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슬픔을 남겼다. 지난 6월 24일 부산 개금동에서 7살과 10살 자매가, 7월 2일 부산 기장군에서 6살과 8살 자매가 화마에 희생됐다. 두 사건 모두 부모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발생했으며 아이들은 스스로 대피하려 했지만 끝내 비극을 피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고는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화재 시 아이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방법을 충분히 배우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은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만큼 반복적인 상황별 대피 교육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전소방본부는 방학 전후로 각 초등학교에서 ‘아파트 화재 상황별 대피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연령과 발달 단계에 맞춘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통계청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거 형태 중 아파트가 65.3%를 차지한다.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만큼 아파트 화재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화재안전교육은 ‘불나면 대피 먼저’라는 슬로건으로 무조건적인 대피를 강조했으나 소방청의 2023년 분석 결과 아파트 화재 인명피해의 39.1%가 무리한 대피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는 불에 타지 않는 콘크리트 구조로 98.2%의 화재가 발생 층과 지점에만 머물렀다.
이에 소방청은 ‘불나면 살펴서 대피’라는 새로운 지침을 제시했다. 이 지침은 화재 상황을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안전한 대피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첫째, 우리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관 대피가 가능하면 가족에게 알린 뒤 계단을 이용해 연기를 피해 낮은 자세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다.
둘째, 현관 대피가 어렵다면 대피공간, 경량칸막이, 하향식 피난구, 완강기 등 아파트 피난설비를 이용한다. 설비가 없거나 사용이 어려우면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틈새를 막아 연기를 차단한 뒤 119에 구조를 요청한다.
셋째, 다른 곳에서 화재가 났으나 우리 집으로 화염ㆍ연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무리하게 대피하지 말고 안내 방송 청취와 함께 상황을 지켜보며 대기한다.
넷째, 다른 곳 화재로 화염ㆍ연기가 우리 집에 유입된다면 1ㆍ2번 절차에 따라 대피한다.
아파트 화재 상황에서는 무조건 뛰쳐나가기보다 상황을 판단하고 가장 안전한 방법을 선택하는 게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 모두가 ‘살펴서 대피’하는 습관을 생활 속에 자리 잡히게 해야 한다.
대덕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장 김수현
※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 등은 FPN/소방방재신문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