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화마를 물리치는 건축자재 ⑦] 초고온 공정 산업 전반을 책임지는 글로벌 내화ㆍ단열 솔루션 기업 ‘모간’유구한 역사 속 쌓은 노하우로 독보적 내화ㆍ단열 기술력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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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창기 모간 관계자들 © FPN |
모간의 역사는 정확히 1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출신의 모간 형제가 1856년 런던에 도가니 회사를 세운 게 기원이다.
19세기 중반은 영국이 제1차 산업혁명을 막 겪은 시기다. 방직기와 증기기관 등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균질하고 강한 강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영국에 금속을 녹이는 도가니 회사가 많이 태동한 배경이다. 도가니는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을 일컫는다.
고품질 도가니로 입소문을 타며 빠르게 성장한 모간은 고온 공정과 산업 설비용 소재 기술을 지속해서 축적했다. 1964년 산업용 세라믹 회사를 인수한 모간은 고온ㆍ내화용 세라믹 단열재(Refractory Ceramic Fiber, RCF)를 본격적으로 제조ㆍ공급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산화알루미늄과 이산화규소(실리카) 기반의 이 단열재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2002년엔 국제암연구소로부터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되기도 했다. 사람이 흡입하면 폐 속에 오래 남는 ‘생체잔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모간은 1986년 내화성은 유지하면서도 인체엔 무해한 또 다른 세라믹 단열재, AES(Alkaline Earth Silicate)울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독보적 기술로 전 세계 100여 개국 글로벌 사업망 구축
![]() ▲ 모간 한국 법인 전경 © FPN |
모간은 철강과 석유화학, 발전, 시멘트, 유리 등 고온 공정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내화ㆍ단열 솔루션을 공급한다. 특히 초고온 설비의 에너지 효율 향상과 탄소 배출 저감을 동시에 고려한 단열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연구개발(R&D)과 현장 기술 지원을 결합한 맞춤형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산업 고객과의 협업도 확대하는 중이다.
![]() ▲ 모간 대구공장 © FPN |
1909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북미와 남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전 대륙 100여 개국에 진출하며 글로벌 사업망을 구축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약 2조원에 달한다. 1978년에는 한국 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최근엔 친환경성까지 갖춘 차세대 고온 단열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내화ㆍ인체안전ㆍ보온성 등 장점들만 두루 갖춘 단열재 ‘파이어마스터’
![]() ▲ AES울 파이어마스터 © FPN |
AES울(Alkaline Earth Silicate, 이하 파이어마스터)은 모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고온 단열재다. 알칼리토 금속 계열인 산화칼슘과 산화마그네슘에 이산화규소(실리카)를 19% 함유해 제작했다.
가장 큰 특징은 내화성이다. 모간에 따르면 파이어마스터는 유럽표준인 EN 13501-1 시험에서 불연 최고등급인 ‘A1’을 획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시험을 통해 3시간 내화성능을 확인받았고 1100℃ 가열 시 수축 정도를 확인하는 KS L 9104 테스트를 통과했다. 여러 시험 결과 기존 불연자재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1200℃의 초고온에서도 견딘다는 게 모간 설명이다.
파이어마스터의 또 다른 장점은 친환경성이다. 한때 많이 쓰인 RCF의 치명적 단점인 발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모간에 따르면 파이어마스터는 시공 중 흡입하더라도 생분해되므로 인체에 안전하다. 국제암연구소는 물론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발암성 물질 규제를 완전히 면제받았다.
![]() ▲ 파이어마스터가 구축된 모습 © FPN |
섬유 결합에 사용하는 유기 바인더가 전혀 첨가되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파이어마스터는 섬유 길이가 길어 직접 봉제하기에 화재 시 유독가스가 방출되지 않는다.
또 열전도율이 0.034W/mk 이하로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상 가장 우수한 ‘가’등급을 받을 정도로 보온성이 좋다. 국제공항과 공동주택, 대기업 사옥 등 수많은 곳에 설치됐다.
[인터뷰] “덕트 화재 줄이려면 시스템 구조 시험 도입해야”
이민호 모간 매니저
![]() ▲ 이민호 모간 매니저 © FPN |
“덕트와 샤프트 등이 화염의 통로가 돼 불이 확산한 사례가 연중 100건 이상 발생한다. 덕트는 반자에 가려 있어 화재를 조기에 알아차리기 어렵고 발견하더라도 진압하기 쉽지 않다. 또 덕트 내부 열기가 주변 가연물로 번져 피해가 확산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화재를 막기 위해선 외국처럼 덕트 내화구조 시험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018년 2월 3일 오전 7시 56분께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 빅5 병원 중 하나로 2172병상을 갖춘 대형 상급 의료시설이다. 당시 47명이 숨진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막 지난 시점이라 소방은 초긴장 상태였다.
불은 본관 3층 푸드코트 내 한 피자가게 직원이 영업준비를 위해 화덕에 불을 붙이던 과정에서 시작됐다. 솟구친 불씨는 덕트 내 기름 찌꺼기를 만나 확산했고 배기덕트를 타고 약 60m나 떨어진 천장 배기ㆍ공조덕트까지 이어졌다.
특히 덕트 내부의 강한 열이 천장 우레탄폼으로 복사돼 착화되면서 불똥이 건물 내부 통로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 화재로 반자 마감재 등이 불에 타 약 45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3명만 경상을 입는 등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다.
이민호 모간 매니저는 이 사고가 주방 덕트 화재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한다.
그는 “당시 세브란스병원은 일부 덕트에만 난연 단열재가 시공됐고 복사열에 의해 불이 번진 덕트엔 단열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설사 단열재가 덮여 있었더라도 불연에 한참 못 미치는 재질이었기에 복사열에 의해 착화된 것”이라며 “덕트에 반드시 불연 보온재가 쓰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건설기준 표준시방서(KCS 31 20 05)상 주방 후드 배기덕트 단열재는 불연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 규정만으론 덕트 화재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이 매니저 주장이다.
이 매니저는 “우리나라는 덕트와 단열재, 각각의 재료에 대해 화재시험을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특정 지점에 열이 집중되거나 틈이 생길 수 있기에 자재가 불연이더라도 화재안전 성능을 담보할 순 없다”며 “외국처럼 실제 현장에 시공하는 시스템 구조로 테스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표준 제정기관인 ASTM(American Society for Testing and Materials) 시험방법(ASTM E 2336)은 덕트와 보온재, 고정핀 등까지 조립체 그대로 시험해 내화성능은 물론 내구성, 인접 가연물에 불이 붙는지까지 확인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시험(ISO-6944-2) 역시 시스템을 그대로 갖춘 다음 한쪽 면에 불을 가열한 후 반대편의 온도가 일정 수준(180℃)을 넘지 않아야 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 매니저는 “최근 5년간 덕트 등이 화염 확산의 통로가 된 건수가 567건에 달하고 주방 화재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작은 부주의로 시작되는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시험방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간은 세계적인 내화 규정 강화 흐름에 맞춰 단일 층으로도 내화 성능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마무리되면 한국 시장에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이 매니저는 “내화 규정이 갈수록 강화되는 만큼 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성능을 확보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