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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구급대원에게 찾아온 변화… “이제는 꿈을 꿉니다”

황대희 서울 구로소방서 공단119안전센터 소방교

유은영 기자 | 입력 : 2020/01/02 [13:47]

 

2012년 11월 구로소방서 독산119안전센터로 첫 출근을 했다. 선탑 선배가 연가를 가는 바람에 첫 출근에 첫 당번 근무를 하게 됐다. 오전 11시쯤 출동벨이 울렸다. 50대 남자 심정지라는 지령을 받고 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출동을 나가며 장비를 준비하는 순간부터 심장이 요동쳤다. 손, 발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미지트레이닝으로만 익혀왔던 순간을 맞닥뜨린다는 생각에 긴장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현장에 도착해 급하게 구급차 문을 열고 내리자 두 명의 심정지 환자가 있었다. 한 명이라던 지령과는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우선 20대로 보이는 환자에게 뛰어갔다. 배운 대로 가슴에 패치를 붙이고 정신없이 땀을 쏟으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머릿속은 온통 환자를 살려야겠다는 집념으로 가득했다.


3회의 제세동이 끝나니 터져 나오는 숨. 모니터를 보고 경동맥박을 체크하니 환자의 심장이 강하게 뛰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돌리자 또 다른 심정지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50대 남성이었다. 때마침 도착한 후착 구급대에 환자를 인계하고 20대 남성에게 CPR을 하며 강남성심병원으로 향했다.


“환자를 이송하며 환자 휴대전화로 보호자에게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구급대원이었습니다. 함께 쓰러져 있던 50대 환자가 바로 아버지였던 거죠. 환자 어머니께 전화해야 하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에어컨을 수리하는 아버지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시는 게 안쓰러워 함께 나섰던 부자. 에어컨을 수리하다 전기에 감전되면서 일으킨 심정지는 결국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갔다.


“구급대원의 쓰임으로 봤을 땐 남들보다 특별한 시작을 했다고 생각해요. 이 첫날 출동이 평생 구급대원으로 살아야 할 제게 올바른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 해줬죠.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어요”

 

 

서울 구로소방서 공단119안전센터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황대희 소방교. 2012년 7월 구급특채로 임용된 그가 처음부터 소방관을 꿈꾼 건 아니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재수에서도 실패한 그는 바로 군대에 갔다. 어느날 군에서 열린 응급처치 인원 CPR 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때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제대 후 남을 위해 살고 싶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응급구조학과에 진학하게 됐죠. 늦은 나이에 간 대학이라 더 책임감 있고 올바르게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막상 구급대원이 된 황대희 소방교는 강렬했던 첫 출동 이외에는 주취자나 비응급환자들을 주로 만났다. 뭔가 무뎌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차는 쌓여갔지만 그나마 알고 있던 구급 술기는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듯했다.


그런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2018년 현장외상술 1기 강사과정을 운명처럼 만나게 된 게 그 시작이다. 그는 이 일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말한다.


티핑 포인트란 어떤 작은 요인에 의해 한순간 폭발적으로 변화하거나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걸 말한다. 때로는 엄청난 변화가 작은 일에서 시작돼 폭발적으로 번질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1년에 40시간을 채워야 하는 교육점수를 2주짜리 교육이면 한 번에 채울 수 있어 ‘쉬다 와야지’라는 마음으로 갔던 교육이 제 구급대원으로의 삶을 180도로 바꿔줬습니다”


별생각 없이 간 교육에서 만난 구급대원들은 절반 이상이 동호회 활동을 시작으로 현장외상술 강사과정을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롤모델이 없던 그가 롤모델을 발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교육에서다.

 

“입교 정원 30명 중 30등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토론하는데 처음 CPR 했을 때의 깜깜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이런 능력으로 노력하고 있었다고?’란 생각이 들며 친절하기만 하면 된다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닥치는 대로 교육을 받고 공부했다. 현장대응단에서 전문 구급대 신임자들을 만나 함께 훈련하면서 이제는 어엿한 구급 강사 인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100점을 만드는 것보다 70점 구급대원이 많아지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체득할 수 있는 술기는 분명 제한적이기에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교육과 훈련을 찾아가면 성장할 수 있고, 의지만 있다면 분명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얼마 전 서울에서 진행한 교육ㆍ훈련 경연대회에 출전해 1등을 차지했다. 발표 주제는 ‘팀 트라우마’였다. 팀 트라우마 교육은 서울 소방에서 전국 최초로 만든 현장 외상소생술 기반의 교육이다. 구급ㆍ구조ㆍ지휘팀ㆍ진압대가 함께 팀 단위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는 이 교육을 발전시켜 소방의 현장 대응 역량을 확보하는 데 기여하고픈 욕심이 크다. 대형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명의 능력보단 팀 단위의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구급대원이 지금은 현장외상소생술 교육과 팀워크를 통해 크게 변화했습니다. 이제는 현장과 교육을 통해 얻은 것들을 팀 트라우마라는 새로운 교육 개발에 녹여보고 싶습니다. 대형 재난이나 재해 현장에서의 한국화를 이루고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은영 기자 fineyoo@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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