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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대형화재 때마다 언급되는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 정부는 나 몰라라

소방, 부산 주차타워 화재 확산 원인 알루미늄 복합패널 지목
심재 따라 내화성 천차만별… “주차타워엔 가연성 심재 쓰였다”
우신골든스위트ㆍ삼환아르누보 건물 외장재와 같은 재질 시공
모두 법 강화 이전에 지어져 법망 피해… 안전 사각지대 여전
정부, 대책 마련 ‘뒷짐’…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 사업도 중단
지자체별 각개전투, 전문가 “정부가 화재안전 분위기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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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3/01/25 [18:23]

[집중취재] 대형화재 때마다 언급되는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 정부는 나 몰라라

소방, 부산 주차타워 화재 확산 원인 알루미늄 복합패널 지목
심재 따라 내화성 천차만별… “주차타워엔 가연성 심재 쓰였다”
우신골든스위트ㆍ삼환아르누보 건물 외장재와 같은 재질 시공
모두 법 강화 이전에 지어져 법망 피해… 안전 사각지대 여전
정부, 대책 마련 ‘뒷짐’…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 사업도 중단
지자체별 각개전투, 전문가 “정부가 화재안전 분위기 조성해야”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3/01/25 [18:23]

▲ 지난 9일 오전 6시 32분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고 있는 모습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FPN 박준호 기자] = 부산 오피스텔 주차타워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로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지목되고 있다.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불길이 건물을 집어삼킨 대형화재 때마다 불이 번진 주원인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정부는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된 건축물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집계조차 하지 않았다. 또 화재에 취약한 기존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능을 보강하는 지원사업을 3분의 1도 완료하지 못한 채 지난해 종료한 것으로 <FPN/소방방재신문> 취재결과 확인됐다. 유사 화재가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화재 확산… 7명 병원 이송

지난 9일 오전 6시 32분께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났다. 건물 관리자가 외벽 일부가 불에 타고 있는 걸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1분 만에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오전 6시 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7시 23분 초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접 건물로 연소가 확대되자 8시 6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압에 총력을 기울였다. 소방은 현장 대원 304명, 고가사다리차 등 장비 102대를 투입해 오후 2시 37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불로 시민 수백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지만 7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30명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주차타워 건물 외벽이 지상 1층부터 꼭대기 층인 23층까지 모두 연소하고 인접 건물의 점포 일부가 불에 탔다.

 

▲ 지난 10일 합동감식반이 부산 오피스텔 주차타워의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소방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 전기안전공사 등은 지난 10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감식반은 주차타워 건물과 바로 옆 슈퍼마켓 건물 사이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희곤 부산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계장은 이날 “주차타워 건물 내부엔 화재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23층까지 ‘V’자 패턴으로 연소가 확대한 모습을 볼 때 외부 지상에서 화재가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소방이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한 두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엔 쓰레기나 각종 적재물 등이 많이 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은 해당 적재물의 시료를 모두 채취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계획이다. 또 부산소방은 급속한 화재 확산 원인으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꼽았다.

 

화재 확산 원인으로 지목된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건물 외장재로 쓰인 알루미늄 복합패널  © FPN

 

이번에 불이 난 건물은 오피스텔과 주차타워가 연결된 T자형 구조를 띤다. 지하 3층, 지상 23층, 연면적은 2만9483.32㎡ 규모다. 2000년 건축허가를 받아 2004년 5월 1일 준공했다. 오피스텔은 총 552세대, 주차타워 주차 면수는 약 170면 정도다.

 

이 건물 외장재로는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사용됐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약 0.5㎜의 얇은 알루미늄 코일(coil) 두 장 사이에 3㎜ 정도의 심재를 넣고 접착제로 붙인 다음 불소 수지 도료로 코팅 마감 처리한 샌드위치 구조의 외장재다.

 

가벼우면서 모양과 색상 등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고 단열과 흡음성 등이 뛰어나 고층 건축물 등 많은 곳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어떤 ‘심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내화 성능이 크게 달라진다. 심재는 강풍 등 외부 작용으로 알루미늄에 변형이 생기는 걸 막는 역할을 한다. 준불연 성능의 심재를 사용하면 불에 잘 견디지만 폴리에틸렌과 같은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접합하면 불에 상당히 취약하다.

 

▲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 알루미늄 코일 사이에 폴리에틸렌이 심재로 구성돼 있다.  © FPN

 

독일의 한 업체 보고서에 따르면 1㎡ 폴리에틸렌은 휘발유 3.8ℓ와 같은 열량을 갖는다. 불이 나면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부산소방에 따르면 이 건물 알루미늄 복합패널엔 폴리에틸렌 심재가 쓰였다.

 

최현호 한국화재감식학회 기술위원장은 “폴리에틸렌으로 구성된 알루미늄 복합패널에서 불이 나면 수직으로 확산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진다”며 “알루미늄 자체는 불연재지만 패널 심재에 따라 화재 피해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 우신골든스위트ㆍ울산 삼환아르누보 화재 판박이

▲ (왼쪽부터)화재로 외장재가 불에 탄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불이 난 울산 삼환아르누보 건물  © FPN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건물 전체로 확산한 대형화재 때마다 언급됐다. 특히 이번 화재는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울산 삼환아르누보 사고와 판박이라는 시각이 많다.

