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 국회 보고… 원칙없고 부실했던 작업ㆍ서버 이중화 맹질타여야 의원 “충전율 80% 상태서 작업 강행… 인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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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가 열리고 있다. © 박준호 기자 |
[FPN 최영 기자] =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화재 사고와 관련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배터리 이전 작업 과정의 부실성과 리튬배터리와 전산시설을 동일 공간에 두고 운영해온 구조적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또 국가 전산망의 이중화 미비에 대한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1일 오후 8시 20분께가 돼서야 시작된 이날 현안 질의에서 여ㆍ야 의원들은 화재 당시 허술했던 배터리 이전 공사 실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제조사에 따르면 이런 배터리를 만약 옮기게 될 경우 30% 충전율 이하로 만들어 옮긴다고 얘기한다”며 “40분 전에 전원을 껐다고 쳐도 과연 30% 이하까지 떨어졌겠나. 부실한 관리와 부실한 사람들이 일으킨 인재”라고 비판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업체들이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문제 지적에 나선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배터리 분리 과정에 대해 하나하나 꼬집으며 추궁을 이어갔다.
고 의원은 ”무정전전원장치하고 랙마다 BPU(Battery Protect Unit) 전원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케이블 분리 시에는 전동 드라이버는 절대 금지하며 절연장비 드라이버를 사용하도록 한 게 공통된 가이드라인“이라면서 ”가장 기본이 안 지켜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터리를 30% 이하로 낮추기만 했어도 단락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을 것“이라며 ”분리작업 이전에 방전을 했다고 하면 로그 기록이 남는데 국정자원 원장은 이 기록조차 알지 못하냐“고 질타했다.
또 ”국가정보 기관은 특성상 서버가 가장 중요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배터리 전원 공급 장치도 중요한데 이 민간업체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갖고 있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화재 사고 이후 되짚어보면서 직원들로부터 배터리의 충전율이 80%정도 됐었고 (작업)도구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훨씬 더 관심과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작업 당시 시방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원장은 시방서에 따라 작업 순서 진행을 그대로 했다고 언론에 브리핑을 했는데 시방서에는 유지관리 협조 하에 작업을 수행한다고 돼 있지만 현장에는 업체가 아예 없었고 제조사도 함께 있었어야 했지만 없었다. 시방서대로 된 게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작업이 굉장히 허술하게 진행된 데 더해 충전율이 80%였다면 그 자체로 위험했던 것”이라며 “무조건 사고가 나는 상황을 안이하게 다룬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UPS 배터리와 전산실을 한 공간에 둔 구조적 결함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적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화재 이후 현장에 갔을 때 배터리 랙이 서버와 분리돼 있지 않았는데 원장은 부임 후 현장을 보고 어떤 판단을 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재용 원장은 “데이터센터 건물이 아니라는 한계를 느꼈고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경각심이 높아 그게 맞춰 개선을 위한 이동 사업을 펼쳤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위 의원은 “그래서 이동 사업을 한 게 2023년에 부임해 2년이 지나서 한 것인가”라며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했어야 했다. 대처 상황을 보면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하나도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 ”UPS 장치를 서버가 있는 공간에 설치한 이유가 도대체 뭐였냐“고 추궁하자 이재용 원장은 ”보고받기로는 2014년 설치됐는데 당시 임대 건물에 공간이 없어 UPS를 설치공간이 없었다고 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양 의원은 ”당연히 UPS 설치는 서버와 분리해서 설치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되도록 분리된 건물에 설치하고 같은 건물이라면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 UPS 배터리가 들어가야 했다“고 강조했다.
배터리와 전산시설의 미분리로 인한 소화설비 무용화 문제도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의원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물로 끄거나 물 안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는데 할로겐 소화설비 설치 공간에 물로만 끌 수 있는 배터리를 같이 넣어 놓은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 수 있냐”고 맹비난했다.
양부남 의원도 “리튬이온 배터리는 스스로 산소를 만들어 내고 열폭주 현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할로겐 가스소화설비는 전혀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했나”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야는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부른 서버 이중화 부실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은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당시 국정자원 원장은 백업자료로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지켜진 게 없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행안부가 이중화를 위한 예산도 깎고, 관심도 안 두고, 국민한테는 사기를 치듯 문제 시 3시간 내 복구가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공사는 시방서대로 하지도 않아 결국 사고를 크게 냈다”며 “국정자원 원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3시간가량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다시 한번 국정자원 화재 사고로 인해 국민께 큰 불편과 혼란을 끼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대한민국의 공공데이터 관리와 정보서비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장애가 발생한 서비스를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