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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시행 9개월째 돌입한 성능위주 소방설계

- 건축물 안전성 향상에 큰 몫 “인식 전환점 맞아!”
- 안정적인 정착 위해선 미비점 검토도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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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2/04/09 [09:58]

<기획취재> 시행 9개월째 돌입한 성능위주 소방설계

- 건축물 안전성 향상에 큰 몫 “인식 전환점 맞아!”
- 안정적인 정착 위해선 미비점 검토도 이뤄져야

최영 기자 | 입력 : 2012/04/09 [09:58]
성능위주 소방설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9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법규 중심으로 이뤄지던 국내의 소방설계가 성능 중점으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과거 법규만을 만족하면 완전한 소방시설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인식으로부터 벗어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과 함께 관련 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한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도 한창이다.

한국과학기술대학교와 방재시험연구원 등 전문기관에서는 화재피난시뮬레이션 등 성능위주 소방설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활발한 운영에 돌입했고 GS건설에서는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초고층 화재 시나리오 구축기술’을 개발해내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의 소방설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은 지난해 7월 시행되기 시작한 ‘성능위주 소방설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이다.

국내 소방기술사를 대표하는 한국소방기술사회의 성능설계위원장인 김상일 기술사((주)한방유비스)는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 이후 소방시설에 대한 개념이 법규와 사양위주에서 성능위주로 전환되고 있다”며 “건축물의 특수성에 따라 강화된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안전성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로부터 최초의 성능위주소방설계를 적용받았다는 홍보를 시작한 '오 비즈 타워'   
초고층 등 특수 건축물에 성능위주 소방설계가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소방설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유연성이 부여됐고 이를 통해 더욱 높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은 국민이 건축물을 바라보는 인식 차원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에 자리잡는 35층 규모의 오 비즈 타워는 오는 14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건축물은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에 따라 지식산업센터로는 최초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성능위주 소방설계를 적용했다는 홍보문구를 벌써부터 내걸었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화재와 재해로부터 입주민과 방문객의 안전을 철처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획일적인 법규정에 의존해 오던 건축물의 소방시설이 성능위주 소방설계가 적용되면서 국민에게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성능위주 소방설계는 국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 향상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며 향후에는 해당 소방대상물의 특성에 적합한 소방안전을 실현해 불필요한 소방설비의 배제와 새로운 소방기술의 적용도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최근에는 보다 안정적인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을 위해 요구되는 개선점들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더욱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발표된 관련 연구자료를 비롯해 현장에서 나타나는 애로점에 대해 살펴봤다.

성능위주 소방설계 대상 확대 필요성 대두

지난해 7월부터 반드시 성능위주 소방설계를 적용해야 하는 특정소방상물은 ▲연면적 20만제곱미터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 ▲건축물의 높이가 100m 이상인 대상물(지하층을 포함해 층수가 10층 이상) ▲연면적 3만 제곱미터 이상인 철도역사나 항공시설 ▲하나의 건축물에 영화영상관이 10개 이상인 소방대상물 등이다.

성능위주 설계가 본격 시행되면서 이 같이 제한적으로 설정된 대상물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초고층 아파트의 건설이 늘어나면서 화재 발생시 더욱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현 시행 제도에서는 주거시설인 아파트를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도 아파트와 상가가 소방시설이 별도로 설치된 경우는 성능위주 설계 대상에서 제외된다.

