흐름을 HydroVent가 설치된 개구부 방향 쪽으로 약 24km/h 풍속 음압을 발생시킵니다.

 

이 때문에 지난 호에서 다뤘던 PPV(양압배연) 전술 중 PPA for Fire 방식에서 진압대원 뒤쪽에 송풍기를 설치하는 것과는 다르게 출입문 반대편 개구부로 음압배연이 시행돼 소방대원들이 진입할 때 시야를 개선하고 진입환경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각 소방본부에서 효용성을 한번 따져봤으면 하는 추천 장비 중 하나입니다.

  

3. CFBT 교육을 접목한 화재진압ㆍ배연 작전 시나리오

 

다세대 주택 빌라 6단 건물 중 3층에 화재가 발생해 복도와 계단실에 연기가 가득 찬 상황으로 화재 실 창문에서 검은 연기와 불꽃이 관측되고 상층부 요구조자로부터 구조해달라는 신고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

 

여러분은 위 출동지령서와 현장 도착 후 화재 발생 건물 Size-up으로 화재 실과 화재 발생 건물 현재 상황, 공기 유동 경로를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① 화재 실 창문에서 검은 연기와 불꽃이 관측

→ 공기 유동 경로는 Uni-directional로 추정되고 출화되는 개구부와 같거나 큰 크기의 출입문 혹은 창문을 통해 공기가 원활히 공급돼 화재 실에 연소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상황

 

② 복도와 계단실에 연기가 가득 찬 상황

 → 건물 옥상 비상구에서도 연기가 분출되는 상황으로 화재 실 출입문이 개방된 상태로 추정되며 상층부로 연소 확대 위험과 요구조자 대피가 불가능한 상황

 

CFBT에서 교육하는 내용을 접목해 화재 진압과 배연 시나리오를 서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파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공기가 유입되고 빨간색 화살표 방향으로 연기가 배출되는 단방향(Uni-directional) 공기 유동 경로로써 연기에 의한 피해를 막습니다. 

 

또 화재 실의 열방출율을 줄이고 진압대원의 내부 진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화재 실 출입문을 닫아 화재 실을 고립(Isolate) 시켜 양방향(Bi-directional) 공기 유동 경로로 화재 실 Flow path를 변화시킵니다.

 

연기 차단 커튼(SBD)을 이용하거나 출입문을 닫는 등의 조치로 화재실을 고립시킵니다. 

 

② 현관문에 송풍기를 준비합니다.

 

③ Anti-ventilation을 실시하고 유동 경로를 Bi-directional 상태로 만듭니다. 화재 실로 진입한 소방관은 3D 주수기법(Pulsing, 

Penciling, Painting)을 이용해 안정화와 화재 진압을 합니다.

 

④ 송풍기를 가동, 계단실에 양압을 가해 옥상으로 연기를 배연시킵니다.

 

⑤ 화재 실 상층부 요구조자 구조를 시작합니다.

 

▲ 절차 ③에 따라 화재 실을 Anti-ventilation, Bi-directional 상태로 만들고 진압대원이 3D 주수기법을 활용해 화재진압 활동을 했을 때의 내부 온도 그래프

 

 

⑥ 상층부 요구조자를 구조함과 동시에 옥상으로 통하는 비상구 문을 차단해 계단실과 복도의 양압을 더욱 높입니다.

 

⑦ 격리된 화재 실을 개방하는 조치로 PPA for Fire 전술로 전환해 화재에 대한 적극적인 화재진압과 배연을 시행합니다.

 

▲ 절차 ⑥에 따라 건물 복도와 계단실을 모두 양압화 시킨 후 PPA for Fire 전술로 전환해서 화재 실 격리를 해제하고 진압대원의 화재진압 활동 시 내부 온도 그래프


4. 화재진압대원들의 보수ㆍ직무교육

화재 현장에서는 흔히들 화재진압 완료 후 남은 연기와 수증기를 빼내는 행위만 ‘배연’이라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배연의 원리와 관련 장비를 이용해 완진 후가 아닌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목적으로 적극적인 배연을 하는 것도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 배연전술 혹은 전술배연(Tactical ventilation)은 적절한 타이밍에 공기 유동 경로나 각 대원의 임무가 잘 계획되고 조율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따라서 ‘전술’ 개념으로 충분한 훈련을 해야하고 각 대원은 관련 지식을 습득ㆍ체득해야 합니다.

 

또한 송풍기를 이용한 모든 배연전술을 시행했을 때 계획된 연기 배출구에서 연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장 배연을 중단하고 전략이나 전술을 재평가-재실시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완진 전일 경우 화재 확대나 재 착ㆍ발화 두려움 때문에 대부분 송풍기 활용을 꺼립니다. 하지만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이 공기 유동 경로를 파악하고 송풍기로 공기를 급기해 화재가 커지는 위험보다는 내부의 연기를 밖으로 배출시켜 잠재적 발화될 연료를 제거하는 실익이 더욱 크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화재지표와 성상이 똑같은 화재 현장은 결코 없습니다. 그에 따라 화재진압이나 배연전술이 동일한 루틴으로 반복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Reading the Fire 기법으로 화재 현장 지표를 읽어 현장 상황판단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재난 상황에 따라 지휘관이나 대원들이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평소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구조사 혹은 간호사 등 자격에 의한 보수교육과 꾸준한 직무교육이 이뤄지고 구조대원도 마찬가지로 특별구조훈련 등 직무보수교육 성격이 강한 훈련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재진압대원은 신규임용자 교육과 각 소방학교에서 진행되는 화재대응능력 1급 혹은 일주일짜리 교육을 제외하면 직무보수교육이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화재진압대원들에게 원활한 화재진압을 바란다는 것은 무사안일주의와 어불성설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 소방은 ‘열심히’하는 것보다 ‘잘’해야 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방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재난 현장에서의 비겁함과 무능함, 안일함을 ‘결과가 어찌 됐든 그래도 우린 열심히 했다’라고 포장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서울소방학교에는 CFBT(실화재훈련)훈련장, 지하철화재훈련장, 지하시설물(상가)화재 훈련장, 도시탐색구조훈련장, 목조주택화재훈련장을 갖추고 훈련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된 교육 커리큘럼도 현재 연구ㆍ개발 중입니다. 일

 

방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아닌 전국 화재진압대원들의 경험과 현장 노하우를 받아들여 짧은 시간 안에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제안 부탁드리겠습니다.

 

▲ 서울소방의 미래 110기 신규임용자 B반 화재진압교육을 마치고…

 

서울 강남소방서_  김준경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19년 11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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