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소방업무 기초자체단체로 이관에 반발 확산

분권위, '효율성' 강조…소방업무 기초사무 이관 계획
우리나라 소방사무 기초보다는 광역이 적합
기초사무로 전환 시 소방사각지대 확산 우려
소방방재청 및 각 지자체 분권위 계획에 '

광고
신희섭 기자 | 기사입력 2010/02/10 [10:21]

소방업무 기초자체단체로 이관에 반발 확산

분권위, '효율성' 강조…소방업무 기초사무 이관 계획
우리나라 소방사무 기초보다는 광역이 적합
기초사무로 전환 시 소방사각지대 확산 우려
소방방재청 및 각 지자체 분권위 계획에 '

신희섭 기자 | 입력 : 2010/02/10 [10:21]


지방분권촉진위원회(위원장 이숙자, 이하 분권위)에서 그간 광역자치단체가 담당하던 화재진압 등 전체적인 소방업무를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 일선 시ㆍ도 소방본부와 지자체 등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선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분권위는 소방관련법령에 규정된 소방의 18개 기능 및 124개 단위사무 전체를 지방 이양대상 발굴 사무로 정하고 시ㆍ도 또는 시ㆍ군ㆍ구로 이양 여부에 대한 관련기관의 검토의견을 받고 심의를 진행 중이다.

좀 더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소방방재청과 광역자치단체 소속 소방본부로 운영되고 있는 현 소방업무를 기초자치단체인 일선 시ㆍ군ㆍ구로 이양한다는 것이 분권위의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역 소방전문치료센터의 지정ㆍ운영에 관한 사무 ▲명예직 소방대원 위촉 ▲건축허가 동의 ▲소방시설관리업 등록 ▲소방시설업 등록 등 5개 기능 13개 사무에 대한 심의가 현재 진행중이며 모든 소방업무에 대한 이양 심의가 완료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오는 6월까지 관련법과 조례 개정을 추진하게 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방방재청은 물론 일선 시ㆍ도 소방본부와 관련 기관, 지자체 등에서는 “효과적인 소방력 집중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기에 오히려 소방 기능을 퇴보시켜 국민을 불안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방업무가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될 경우 광역 대응이 필요한 대형사고 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고 시ㆍ군ㆍ구별 예산이나 단체장의 성향 등에 따라 소방기능 및 역할 격차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방사무의 기초자치단체의 이양이 곧 소방조직자체의 지방이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방공무원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어 분권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역소방사무가 최적의 소방체계

현대 사회는 고도의 산업화를 거치며 내부구조가 복잡한 건축물들이 대규모로 생겨나고 다중이용시설들의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해 국민들에게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ㆍ군ㆍ구 단위의 제한적 대응보다는 일정규모의 소방력을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현재의 광역소방사무체계가 적합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광역소방사무체계는 일사불란하게 지휘체계를 확립해 대형재난 시 인력과 장비를 적정하게 운용, 합리적으로 관할 구역을 설정해 예산절감 및 안전사각지대의 방지 등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으로 소방력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소방본부 김국래 본부장은 “현재 광역소방사무체계는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완벽하게 우리 사회에 정착해 공공분야에서 그 브랜드 파워가 입증되고 있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쓰촨성과 대만, 터키,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 등 세계 각국의 해외 재난현장에서 그 명성을 높이면서 국위선양에도 일조하고 있는 상황에 소방사무를 기초로 돌린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소방의 재난에 대한 노하우와 국민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국래 본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재난관리 선진국인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이 우리나라와 같은 광역소방사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시ㆍ정ㆍ촌 기초소방사무체계로 운영되고 있던 일본의 경우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을 계기로 재난대응에 한계를 느끼며 4~8개의 시ㆍ정ㆍ촌을 묶어 광역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소방업무가 시ㆍ군ㆍ구 단위의 기초사무로 운영됐던 적이 있었지만 업무의 한계에 부딪히며 재정부담 완화 등의 차원에서 지난 1992년 지금의 광역소방사무체계로 전환됐다.

