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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관리의 기본, ‘정확한 평가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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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소방서 안지원 | 기사입력 2024/09/02 [11:00]

기도관리의 기본, ‘정확한 평가부터’

강원 양양소방서 안지원 | 입력 : 2024/09/02 [11:00]

모든 환자평가와 처치는 기도관리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의식과 맥박이 없거나 대량 출혈이 진행 중이라면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기도관리의 중요성은 학부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돼 온 사안이다.

 

많은 구급대원(나를 포함한)에게 가장 어려운 게 뭔지 물으면 “기도관리”라고 답한다. 구강을 들여다봐야 하는 부담감, 잘못 넣었다간 바로 구역 반사로 이어지는 OPA(입인두기도기), 말만 들어봤지 써본 적 없는 NPA(코인두기도기), 혹여 심정지라도 걸렸다간 맘에만 품고 있었지 막상 하려면 이라도 깨 먹을까 불안한 인투베이션, 구강 확인 없이 넣는 거친 I-gel, 그걸 지켜 보고 있는 배터리 방전된 석션기가 우리의(나를 포함한) 현실 아닐까. 

 

최근 구급대원들의 전문기도관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I-gel 삽입의 경향이 강해 보인다. 그 와중에 심정지 2020 가이드라인에서 Intubation(기관 삽관) vs SGI(성문위 기도기) vs BVM(백밸브마스크)이 생존율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를 본 어떤 구급대원들은 아예 뭔가 가슴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하다. 이제 인투베이션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집단 착각까지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I-gel 도입 이후로 구급대원의 기도관리 능력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많은 강사급 구급대원들의 이야기다. I-gel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 무지성 I-gel 삽입의 결과물(출처 박동현 전남대병원 응급구조사)

 

개인적으로 2세대 후두 마스크인 I-gel은 상당히 좋은 성문위 기도기라고 생각한다. 쓰기 편하고, 정확도가 높고, 밀착력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장비가 없듯이 주의할 점도 반드시 존재한다. 바로 불안한 고정력과 이물질로부터 기도를 보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병원 전 특성상 I-gel을 삽입하고 그 위에 ETCO₂(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기) 그리고 BVM을 연결하면 정확히 고정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이송 중에 빠지게 돼 있다. 무게중심이 위에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슴 압박까지 더해지면 실제 병원 도착 시엔 전문기도기로서 역할을 전혀 못 하는 경우도 태반이다.

 

물론 그렇다고 인투베이션이 최고이며 최선이라고 하려는 건 아니다. 적어도 어떤 기도기를 적용할 것인지 판단하기 전에 환자의 기도 상태를 먼저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흡인 

늘 어렵기만 한 기도관리지만 이번 호에서는 ‘석션(흡인)’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최근 기도관리 교육 중 이물이 심한 기도관리 교육에서 흡인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 정확한 흡인을 하기 위해선 내 구급차에 보유한 흡인기와 흡인팁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래어달 사의 LSU 제품이 많이 보급됐다. 하지만 최근엔 경량화되고 오물통이 일회용인 흡인기들이 많이 보급된 상태다. 

 

흡인기에서는 배터리 관리가 관건이다. 최근 경량화 제품들은 220V 어댑터뿐 아니라 차량용 시가잭 어댑터도 부속품으로 포함돼 있어 차량에서 수시로 충전할 수 있다. 아무래도 자주 사용하는 장비가 아니다 보니 관리에 소홀할 수 있지만 막상 필요할 때 방전돼 쓸 수 없으면 안 되니 꼭 관리해야 한다.

 

▲ 최근 경량화된 장비들이 많이 보급되고 있다. 자나 깨나 배터리 조심(출처 laerdal)


흡인팁의 경우 연성 흡인 카테터와 경성 흡인 카테터가 있다. 구강 내 눈으로 보이는 이물이 다수 있을 땐 경성 흡인 카테터가 큰 도움이 된다.

 

▲ 대구경 석션팁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DucCanto 석션팁.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들다(출처 SSCOR 공식 홈페이지).

 

▲ Pennine 석션팁. 보급도 잘되고 현장에서 사용하기 편한 대구경 하드 석션팁이다.


물론 대구경 하드 석션팁이 없다면 ETT를 잘라내어 만드는 다소 현타가 오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예전 현장응급처치연구회 전문기도관리 파트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유튜브에도 외국 실험 영상이 있는 등 생각보다 유서 깊은 방법이다. 그러나 그전에 구급 담당자에게 대구경 하드 석션팁 구매를 요청해서 쓸 것을 권한다.

▲ 7.5 ETT를 잘라 휴대용흡인기 연결관에 끼운 모습. 구경이 클수록 흡인력이 좋지만 연결관에 끼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 출처 youtube Use of a Large-Bore Endotracheal Tube to Suction the Occluded Airway. 양커팁과 10.0 ETT의 흡인력 실험

 

SALAD(Suction Assisted Laryngoscopy and Airway Decontamination)

구강 내에 혈액이나 분비물이 많을 때 사용할 수 있는 SALAD는 부산소방 이재현 님께서 <119플러스> 매거진 2020년 12월호(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구급 스킬- Ⅱ)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유튜브 등 많은 영상을 통해 간접 학습할 수도 있는데 개념만 알면 어렵지 않은 테크닉이다. 꼭 한번 이재현 님의 글을 보길 권한다. 최근 많은 기도관리 워크숍이나 강의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이다.

 

▲ 출처 <119플러스> 매거진 2020년 12월호(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구급 스킬- Ⅱ)

 

▲ SALAD를 전문 실습할 수 있는 장비도 출시됐다. 이런 형태의 장비는 올해 대구 소방박람회에서 국내 업체에 의해 선보인 바 있다(출처 유튜브 adriot surgical).

 

마치며

이번 호에서는 기도관리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흡인 장비에 관해 소개했다. 초반에 I-gel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지만 아직도 인튜냐, I-gel이냐 하는 케케묵은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환자의 기도를 어떻게 하면 정확히 평가해 어떤 기도기를 어떻게 선택ㆍ적용할 건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항상 환자의 구강 안을 직접 들여다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그런 습관을 만든다면 흡인기의 배터리를 방전된 채로 방치하는 일이 줄어들 거다.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ETT든 I-gel이든 도구에 불과하다. 성공적 기도관리라는 궁극의 목적을 잊어선 안 된다.

 

정확한 기도평가.

옳은 기도기 선택.

로맨틱한 기도관리.

성공적. 

 

강원 양양소방서_ 안지원 : ajwon119@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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