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광고

[단독] 3년 전 소방완비 받은 고시원에 20년 묵은 화재감지기, 제 기능했을까

화재경보설비 설치 이후 기능 유지 위한 관리는 했나
두 차례나 진행한 다중업소 완비… 시설 교체 없없다
성능저하로 피난 막는 노후 화재감지기들 이대로 좋나

광고
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22/04/18 [00:10]

[단독] 3년 전 소방완비 받은 고시원에 20년 묵은 화재감지기, 제 기능했을까

화재경보설비 설치 이후 기능 유지 위한 관리는 했나
두 차례나 진행한 다중업소 완비… 시설 교체 없없다
성능저하로 피난 막는 노후 화재감지기들 이대로 좋나

최영 기자 | 입력 : 2022/04/18 [00:10]

▲ 불이 난 영등포 고시원의 화재수신기  © 최영 기자

 

[FPN 최영 기자] = 지난 11일 두 명이 숨진 영등포 고시원 화재 당시 고시원 내에 설치된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보이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해당 고시원은 3년 전 소방완비를 받았지만 화재감지시스템은 20년이나 된 노후 시설인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드러났다.

 

불이 난 고시원이 들어선 건물은 1977년 사용승인이 이뤄졌다. 건물 자체가 오래돼 자체적으로 구축된 소방시설은 층마다 있던 소화기가 전부였다. 1976년 당시 법규에 따라 연면적 1천㎡ 미만은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건축허가동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시원 건물의 연면적은 812.89㎡다.

 

해당 고시원은 2011년 한 차례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을 받은 뒤 2019년 4월 15일 업주 변경 과정에서 다시 완비를 받았다. 2층 고시원에만 소방시설이 집중적으로 갖춰진 배경이다. 

 

소방에 따르면 화재 당시 고시원에 설치된 소방시설은 수동식소화기 36개, 간이소화용구(자동확산소화용구) 1개, 간이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수신기 1개, 감지기 38개) 가스누설경보기 1개, 유도등 6개, 유도표지 34개 등이다.

 

하지만 최초 설치 이후 성능 유지를 위한 소방시설 관리는 부실했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실제 <FPN/소방방재신문>이 고시원의 소방시설을 직접 조사해 본 결과 소방시설 대부분이 노후 상태로 운영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화재 초기 경보를 울려 피난 시간을 확보해주는 필수 시설인 화재감지시스템(자동화재탐지설비)은 무려 20년 전 제조된 제품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화재감지기로부터 신호를 받아 경보 신호를 내보내는 화재감지시스템의 두뇌격인 ‘수신기’와 화재감지기는 모두 2002년 5월 생산품이었다. 최초 2011년 다중이용업소 완비증명 이후 불과 3년 전 업주 변경 시 관할 소방서로부터 완비증명을 또 받았지만 소방시설은 오랜 기간 단 한번의 교체 없이 운영해 왔음을 나타낸다.

 

▲ 화재 수신기와 화재감지기의 제조일을 확인해보니 모두 20년 전에 생산된 제품들이었다. © 최영 기자


이 같은 노후 화재감지기가 제 기능을 발휘했을 거란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소방청이 주최한 제33회 119소방정책 컨퍼런스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경기도 시흥소방서의 연구 자료에선 노후 소방시설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당시 연구에선 사고가 난 고시원에 설치된 감지기와 동일한 유형의 감지기(차동식 스포트형 열감지기)를 1년, 3년 5년, 10년, 15년, 20년 등 제조 시기별로 수거해 시험한 결과 노후 기간별로 감지시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5년, 10년 된 감지기 중에서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 감지기도 다수 있었다.

 

특히 일반인의 보행속도(1㎧)를 기준으로 설치 후 20년이 경과한 감지기는 약 3년 된 감지기(9.86m)와 비교할 때 4.33m(14.19m)의 피난 시 손해 거리를 발생시킬 만큼 감지시간이 둔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쉽게 말해 오래된 감지기일수록 감도가 둔해져 적기 피난을 알려주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지난 2015년에는 한국소비자원이 노후 아파트에 설치된 감지기 151대를 수거해 정상 작동 여부를 시험한 결과 22대에 달하는 감지기가 정상 성능조건(소방청 형식승인 기준)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미작동 화재감지기 22대 중 63.6%에 달하는 14대가 20년 이상된 제품이었고 27.3%를 차지하는 6대의 감지기는 15년 이상 20년 미만 제품이었다.

 

▲ 불이 난 영등포 고시원에 설치된 차동식 스포트형 열감지기  © 최영 기자

 

두 명이 숨진 영등포 고시원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작동은 했을지 몰라도 적정 감도 등 적정시간에 작동해 제 기능을 발휘했을 가능성만큼은 보장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소방청이 수립한 ‘비화재경보 종합대책’ 자료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 같은 감지기의 내용연수를 연기감지기는 10년, 열감지기는 15년(반도체식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반 국민은 물론 소방 관련 기술자조차 감지기 교체 주기를 가늠하거나 준용할 수 있는 내용연수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소방청은 화재감지기 노후화에 따른 신뢰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화재감지기에 대한 내용연수 기준을 정립하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아직 뚜렷한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노후 소방시설 연구를 진행한 시흥소방서 연구자료에선 “피난 취약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도가 좋은 화재감지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년변화에 따른 감지기의 유지ㆍ관리 시점을 수립해야 하고 감지기의 교체 연수 기준도 반드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광고
ISSUE
[ISSUE] 소방조직 미래 ‘새내기 소방관’ 교육, 전면 개편한다
1/5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