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여자 교수’ 아닌 ‘화재 교수’ 정소미로 불리고파”

중앙소방학교 개교 이래 첫 여성 화재 교수… ‘정소미 소방교’

유은영 기자 | 입력 : 2019/09/02 [15:42]

▲ 정소미 소방교  © 최영 기자

 

전국의 소방관들이 교육을 받는 중앙소방학교. 그곳엔 ‘화재학과 여자애’로 불리는 여성 교수가 있다. 그녀를 만나는 소방관들은 “여자였어? 여자야? 여자가 왜? 어쩌다 여기에?”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저에 관해 설명해주면 ‘와, 멋있다’, ‘응원한다’, ‘여자가 힘들지 않냐’란 말을 듣게 되는데 이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같이 일하는 팀원들 역시 똑같이 힘든 상황인데 전 여자니까 힘들거라 생각하고 여자니까 대단하단 말을 듣고 있으니까요”


중앙소방학교 개교 이래 첫 여자 현장 교수인 정소미 소방교는 2014년 중앙 구급특채로 소방에 입문했다. 경남 남해소방서와 통영소방서, 경남소방교육훈련장 등을 거쳐 중앙소방학교 화재학과 교수로 근무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 막연히 제복공무원이 되고 싶었어요. 학창시절 체육과 생물을 좋아했는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응급구조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해 소방서로 실습을 나갔는데 그때 만났던 선배님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와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셔서 소방관이란 직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정 소방교는 구급특채로 소방관이 된 이후 줄곧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다. 남해소방서 근무 당시 인력 부족으로 화재가 발생하면 구급대원도 구급차에 개인보호장비를 싣고 화재 현장에 투입되곤 했다. 그러다 남해소방서 대표로 소방전술경연대회에 나가게 된다.


“이 일이 제가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 계기에요. 경남 최초로 여성이 참가했고 경남소방교육훈련장에서 절 인상 깊게 보셨던 것 같아요. 소방 인력 증원에 따라 여성 소방관 채용도 늘어 여성 교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경남소방교육훈련장의 훈련 교관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정소미 교수는 화재 교수의 자격을 갖추고자 화재대응능력 1급 자격증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신임 소방공무원 기본교육을 해줬던 교수를 평가관으로 만나게 됐다. 당시 중앙소방학교는 천안에서 공주로의 이전을 추진하며 교수 증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개교 이래 첫 여성 화재 교수라는 타이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에 여자라서 대단하다고들 말합니다. 이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요. 저보다 뛰어난,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여성 소방관들이 많으신데 여기가 과연 제 자리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하죠”
스스로 더 나은 교수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는 정소미 소방교는 현재 응급구조사 1급과 화재대응능력 1급 자격을 갖춘 상태다.

 

소방 자격증 그랜드슬램을 목표로 인명구조사 자격도 준비 중이다. 자격증만으로 소방관의 현장 활동 능력을 판단할 순 없지만 정소미 교수는 자격을 갖춰야 활동 범위를 넓히고 더 나은 지식과 기술을 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제가 언젠가 이 자리에서 여자 교수가 아닌 ‘화재 교수 정소미’로 불릴 때가 된다면 많은 선, 후배들도 현장에서 여성 소방관이 아닌 ‘소방관’으로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교수로 활동하며 많은 신임소방관을 교육하고 있다. 특히나 올해는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이 유독 많아 전국의 다양한 새내기 소방관을 만나고 있다. 이들을 교육할 때 정 소방교가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초심을 잃지 말자”는 거다.

 

 

“교육 수료 후 일선 서에 배치되면 적응하랴, 출동하랴, 업무 배우랴 정신 없을 텐데 내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가 생기는 출동이나 동료와의 마찰, 민원에 시달리게 되면 초심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기 쉽죠. 그때 처음 소방관이 되려던 마음가짐과 소방학교에서의 힘든 체력 훈련, 첫 발령지의 선배들에게 인사했던 순간, 첫 출동의 두근거림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교육생 말 한마디, 행동에 따라 울고 웃는다”는 정소미 교수는 “저도 마찬가지겠지만 시간이 흘러 후배가 들어오고 베테랑 소방관으로 성장하면 언젠가는 정년퇴임을 하게 될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없도록 지금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며 진심 어린 조언을 잊지 않았다.


미국 소방관의 새내기를 위한 101가지 조언이라는 규칙 중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것이다’란 말이 있다. 정소미 교수는 “현장은 항상 두려운 공간이고 누구나 다 두렵지만 용기를 내야 할 사람이 바로 우리 소방관”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밤낮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전국 소방관 여러분이 다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같은 곳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우리 팀, 힘들 때 힘이 돼주는 동기, 친구, 지인 그리고 항상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는 우리 가족,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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