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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119] “구급 발전하려면 마침표 아닌 물음표를 던져야 합니다”

인터뷰 이한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2/09/20 [10:00]

[Hot!119] “구급 발전하려면 마침표 아닌 물음표를 던져야 합니다”

인터뷰 이한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2/09/20 [10:00]

 

“소방학교에서 강의하면서 구급대원들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기본적인 응급처치법은 책이나 인터넷에 다 나와 있어요. 기초적인 부분이라도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보고 서로 공유해야 구급 분야가 성장합니다. 무엇이든 좋습니다. 질문을 두려워 마세요”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26일. 소방청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전화벨이 울렸다. 지역의 한 소방서 구급대원 전화다. 급한 목소리로 환자 신상과 함께 현재 상태를 알린다. 구급대원과는 달리 전화를 받은 남성은 아주 침착하게 대응한다. 

 

“IV(Intra Venous, 정맥로 확보) 해주시고요. NS 500㎖ drop 후 산소 15ℓ/min로 주면서 병원으로 이송해 주세요”

 

구급대원에게 의료지도를 한 남성은 이한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교수다. 이 교수는 7년째 소방청에서 구급대원의 선생님으로 불리는 구급지도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 응급의료 분야 전문가로 유명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의사를 꿈꿨던 건 아니다. 

 

“기자가 되고 싶어 인문학부에 진학했는데 갑자기 국제공인회계사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장래희망이 바뀌어 반수를 하기로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너무 잘 나온 거에요. 그러자 어머님께서 저 몰래 의대에 원서를 접수하셨어요. 제가 늘 의사가 되길 바라셨거든요”

 

당시는 문과생도 이과로 교차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운 좋게 의대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터라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뼛속까지 문과생이라 의학 공부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처음엔 너무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의학이 적성에 잘 맞았고 수업도 곧잘 따라갔어요. 외울 게 정말 많은데 제가 암기는 조금 자신 있었거든요. 심지어 공부가 재밌기까지 해서 6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어요”

 

 

이 교수는 의대만 졸업하면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정형외과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병원 인턴에서 계속 낙방했다. 결국 그는 상대적으로 비인기 전공으로 인식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되기로 했다. 이 선택이 그의 인생에서 이토록 큰 변화를 가져올 지 그땐 알지 못했다.

 

“대한응급의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저희 부모님이 모두 선생님이시고 제가 또 문과 출신이다 보니 말주변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아요. 소방학교 교수님께서 제가 발표하는 모습을 보곤 특강을 와줄 수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처음 소방과 연이 닿았습니다”

 

이 교수는 2015년 경기소방학교와 충청소방학교에서 구급대원을 대상으로 첫 특강을 진행했다. 주제는 ‘병원 전 단계에서의 내ㆍ외과적 응급처치’. 그러나 병원에서 근무하는 그에게 병원 전 단계는 낯선 분야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모두 병원 전 단계가 환자 예후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구급대원이 병원 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처치를 하는지 잘 모르는 의사가 많았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공부해보니 병원 전 단계가 잘 진행되지 않으면 병원에서의 치료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단 걸 깨달았죠”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병원 전 단계와 병원단계의 ‘연결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구급대원들이 단순히 이송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병원에서 처치 받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어서다.

 

“의사들이 병원 전 단계를 잘 모르는 것처럼 구급대원들도 병원에서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하는지 알지 못하겠죠. ‘환자를 병원에 이송했으니 우리 임무는 끝났고 나머진 의사가 알아서 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내가 하는 처치법이 병원치료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까지 계산해야 환자의 일상 회복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집니다”

 

 

그는 구급대원 사이에서 재밌고 알차게 가르친다고 소문나 있다. 특강 때마다 중앙소방학교 강의 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 그는 소위 일타강사다.

 

6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열린 ‘제2회 119 EMS 컨퍼런스’에서 발표하는 그의 영상엔 “이한유 교수님 강의 너무 좋았습니다. 시간제한 없이 듣고 싶어요”, “이한유 교수님 전달력 최고예요”, “소방청은 이한유 교수님 잘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가 이 교수 칭찬이었다. 

 

“강의에서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생 눈높이와 니즈(needs)에 맞추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 이렇게나 많이 알아, 그러니 전부 알려 줄게’. 이런 일방적인 방식의 강의는 좋은 교육이 될 수 없어요. 많이 주입한다고 해서 과연 그분들이 현장에서 다 풀어낼 수 있을까요?”

 

강의 때마다 항상 구급대원들에게 뭐든 질문하라고 말하는 이한유 교수. 그 이유는 좋은 질문을 해야 좋은 구급대원이 되고 그 사람들이 모여 구급이 발전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질문을 하긴 어렵겠죠. 하지만 자기 스스로 마침표를 찍어버리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합니다. 그에 발맞춰 저도 더 열심히 공부하려고요. 우리 모두 노력하면 우리나라 구급도 한 발짝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2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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