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N 이재홍 기자] = 지난 2010년 7월 서울 서초구의 한 도로에서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에 진입하던 구급차가 승용차와 사고를 냈다. 당시 구급차는 임산부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길이었다. 검찰은 구급차 운전대원을 벌금 20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지난달 29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소방차량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긴급하게 출동하던 소방관이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을 면해주기 위함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소방차 관련 교통사고는 129건에 달한다. 특히 2014년에는 4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전년도(18건)와 비교하면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그간 소방차량 운전대원들은 출동 중 사고를 내도 개인이 직접 사고 책임과 비용을 부담해왔다. 2010년 논란이 일었던 벌금 기소 이후 종합보험에 가입하고 법률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특약도 마련했지만 유명무실했던 게 현실이다.
서울소방본부 관계자는 “올해 초 서울시 내 소방서들을 조사해보니 무려 11개 서가 법률 지원 특약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며 “그 정도면 차량을 운전하는 인원도 800명은 될 것이다. 누구보다 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하면서도 위험 부담은 개인이 지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상 소방차와 구급차 등은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있다. 위급한 경우에는 중앙선 침범이나 신호위반 등도 허용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긴급자동차로서의 법규 위반은 곧 사고 책임 사유가 돼버린다.
서울시는 이 같은 부조리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공개입찰을 통해 보험사를 선정하고 소방관들에게 필요한 보장내용을 설계했다. 확정판결에 의한 벌금(2천만 원 내 지급)과 형사합의금(3천만 원 내 지급), 변호사 선임비(5백만 원 내 지급)이 그 내용이다.
소식을 접한 일선 소방관들은 반색하고 있다. 서울의 한 소방관은 “소방차나 구급차는 업무의 특성상 긴급한 출동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보험가입을 통해 차량 운전대원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의 한 소방관도 “대원들의 심적 불안감을 해소한 조치로 보다 신속한 현장 출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타 시ㆍ도에도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순경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 이내 도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도 신속한 출동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제도개선 등 정책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