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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재난 전문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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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119구조본부 김흥환 | 기사입력 2020/05/20 [15:10]

특수재난 전문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중앙119구조본부 김흥환 | 입력 : 2020/05/20 [15:10]

대한민국의 특수재난 전문대응 중심조직 중앙119구조본부를 아시나요?

중앙119구조본부(이하 중구본)는 소방청 직속 기관으로 관의 중앙조직 중에서는 유일한 현장대응 조직입니다. 예하에 전국 권역별로 4개의 특수구조대(수도권ㆍ영남ㆍ호남ㆍ충강)와 7개의 화학구조센터(시흥ㆍ구미ㆍ울산ㆍ익산ㆍ여수ㆍ서산ㆍ충주), 구조견센터 등을 두고 있습니다. 특수재난 대응과 관련해 특수구조대는 주로 화생방(HAZMAT)에 초점을 맞춘 화학구조센터(HAZMAT Rescue Center)와 달리 대형 헬기 등을 보유한 항공구조대, 팀 내 수난ㆍ산악ㆍ화생방 등 3대 주요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원거리에서의 화학물질 식별이나 오염지역 파악이 가능한 첨단 탐지 장비를 두루 탑재한 화생방 분석차부터 대규모 지진 발생 시 도시탐색구조(USAR)에 대한 대응 장비에 이르기까지 수만 점에 이르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분야별 소방 내 최고의 전문가ㆍ교관을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특수사고에 대한 역량도 갖추고 있습니다. 

 

구미 불산사고 이후 특단의 대책으로 국내 권역별 주요 국가산업단지 지역에 인접한 7개의 화학구조센터는 화학ㆍ생물ㆍ방사능ㆍ폭발 사고나 테러 등 특수재난 또는 대형복합재난에 전문역량을 가진 기관입니다. 특수재난 분야는 특히 깊은 전문성을 필요로 합니다. 쉽게 다루기 어렵고 고가인 화학물질 탐지ㆍ분석이라든지 인체ㆍ장비ㆍ지역에 대한 제독 등은 일선 소방서에서 갖추기 어려워 국가적인 관심과 투자가 꼭 필요한 분야입니다. 이에 따라 화학구조센터는 집중투자를 받아 고성능화학차(10억), 화생방 제독차(20억) 등 최첨단 기술ㆍ성능을 보유한 차량과 핵종분석기(방사성 물질의 핵종 분석), 복합가스측정기(수 백 종의 화학물질의 식별ㆍ농도측정 가능) 등 수백여 종에 이르는 장비와 물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화학구조센터는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다부처협업기구)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환경부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지자체가 한 건물에 합동으로 근무합니다. 이들은 대비와 대응, 복구 등을 협력해 화학사고 대응의 법령 한계를 극복하고 있기도 합니다.

 

▲ 화생방 분석차(배치 : 영남119특수구조대, 가격 : 13억가량, 역량 : 화학ㆍ생물ㆍ방사성 물질 탐지, 위험지역 예측ㆍ전파 등)

▲ 화생방 제독차(배치 : 화학구조센터, 가격 : 20억가량, 역량 : 화학ㆍ생물ㆍ방사성 물질에 의한 인체ㆍ장비ㆍ지역의 제독)


한국과 미국은 특수재난 대응체계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로부터 화학 분야는 환경부, 생물 분야는 보건복지부, 방사능 분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주관기관 역할을 맡는 등 분야별로 체계가 구분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화학 사고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환경부 소관은 아닙니다. 화학물질이 갖는 위험에 따라서 관할 당국은 소방(인화성ㆍ가연성), 산업부(독성, 압력의 유무) 등과 같은 다른 기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화학사고에 있어 정확하게 법령에 따라 구분된 물질명이 알려지기까지 주관기관에 따른 협조 기관조차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모든 사고 현장의 초기대응요원(First-Responder)인 소방관들은 대형복합재난인 경우 더욱더 큰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미 불산사고’와 같은 대형복합재난(독성+폭발성)이 발생하면 중앙기관 간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기존 소방관 대부분이 지방직인 상황에서는 원활한 협조를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방관 국가직화로 대형복합재난이 발생해도 원활하게 통합지휘가 가능해지고 현장에 꼭 필요한 부분들에 대한 손쉬운 지원, 원활한 협조가 가능한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는 화학ㆍ생물ㆍ방사능 사고에 대한 주관기관을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국가소방협회(NFPA, 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를 중심으로 모든 유형을 통합한 용어인 HAZMAT(위험물질)을 사용합니다. 국가조직 역시 군으로부터 소방, 경찰 등 재난(테러를 포함)과 관련된 기관을 통합해 지휘할 수 있는 국토안보부(DHS)를 만드는 등 통합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법령ㆍ조직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는 집단이 바로 NFPA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911테러’ 이후(911 사건 이후의 시기를 뉴테러리즘(New Terrorism)으로 분류하기도 함) 미국 정부는 애국자법(Patriot Act)으로 명명된 법안을 통과시켜 미 국토안보부(DHS)의 대표되는 전문가들에게 엄청난 권한과 재원을 줘 신속하고도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법안의 근거로 사용된 건 바로 미국 NFPA의 기준(NFPA Code)입니다. 즉 911테러 사건 이후 모든 재난(테러)의 예방, 대응, 사후처리와 관련한 중앙핵심기구로서의 역할을 하는 국토안보부(DHS)에 이 기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HAZMAT 대응에 관한 수준별 요원의 자격 요건, 수준별 대응요원에 대한 자격부여 등에 대한 세부적인 요건(내용)과 표준안(방법), 대응절차 등이 포함됩니다. 미국 내에서도 약 10여 개의 주는 이러한 기준을 그대로 법령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위험물질(HAZMAT)이란?