재난 선진국들 역시 소방업무의 광역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시행착오를 한번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사무를 기초사무로 전환하려고 하는 분권위의 계획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김국래 본부장을 비롯한 수많은 전문가들, 그리고 소방공무원들의 생각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기초소방사무

분권위의 관계자는 “효율적인 소방업무의 운용을 위해 현 광역체계로 운용되고 있는 소방사무를 기초사무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방공무원과 관련 전문가들은 소방업무가 기초소방사무체계로 전환되면 조직은 커지지만 현재 수준의 소방서비스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ㆍ군ㆍ구별 분산 설치에 따른 재정수요와 취약지역의 소방인력ㆍ장비 등의 불균형, 소방장비 현대화 감소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소방업무에 대한 책임소재 역시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방업무를 시ㆍ군ㆍ구로 분산 시 상호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책임 전가로 재난 대응의 누수현상 발생과 특수 고가소방장비의 유ㆍ무에 따라 지역별 소방사각지대의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형재난 발생 시 시ㆍ군ㆍ구간 응원출동에 있어 인력과 장비의 신속한 동원이 불가능해지고 소극적인 지원이 우려되는 등 소방서비스의 지역별 수혜 차별화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한 관계자는 “매년 일어나는 이천화재와 같은 대형사고에는 경기도 전체 소방공무원과 소방장비들을 투입해도 어려움을 겪는데 기초사무로 소방업무가 전환되면 그마저 불가능하게 된다”며 “최근 대형사고가 늘면서 초 광역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뒤집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분권위의 계획을 강하게 비판했다.

분권위의 계획이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분권위 홈페이지에 계획 추진을 반대하는 글들이 이어지는 등 온라인 상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자신이 소방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소방사무의 기초 이양 문제는 국민안전을 심각한 위험으로 내모는 결과이며 소방관들의 존립과 처우개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히려 소방사무는 광역ㆍ국가사무로 가야하며 소방공무원 모두 국가직으로 변경 되어야 한다며 소방전문가 하나 없이 이뤄진 소방사무 기초 이양문제는 원천 무효”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기초사무 전환시 소요되는 예산은 누가?

소방업무의 기초사무체계 전환은 소방관서 및 소방인력의 추가 확보와 각종 장비 등의 중복 설치로 예산낭비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소방관서가 설치되지 않은 시ㆍ군ㆍ구의 소방사무 처리가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방방재청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전국 258개 기초 지자체 중 소방관서가 없는 곳은 28.3%인 73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특히, 재정 자립도가 낮은 전남의 경우 목포·여수·순천·나주·광양·담양·보성·해남·영암·영광을 제외한 12개 지자체에 소방서가 설치돼 있지 않아 보조기관이 소방 사무를 처리해야 하고 소방관서 설치 및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점으로 남고 있다. 

소방업무를 기초사무로 전환할 경우 지자체별로 소방관서를 운영해야 하는데 소방관서가 없는 지자체에 추가로 소방관서를 세울 경우 약 1조 5,000억 여원의 예산과 소방공무원 7,300여명을 신규로 채용해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1년 소방예산이 약 3조원 가량인 것을 감안한다면 절반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이와 함께 최근 소방방재청과 각 시ㆍ도 소방본부가 겪었던 소방공무원 초과근무수당 소송과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소방조직의 주요 관계자는 “광역소방체계에서도 소방공무원들의 초과근무수당을 주지 못해 법정 소송까지 가는 일이 발생했다”며 “기초소방사무체계로의 전환 시 재정 자립도가 낮은 시ㆍ군ㆍ구에서는 아마 소방공무원의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해 월급을 받지 못하는 소방공무원들이 일을 그만 두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소방업무 기초사무전환 모두가 난색 표명

분권위는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지방분권을 총괄하는 위원회로서 안건들을 심의ㆍ조정해 나가는 등 국가 및 지자체의 권한과 책임을 배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광역소방체계로 잘 운영되고 있는 소방업무를 기초사무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고 있지 못하고 오히려 특수성을 간과한 불합리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단지, 위원회 측은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 기초로 전환이 필요한 업무는 전환하되 현재의 광역체계가 효율성이 높다면 그대로 두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는 현재 직원들의 월급 책정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방업무까지 추진하게 된다면 예산과 인력운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팽배하다.

실제로 몇몇 기초지자체의 경우 지역 청소용역에 필요한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서민들을 돕기 위한 복지비를 예산에 편성하지 못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소방사무가 기초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재정자립도가 50%이하인 시ㆍ군이 많은 지금 소방사무가 기초로 전환된다면 예산과 인력운영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소방업무를 담당해 오던 광역자치단체들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다. 소방업무를 기초자치단체로 이양하면 소방안전에 허점이 생긴다며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자체의 발전을 위해 소방업무를 기초사무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올바른 것이지만 그것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 온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지자체 여건에서 전환된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분권위는 “현재 소방업무는 모두가 아닌 지역 소방전문치료센터의 지정ㆍ운영에 관한 사무 등 5개 기능 13개 사무에 대한 심의만 진행 중에 있으며 확정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

분권위는 오는 2월 말까지 소방사무는 물론 부처별 업무 이관 심의를 모두 마친다는 방침이며 앞으로 진행될 심의 결과에 따라 소방공무원은 물론 각 지자체, 전문가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희섭 기자 ssebi79@fpn119.co.kr
광고
ISSUE
[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