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Ⅳ

광고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기사입력 2023/05/19 [09:40]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Ⅳ

부산 해운대소방서 이재현 | 입력 : 2023/05/19 [09:40]

<지난 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대량 사상자 사고를 유발하는 테러 공격

해외에서 발생한 다수 사상자 또는 대량 사상자 사고는 자연재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총기나 화약류를 사용한 고전적인 테러가 많다.

 

하지만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차량을 사용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방법이 늘고 있다. 무기를 구하거나 화기를 조작할 능력이 없어도 운전이 가능하고 차량만 있다면 다수의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아주 쉽고 간단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량을 이용한 테러 공격을 ‘Vehicle Ramming Attack’이라고 한다. 총기나 폭발물을 사용한 공격보다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예방과 예측이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주로 레벨 1 또는 2 규모의 MCI를 유발하지만 2016년 파리 테러 사건처럼 레벨 3 이상의 대량 사상자 사고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니스에서는 바스티유 데이1)를 맞아 많은 사람이 해변가를 따라 걸으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범인들은 트럭을 사용해 길을 걷던 사람들을 무차별로 공격했고 그 결과 86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 이상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레벨 4 규모의 MCI로 환자가 광범위하게 분산된 Dynamic 형태의 대량 사상자 사고 유형이다.

 

▲ [그림 1] 2016년 프랑스 니스 차량 돌진 테러 현장과 테러에 사용된 트럭. 많은 사상자가 거리에 쓰러져 있다(출처 The Globe and Mail, Texas Public Radio, Al Jazeera, ABS-CBN News).

 

이 밖에도 2016년 독일 트럭 돌진 테러(사망 12, 부상 40명 이상), 2017년 3월 영국 런던 차량 돌진 테러(사망 4, 부상 50명 이상), 201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승합차 돌진 테러(사망 14, 부상 100명 이상)가 있었다. 

 

같은 해인 2017년 6월 영국 런던에서는 승합차로 사람에게 돌진하고 칼로 사람들을 찌르는 복합적인 테러(차량으로 사망 4, 자상으로 사망 4, 부상 50여 명) 사건도 있었다.

 

▲ [그림 2]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테러 사건들(출처 Agence France Presse)

 

이처럼 유럽에서는 총기, 화약이 아니라 차량을 사용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테러가 많지 않지만 차량 조작 미숙이나 음주운전, 과속, 마약 그리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 분노 표출 등 비슷한 사상자를 유발하는 사고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소방 조직에서는 이런 차량 돌진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가장 고전적인, 그러나 가장 위험한 총격으로 인한 다수 사상자 사고

프랑스 파리의 2015년 11월 13일은 독일과 프랑스의 친선 축구 경기가 열리고 록 밴드 이글스의 공연이 진행되는 등 연말을 즐기는 시민으로 가득한 평화로운 날이었다. 그러나 이슬람 테러 조직 IS의 조직원들은 파리 도시 7곳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16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① 프티 캉보주 식당ㆍ칼리옹 바 테러: 식당 내에서 총격을 가해 11명 이상이 사망

② 바타클랑 극장 인질극: 록 밴드 이글스의 공연 중 100여 명의 사람이 인질로 잡힘. 진압 과정에서 범인을 포함해 100여 명이 총격으로 인해 사망

③ 벨 레키프 바 테러: 식당 내부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인해 18명이 사망

④ 스타드 드 프랑스 테러: 스타드 드 프랑스 축구장 인근 식당에서 폭발이 발생해 10명 이상의 사상자 발생

⑤ 레알 슈퍼마켓 테러: 파리 중앙에 위치한 레알 슈퍼마켓에서 자살폭탄 테러ㆍ총격 사건이 발생해 수십 명이 사망

⑥ 라퐁텐 거리 테러: 스쿠터를 탄 남성이 총격을 가해 5명이 사망

⑦ 볼테르 거리, 공화국 거리 테러: 볼테르 거리에서 괴한 5~6명이 시민에게 총기 난사. 공화국 거리에서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4명 사망, 수십 명 부상

 

▲ [그림 4] ① 르 비샤 식당 테러(CBS NEWS), ②, ③ 바타클랑 극장 학살(Breizh-info.com), ④ 파리 테러 위치(출처 The Washington Post)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유럽 국가는 과거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납치해 국가의 노동력인 노예로 사용한 비인권적인 행위가 많았다.