아직 위험물질(HAZMAT)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실 수 있습니다(국내에서 소방 법령상 ‘위험물’과는 다른 개념임. NFPA의 Hazardous Materials의 축약형 표현). 이 용어는 최초에 NFPA로부터 나왔습니다. NFPA 코드에서의 정의(472ㆍ1072)는 ‘물질(고체, 액체, 기체의 물질 또는 에너지를 포함)로써 확산할 경우 사람이나 환경, 재산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화학물질은 환경부, 생물학 물질은 보건복지부 등으로 주관기관을 철저히 나누고 있습니다. 이는 재난(사고)과 테러의 대응체계를 완전히 구분한 것과는 매우 다릅니다.

 

▲ NFPA의 코드 중 하나인 ‘NFPA 1072 위험물질/대량살상무기 비상대응요원 전문자격에 대한 표준’(NFPA 전체 코드는 약 383개가 있음) (출처 NFPA 홈페이지)

NFPA에서 HAZMAT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실제 특수재난 현장에서 정확한 물질(명)이 식별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므로 법령과 같이 물질별로 관할이나 조직별 대응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소방관들은 모든 유형의 재난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 물질 또는 해당 위험성 식별이 이뤄진 후에만 보호 수준이나 대응방법을 알 수 있으므로 위험 유형이 밝혀지지 않아도 인명구조를 위해 초기 사고현장에서 활동하게 되는 소방관들이 많은 위험요소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911테러로 대변되는 뉴 테러리즘에 의한 주 위협 대부분이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화학물질 누출과 같은 위협에 대해 10분 이내의 초동대응이 가장 중요한 점 등도 이유입니다. 

 

따라서 재난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모든 화학ㆍ생물학ㆍ방사성 물질, 대량살상 무기와 같은 위협요소를 하나로 통합한 개념으로서의 위험물질(HAZMAT)을 핵심적으로 제시하게 된 것입니다. 

 

위험물질 안전을 위해 변해야 할 것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가장 위험한 현장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소방관을 중심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화학물질관리법(이하 화관법),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유해화학물질’이라는 용어들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화학ㆍ생물학ㆍ방사성ㆍ폭발성 물질 등 모든 유형의 위험성을 아우르는 통합적 인식이 적은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특수재난 대응이 더욱 발전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정확한 위험성과 현장의 모든 위험을 초기에 파악하기 힘든 소방관 안전에 대한 완전한 보장이 어려운 점이나 대응에 있어 화학, 생물학 등 분야별로 각각 대비하기보단 소방조직을 통해 대응을 일원화해 예산을 절감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모든 유관기관과 전문가가 모여 NFPA 코드를 만들 듯 기존 관료조직의 경직성을 넘어 무엇보다도 조직 간의 협조가 우선시 돼야 하고 특수재난 대응 분야의 체계적인 전문가 육성이나 하나의 제대로 된 업무 분야로서 정착은 아직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위험물질(HAZMAT)의 유형별 위험성에 따른 구분(1류–폭발물 2류–기체 3류–인화성ㆍ가연성 액체 4류–인화성 고체, 자연발화성, 금수성 물질 5류–산화성 물질ㆍ유기과산화물 6류–독성물질, 독성흡입위험, 전염성 물질 7류–방사능 8류–부식성 9류–기타 위험물질)에 대한 표식(GHS)의 도표(출처 특수재난 초동대응 매뉴얼)


지금까지 소방 내에서는 특수재난 대응 분야에 경력자를 채용하는 시ㆍ도도 있고 조직이나 장비를 확장해 타 기관 대비 매우 우수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좀 더 전문성을 키운다면 특수재난 전문대응에 있어 ‘소방’이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중앙119구조본부_ 김흥환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0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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