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국민 안전 위협하는 소방배관 부식 문제, 해법은?… 국회서 세미나 열려이명수 의원 주최, ‘소방배관 시스템 부식 문제 해결 촉구 세미나’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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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소방배관 시스템 부식 문제 해결 촉구 세미나’가 개최됐다. © 김태윤 기자 |
[FPN 김태윤 기자] =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피해를 낳는 소방용 배관 부식 문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충남 아산갑)은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소방배관 시스템 부식 문제 해결 촉구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엔 이 의원을 비롯해 권혁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 박영기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사업이사, 박경환 한국소방기술사회장, 이영진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장, 김민훈 한국소방시설협회 정책지원본부장 등 1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 ▲ 국민의힘 이명수 국회의원(충남 아산갑)이 세미나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이명수 의원은 “소방배관은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소방시설이지만 시간 경과에 따라 부식돼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소방배관 부식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은 물론 국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에서 소방배관 부식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국회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훌륭한 성과를 내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 ▲ 권혁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이 축사를 전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권혁민 국장은 축사를 통해 “이렇듯 산ㆍ학ㆍ관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소방배관 부식 방지를 위한 방향성을 찾아가는 건 상당히 중요한 일”이라며 “소방청 역시 국민의 안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올바른 방향으로 최대한 눈높이를 맞춰 나가겠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는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소방배관 부식 문제와 관리시스템 도입 필요성)가 맡았다. 사례발표는 박성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 임정삼 한방유비스(주) 상무(소방기술사)가 진행했다.
![]() ▲ 세미나 참석자들이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 김태윤 기자 |
이어 진행된 토론의 좌장으로는 이승철 한국화재소방학회장(강원대 교수)이 나섰다. 패널로는 ▲김정섭 한국소방시설협회 인천시회장((주)중앙소방이엔지 대표) ▲박시효 한국소방기술사회 소방기술사 ▲유재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기준부장 ▲이강민 소방청 안전기준계장 등이 참여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집중취재했다.
“소방배관 부식 문제, 소방산업 발전 저해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김태윤 기자 |
현재 소방용품의 내구연한 제도는 소화기에만 적용돼 있고 배관이나 헤드 등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배관은 30~50년에 달하는 건물 수명에 맞춰 사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점검 시에도 배관 내부는 들여다보지 않아 부식으로 인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배관 부식으로 인한 피해는 크게 ‘누수’와 ‘스프링클러 미작동’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배관에 사용된 철이나 코팅된 아연이 부식으로 용존되며 내놓은 전자는 물과 만나면서 수소로 바뀐다. 수소는 비교적 가벼워 물을 빼낸 후에도 배관 내 상부층에 남을 수 있어 누수로 인한 보수 작업 시 폭발할 수도 있다.
스프링클러 미작동을 유발한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배관 누수 발생 시 관리자가 즉각적인 보수 대신 스프링클러를 수동으로 전환하는 일이 실제 현장에선 빈번하다. 이 경우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막대한 인명ㆍ재산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문제다. 부식 산화물이 배관 내부에 쌓여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관 구경이 줄어 유량이 감소하거나 헤드 노즐이 막혀 살수 밀도가 떨어지면 연소 확대를 저지할 수 없다.
소방배관 부식은 결국 소방시설 신뢰도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이는 우리 소방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프링클러 점검 시엔 소방배관 내부까지 검사하는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점검ㆍ평가 기준을 참고하는 게 중요하다.
또 미생물 부식 관리 솔루션을 비롯해 질소 충전 시스템(건식 스프링클러)과 자동 공기 방출 시스템(습식 스프링클러), 배관 살균ㆍ세척제, 부식 모니터링 시스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
“소방배관 부식, 폭발 등 안전사고 일으킬 수 있어”
박성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
![]() ▲ 박성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 © 김태윤 기자 |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103)’에선 탄소강, 구리, 스테인리스, 주철 등 배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질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 탄소강관(KS D 3507)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탄소강관은 도금하지 않은 흑관과 아연 등으로 도금한 백관으로 구분된다.
아연 도금 처리는 부식 억제를 위해 선박이나 저장 탱크 등에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스프링클러 배관처럼 밀폐된 환경에서 소화용수가 채워졌을 땐 물과 아연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수소가 생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행 법령에 따라 소방배관을 설치하면 가연성 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통상 소방배관 부식에 대한 문제의식은 부식 생성물로 배관이 막혀 설계한 압력에 도달하지 못하는 등 설비 신뢰성 저하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소방배관 부식으로 인명피해에 이를 수 있는 폭발 등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소방시설 유지ㆍ관리, 부식 문제 개선 필요해”
임정삼 한방유비스(주) 상무(소방기술사)
![]() ▲ 임정삼 한방유비스(주) 상무(소방기술사) © 김태윤 기자 |
초음파ㆍ내시경 등을 이용한 소방배관 검사와 해외의 점검 관련 법령을 국내에 도입하고 무용접 이음 방식 배관 시공을 확대해야 한다.
또 현장에서 소방배관 전반에 대한 검사를 수행하기엔 무리가 큰 만큼 수계소화설비의 최말단에서 방사 압력과 유량 테스트를 수행해 배관의 노후화ㆍ부식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량 분석을 통해 최소한 어떤 계통의 배관에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건축물들은 갈수록 대형ㆍ고층화되고 있다. 이 같은 대형 건축물들이 시간이 지나 노후화될수록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소방시설에 대한 유지ㆍ관리와 부식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소방배관 부식 문제 해결 위해 다각적ㆍ효율적 개선 방안 정립 필요”
토론자 한목소리
![]() ▲ (왼쪽부터) 이승철 한국화재소방학회장(강원대학교 교수), 김정섭 한국소방시설협회 인천시회장, 박시효 한국소방기술사회 기술사, 유재범 한국소방산업기술원 기술기준부장, 이강민 소방청 안전기준계장 © 김태윤 기자 |
이날 패널들은 소방배관 부식 문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며 제도 보완 등 다각적이고 효율적인 개선 방안 정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섭 인천시회장은 “지금까지의 소방배관이 강도나 내열성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의 소방배관은 내식성과 내구성을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시효 소방기술사는 “부식 문제 개선을 위해선 소방배관 설계와 시공, 유지ㆍ관리 등 단계별로 나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설계ㆍ시공 단계에서 부식영향평가를 할 수 있는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범 기술기준부장은 “요즘은 분기배관을 시공 현장에서 용접하는 사례가 거의 없겠지만 만약 현장에서 용접을 하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공장 단계에서 모든 공정을 완벽히 진행한 후 시공하면 배관 부식을 줄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민 안전기준계장은 “소방배관 부식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주신 의견과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다만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은 만큼 개선안을 마련하는 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적 방향성을 소방청에서도 고민해야겠지만 소방청만의 고민이 되지 않도록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개선 방안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각계에 자문 요청을 드리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