 

결국 프랑스는 ‘똘레랑스(Tolerance)’라고 불리는 관용 아닌 관용을 베풀며 아프리카인이나 무슬림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이는데 이는 현재 유럽에서 일어나는 많은 테러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 

 

유럽 국가들은 육로로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아프리카나 동유럽 국가에서 AK소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2015년 프랑스 테러에서도 많은 사람이 AK소총에 피격해 사망하거나 부상했다.

 

▲ [그림 5] 영국 NHS Major Incident and Mass Casualty Events 매뉴얼(출처 www.england.nhs.uk)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테러의 대상이 돼 많은 부상자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고전적인 중증도 분류 방법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영국 NHS 구급대의 중증 외상과 다수 사상자 매뉴얼에서는 중증의 출혈 환자를 긴급 환자(Red Tag)보다 우선해 이송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또 생명을 위협할 만한 중증의 출혈 환자는 지혈대나 골반 고정대, 지혈제를 사용해 높은 수준의 중재를 하도록 한다. 이는 SALT, START 방법을 적용하는 대한민국 소방에서는 전혀 도입되지 않은 것인데 앞으로 한국도 중증도 분류에 대한 개념 전환이 필요할 듯하다.

 

특히 총상 환자의 응급처치 방법을 A(Airway), B(Breathing), C(Circulation)에 따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화기 종류에 따라 발생하는 부상 형태와 메커니즘 역시 상세히 안내하고 있어 구급대원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그림 6] 만달레이베이 호텔(출처 위키피디아)

▲ [그림 7] 호텔에서 공연장으로 사격 위치(출처 위키피디아)

▲ [그림 8] 발사된 총알의 위치와 사상자 모습(출처 Mass Casualty Incident: Lessons Learned from One October Shooting in LV: Preparing for the Future)

 

미국은 총기 소유가 합법이기 때문에 총기 난사로 인한 다수 사상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공격에 취약한 어린이나 학생들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 내에서도 개인의 총기 소지에 대한 여론이 팽팽하다. 

 

2017년 10월 1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루트 91 하비스트 페스티벌(컨트리 뮤직 콘서트) 중 인근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2만2천여 명의 사람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고 안전을 위해 경찰관 50명, 구급차 3대, 구급대원 16명이 현장에 배치됐다. 

 

오후 10시 8분 총기 난사가 시작됐고 10시 21분까지 13분간 1100발이 넘는 총알이 퍼부어졌다. 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총 63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환자 264명은 구급차 128대로 병원에 이송됐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와 마찬가지로 환자는 지역 내 여러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Centennial Hills 병원(5), Desert Springs 병원(93), Spring Valley 병원(53), Summerlin 병원(10), Sunrise 병원(212), Valley 병원(30), St. Rose–Siena 병원(58), St. Rose–San Martin 병원(23), St. Rose–de Lima 병원(5), UMC 병원(104명) 등 외상센터 레벨과 거리에 따라 옮겨졌다.

 

사고 발생 20분이 채 되지 않은 10시 25분, 첫 번째 환자가 레벨 2 외상센터가 있는 Sunrise 병원에 도착했다. 레벨 1 외상센터가 있는 UMC 병원에 첫 번째 환자가 도착한 건 10시 28분이었다.

 

한국은 개인 총기 소유가 금지돼 있어 총상으로 인한 부상자를 접하기 매우 어렵지만 사제 총기나 사냥용 엽총 등으로 인한 인사 사고를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엔 3D 프린터를 사용해 총기를 실제로 만들 수도 있어 언제든지 총기로 인한 다수 사상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 [그림 9] 미국 STOP THE BLEED 포스터(출처 lern.la.gov), 컴뱃 거즈를 삽입해 지혈하는 모습(출처 유튜브 QuikClot Combat Gauze - Wound Packing and Soak Through)

 

미국에서는 총상으로 인한 부상과 중증 외상 발생 시 초기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Stop The Bleed’ 캠페인을 수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의 목적은 일반인부터 최초 반응자(경찰, 소방, 경비원 등)들이 대량의 출혈이 발생한 환자에게 신속하게 지혈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있다. 

 

해외 EMS에 종사하는 구급대원이나 의무병들 역시 대량 출혈을 조기에 지혈할 수 있는 훈련을 하고 있다. TCCC 훈련을 비롯해 지혈대나 총상ㆍ관통상의 처치, 넓은 부위의 열상, 혈관 손상에 대한 훈련은 119구급대원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 프랑스 혁명 기념일로 군사 퍼레이드를 비롯해 불꽃축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5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소방의 다수 사상자 대응 방법의 변화 필요성 관련기사목록
[인터뷰]
[인터뷰] 옥동석 소방산업공제조합 이사장 “소방산업 대표 보증기관으로 위상 공고히 하겠다”
1/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