실제 이양주 소방기술사((주)한방유비스)가 연구를 통해 365명의 소방전문가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아파트가 성능위주 설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에 68%에 이르는 250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주거시설이 비 주거시설에 비해 인명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설문조사에서 아파트를 포함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61%가 거주시설로서 화재발생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외 응답자들도 고층 아파트가 많이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시행절차 문제는 없나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소방대상물의 성능위주 설계를 위해서는 ‘건축심의’시 성능위주 설계를 평가받은 이후 ‘건축허가’ 시 또한번의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양주 소방기술사의 연구결과에는 이로 인해 시간적, 비용적인 낭비가 발생되고 있어 해소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소방기술사회 김상일 소방기술사는 “피난 방화나 소방활동 등을 고려한 건축방재 개념이 건축심의단계에서 이뤄지고 건축허가 단계에서는 세부적인 소방시설이 검토되기 때문에 양면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보편적으로 건축심의단계에서는 2명의 방재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 때는 문제점을 놓칠 가능성이 커 차후 건축허가에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재확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상일 기술사는 “심의와 허가과정이 가장 불편한 부분이긴 하지만 필요성은 큰 게 사실이다”며 “심의전 단계의 일정부분 간소화를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화재 시나리오 관련 규정정립 검토해야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핵심은 전산유체역학 등을 사용해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축물의 화재와 피난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행 고시 규정에 따르면 이를 위해 총 7가지의 화재 시나리오 중 최악의 3가지를 선택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화재 시나리오 설정이 성능위주 소방설계를 적용하는 설계자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어 구체적인 시나리오와 평가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성능위주 설계의 심의시 소방관서와 심의위원들이 개인적 성향이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능위주 소방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나리오 설정이지만 이를 보는 심의위원들의 시각차가 크고 지역별로도 편차가 있어 안전성 평가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문적인 설계자의 관점에서 중점을 둔 시나리오를 설정해 심의를 받을 때에는 당시 상황 또는 심의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이것이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일부 심의위원은 성능위주 설계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기존 법적인 규정에 관점을 두고 심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화재시나리오와 관련된 규정 중 인명안전 기준에 대해서도 분명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양주 소방기술사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설계 시나리오 중 인명안전 기준에는 호흡한계선이나 열, 가시거리, 독성 기준 중 몇 가지를 만족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아울러 온도와 가스농도가 호흡선 높이의 공간 내 전체 면적이나 특정 지점에 한정되는지 여부도 쉽게 알 수 없고 화재성장에 따른 최성기의 순시값인지 또는 화재성장전 과정에서의 시간평균치인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관련 규정에서 설정된 독성값(CO, HCN, O2, CO2)에서도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여러개의 주어진 독상 값 전체를 만족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이 HCN(hydrogen cyanide, 시안화수소) 농도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HCN농도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심의위원들에 따라 독성값을 전체 또는 일부를 적용해야 한다는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명확한 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화재 시나리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소방방재청 차원의 연구 등을 통해 화재별 예시를 설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성능위주 설계 위한 교육체계 강화돼야

성능위주 설계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 교육 인프라 조성도 절실하다. 성능위주 설계자의 지식과 능력은 설계 자체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이지만 화재 및 피난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사용자의 기술력은 설계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소방기술사라는 자격 뿐 아니라 성능위주 소방설계에 대한 전문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양주 소방기술사는 연구결과를 통해 “성능위주 설계 결과를 공정하고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성능위주 설계 평가자에게도 전산유체역학과 화재 및 피난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양주 기술사가 소방관련 전문가 365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2%(299명)가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을 받은 사람의 경우도 대부분 1~2주일의 단기적인 교육이어서 성능위주 설계에 대한 더욱 많은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양주 기술사는 “성능위주 설계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성능위주 설계자 및 평가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에서 화재 및 피난 시뮬레이션, 화재역학 등을 이수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담당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방기술사회의 강병호 회장도 “설계자의 능력 배양을 위해서는 설계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교육체제를 정립해나가는 것은 이 분야 유관기관들이 함께 노력해하며 풀어가야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성능위주는 선택과 집중이 관건… “인식전환 절실”

성능위주 소방설계의 가장 큰 장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방시설의 성능을 향상하고 다양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는데 있다. 하지만 성능위주 소방설계 심의에서 개인적 성향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면서 판단하는 기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재하중이 적고 거주밀도가 적은 곳은 소방시설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용도자체가 위험성이 높을 경우엔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는 엔지니어의 능력을 신뢰하는 수준이 낮은 실정이다. 또 심의가 이뤄질 때에는 보수적인 판단이 나오는 경향도 크다.

이로 인해 성능위주 설계의 심의가 이뤄질 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비합리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합리적인 부분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김상일 기술사는 “성능위주 설계가 시행되면서 단기간에 엔지니어들의 능력이 많이 향상된 것이 사실이고 엔지니어 차원에서도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심의를 맡은 전문가들도 성능위주 설계의 실질적 효과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고려할 수 있도록 시각을 전환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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