 

2010년 10월 1일 불이 난 부산 우신골든스위트엔 이 건물과 동일한 폴리에틸렌 심재로 접합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쓰였다. 지상 4층 미화원 작업실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최초 시작된 불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타고 38층 옥상까지 번졌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4명 경상)는 없었다. 하지만 이 화재를 계기로 가연성 외장재로 시공된 고층 건물의 화재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2020년 10월 8일 화재가 발생한 울산 삼환아르누보 건물 역시 폴리에틸렌으로 구성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이 사용됐다. 소방의 신속한 대응과 주민의 침착한 대처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불길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면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사고 직후 소방이 화재 확산 이유로 건물 외장재를 꼽으면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의 화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제기됐다.

 

법규 강화 이전에 지어져 법망서 제외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정부는 2012년부터 30층 이상 고층 건물에 가연성 외장재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다 5명이 사망한 2015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 제천스포츠센터 참사를 계기로 2019년 11월부터 3층 이상 또는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준불연 이상 자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또 2021년엔 건축물의 내ㆍ외부 마감재료와 단열재, 복합자재는 내부 심재까지 화재 안전성 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 대표 발의)이 통과되는 등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규제는 해마다 강화됐다.

 

그러나 부산 주차타워 건물과 울산 삼환아르누보(2009년 사용승인)는 개정 이전에 준공돼 법망을 모두 빠져나갔다.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사업 올해부터 중단

▲ 국토교통부의 화재안전성능보강 지원사업으로 가연성 외장재에서 준불연 단열재로 보강해 석재로 마감한 서울 강서구의 한 어린이집     ©국토교통부 제공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사용 규제는 계속 강화돼왔다. 문제는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이다. 법령 개정 전에 준공된 건축물의 화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전국에 가연성 심재 알루미늄 복합패널 건축물이 몇 곳인지 파악한 데이터가 없다.

 

소방청은 고가사다리차 도입과 고층 건물 화재진압 메뉴얼을 작성하는 등 대응 측면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 건축물이라는 근본적인 건축 자재 위험을 줄일 방안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국토교통부는 화재 취약 건축물의 화재안전성능 보강을 위한 지원사업을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추진해 오다 올해부터 전면 중단한 상태다. 사업 마지막인 지난해 459억원을 끝으로 올해부턴 관련 예산이 전액 사라졌다.

 

제천 스포츠센터와 밀양세종병원 화재를 계기로 마련된 이 사업은 가연성 외장재로 시공되고 스프링클러설비조차 없는 건축물 등의 화재안전성능을 보강할 경우 총 공사비 4천만원 한도 내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3분의 1씩(1300만원) 지원해 주는 제도다.

 

사실 이 사업은 잇따라 발생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 외장재 화재 확산 문제를 해소할 순 없었다. 지원대상 자체를 피난약자이용시설(의료시설ㆍ노유자시설ㆍ지역아동센터ㆍ청소년수련원) 또는 다중이용업소 건축물(목욕탕ㆍ고시원ㆍ산후조리원ㆍ학원)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원대상을 넓혀도 모자란 상황에서 사업 자체를 아예 없앤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년간(’19~’22년) 화재안전성능 보강사업을 통해 844곳의 취약대상 건물이 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2794개의 취약대상이 있지만 고작 30.2%만 화재안전성능을 보강한 셈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소급적용으로 기존 건축물의 외장재를 현행법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화재안전성능 보강 지원사업을 확대해 다시 시행하거나 건축주들이 안전을 위해 스스로 투자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부재로 결국 지자체 각개전투

▲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12일 부산 주차타워 화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부산시 제공

 

정부 차원의 대책 부재로 가연성 알루미늄 복합패널 후속 조치는 지자체별 각개전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울산시는 삼환아르누보 화재 이후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지어진 고층 건물과 공장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소방본부 차원의 대응 대책을 추진해 왔다.

 

부산시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건축 안전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외장재 등 건축물 안전 실태 조사에 들어간다. 내달부터 2024년 6월까지 예산 30억원을 투입해 시내 3층 이상 10만여 동에 대해 외장재와 구조 안전, 침수 우려 등 안전 관련 항목을 중심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실태 조사를 통해 구축된 빅데이터는 건축물 유형별 소방대응계획 수립에 활용할 방침이다.

 

가연성 외장재 교체 등 화재안전성능보강사업 확대에도 나선다. 부산시는 동당 최대 4천만원을 지원하고 안전을 저해하는 불법 건축 행위 근절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산시와 달리 아직 대형화재를 겪지 않은 지자체는 실질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아닌 정부 차원의 위험성 저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윤진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장(대림대학교 교수)은 “화재를 겪지 않은 곳은 사실 상대적으로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 건 결국 또 다른 위험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이어지지 않는 한 대형화재의 위험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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