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19] “시대 흐름에 맞춰 현장 대응 체계도 변화해야 한다”[인터뷰] 김남휘 경기 고양소방서 소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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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우리 소방은 재난 현장에서 동료를 잃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사고라는 건 언제나 상상의 범위를 넘어 발생하곤 합니다. 소방관이 된 이후 줄곧 어떻게 하면 동료의 순직을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 왔습니다”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인 김남휘 소방령은 현장지휘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 은평소방서와 경기 안산소방서, 경기ㆍ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등에서 화재진압대원과 지휘관으로 활동한 15년 차 소방관이다.
2008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선착대는 인명 구조와 화재진압을 위해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소방관 세 명은 하늘의 별이 됐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의 순직 소식을 들은 김남휘 소방령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 하나의 목표가 자리 잡았다.
‘다신 동료를 하늘로 떠나보내지 말자’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현장 활동 경험과 더불어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했다. 단순하고 맹목적인 목표로만 이 모든 걸 해내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허다했다. 하지만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현장에 출동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일반 화재와 대형화재 현장은 대응체계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수많은 인원을 통제해야 하는 대형화재 현장에서는 소방력이 보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죠. 이후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화재사례를 찾으며 연구를 지속했습니다”
2019년 고양소방서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서은석 서장이 그를 집무실로 불렀다. 평소 그가 현장 지휘와 관련해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던 서 서장은 “화재진압 전술 관련 책을 써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이걸 시작으로 ‘소방내전’이 세상에 나왔다.
“소방내전은 체계적인 화재진압 전술과 수원 확보에 중점을 뒀어요. 이전까지 활용되던 진압 전술도 훌륭하지만 변화하는 현장을 고려하면 새로운 전술 체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축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경기 변화에 따라 전략을 달리 세우듯 더욱 체계적인 대응 전략과 상황별 임무 부여 체계를 갖춰야만 현장이 더 안전해진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는 틈나는 대로 소방학교에 강의를 나가며 소방내전 전술 전파에 힘썼다. 긍정적인 반응만 있었던 건 아니다. ‘지금 하던 대로 하는 게 편해.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등 부정적인 의견도 다수였다. 그렇게 벽에 부딪히거나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더 많은 소방관에게 소방내전을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쉽고, 편하고, 안전한 현장 활동’으로 소방관 순직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죠. 독자와의 접점을 찾으려면 새로운 매개체가 필요했습니다. 이게 바로 <119플러스>의 문을 두드리게 된 이유죠”
김 소방령은 2022년 3월부터 1년 반에 걸쳐 <119플러스>에 소방내전을 연재했다.
기고문을 작성할 때마다 이전 내용을 다듬고 해외사례를 추가하면서 글의 완성도를 한층 높여가려고 애썼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전국에서 소방내전을 응원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한 대원들이 속속 등장했다. 더 나은 전술을 위한 의견을 제안해 주기도 했다.
지난 7월 그간의 기고 내용은 ‘소방내전 Periodical Edition’란 이름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책은 프롤로그와 소방내전,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본론에 해당하는 소방내전에는 그간 연재된 내용을 담았고 소방관으로 지내오며 가졌던 생각이나 신념 등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담았다.
그의 고민과 노력에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소방내전 Periodical Edition’을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차량 배치와 고가사다리차 활용 방안 등 전술이 우리나라 화재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차량 배치나 고가사다리차 활용 방법이 현장에 맞지 않는 건 아닙니다. 현장마다 적용할 수 있는 전술이 다르듯 기본 전술을 바탕으로 상황 변화에 맞춰 전술을 적용하는 게 필요합니다. 기본 전술을 토대로 독자들이 자신만의 전술을 펼칠 수 있길 바라고 있습니다”
수년간 ‘쉽고 편하고 안전한 현장 활동’에 대한 고민과 생각으로 책까지 집필한 김 소방령. 그는 지금보다 더욱 체계적인 현장 대응 전술을 갖춰 소방관 순직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다.
“지금도 체계적인 현장 대응 전술에 도움이 될 만한 해외 자료를 찾아보고 우리나라 환경과 맞는지 분석하곤 해요. 제도적으로 더욱 쉽고, 편하고, 안전한 체계를 잡는 게 직업적 사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한민국 소방관이 더 안전해지는 그날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9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