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전국 응급의료인, ‘함께 가는 안전한 길’ 외쳤다… 제3회 119 EMS 컨퍼런스오프라인 240, 온라인 4800여 명 등 총 5천여 명 참여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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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원과 재난의료지원팀, 구급지도의사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병원 전 단계 의료 서비스와 이송체계 발전을 위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5월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충북 소노문 단양에서 ‘함께 가는 안전한 길’이란 주제로 ‘제3회 119EMS(Emergency Medical Service) 컨퍼런스’가 열렸다.
119EMS 컨퍼런스는 응급의료 종사자들이 병원 전 단계 의료 서비스 발전과 응급환자 소생률 제고를 위해 직접 활동한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학술대회다.
2021년 시작된 EMS 컨퍼런스는 매년 오프라인과 더불어 소방청 공식 유튜브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현장엔 김조일 119대응국장과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김원 대한응급의학회장, 전국 119구급대원, 응급의료 관계자 등 2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순직 소방공무원 5인 합동 안장식에 참석했던 남화영 소방청장은 소통의 시간에 맞춰 자리했다. 온라인으로는 4800여 명이 접속해 총 5천여 명이 이번 EMS 컨퍼런스에 함께했다.
컨퍼런스는 재난 대응 구급활동 개선 방향 토론회와 김창옥 강사의 특별강연, 소방청 구급정책 설명회, 이한유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응급의학과 교수ㆍ이차순 제주인성교육센터 강사의 강의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1일 차에 진행된 ‘재난대응 구급활동 개선 방향’ 토론회에서는 2022년 10월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이태원 압사 사고를 계기로 다수 사상자 사고 발생 시 효율적인 대응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송경준 대한구급지도의사협회 이사장이 좌장을 맡고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119구급대 전문화, 선진화를 통한 역량 강화 방안) ▲윤순영 중앙응급의료센터 닥터헬기 현장이송팀장(재난 발생 시 중앙응급의료센터 역할 등) ▲노영선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임상부교수(재난 현장 대응 경험 및 DMAT 실효성 향상방안) ▲진광미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구급기획팀장(다수 사상자 임시의료소 대응능력 강화) ▲김재혁 목포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재난 의료 대응체계 구급대 역량 강화) ▲박용주 소방청 구급의료팀장(재난 현장 초기대응과 중증도 분류 개선방안) ▲박주호 경북 경산소방서 진량119안전센터장(다수 사상자 대응 시뮬레이션 교육 운영 방법)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FPN/119플러스>가 이 토론회 발표자들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구급대원 역량 강화 환경 조성되면 EMS 선진화될 것”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119구급대 전문화, 선진화를 통한 역량 강화방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그러나 응급의료 관련 법과 제도는 아직 그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구급서비스가 더욱 전문화되고 선진화돼야 한다.
먼저 이태원 참사부터 이야기하겠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가 극단적 선택자를 포함해 159명이다. 사인은 대부분 외상성 질식이다.
현장에선 전문 기도확보가 제일 중요했다. 응급의료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계식 가슴압박장치도 필요했다. 에피네프린 투여 등 적극적인 처치도 이뤄져야 했지만 기본 응급처치만 시행된 부분이 조금 아쉽다.
당시 119구급대 출동이 늦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종로소방서 구급대가 가장 먼저 도착했는데 신고 접수부터 출동까지 24분 걸렸다. 오후 11시 30분까지 구급차가 33대나 동원됐다. 결코 늦었다고 할 수 없다.
재난의료지원팀(DMAT)은 응급실 진료를 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1급 응급구조사가 사설 구급차로 출동한다. 소방이나 경찰처럼 신속히 출동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재난 초기대응은 소방이 할 수밖에 없다.
구급대원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 구급대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환자 평가다. 의료지도를 한창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환자의 체온을 마지막에 말한다. 이렇게 해선 안 된다.
요즘 응급환자 수용거부가 논란이다. 환자 상태가 중증인지, 경증인지 평가가 부족하다 보니 병원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에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구급대원이 빠르게 환자 평가를 해서 직접의료지도를 받아 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구급대원이 그런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구급대원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의 과도한 요구 또는 민원에 굉장히 시달린다. 구급대원의 사기를 저하하는 요인이다. 이송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현장에서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직접의료지도가 필요 없는데도 요청하는 구급대원이 많다. 공무원 신분이라 이해는 되지만 심지어 병원 바로 앞에서 “1분 남았습니다”라고 지도의사에게 전하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나 싶다. 구급지도의사 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이런 통화로 정작 필요한 사람과 연결이 안 될 수 있다.
119종합상황실처럼 직접의료지도 콜(call) 배분 시스템을 도입하고 구급지도 의사 수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자면 구급대원은 향후 확대되는 업무 범위에 걸맞게 현장과 이송 중에 환자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직접의료지도 요청으로 응급처치 능력 역시 향상해야 한다. 이들이 역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국민과 의료계가 협조하면 응급의료 환경이 전문화, 또 선진화되리라고 생각한다.
“재난 시 신속 대응 위해 프로토콜 손질해야”
노영선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임상부교수
재난 현장 대응 경험 및 DMAT 실효성 향상방안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이하 SMICU)는 특수구급차에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3인이 동승해 서울과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중증 환자의 병원 간 이송 전담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국민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었다. 개선된 부분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것도, 아직 미흡한 사항도 있다. 재난의료지원팀(이하 DMAT)에 한정해서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이태원 사고 당시 오후 11시께 출동 요청이 와서 4분 후 출동, 11시 20분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의 대응 1단계와 2단계가 발령되는 사이 1개 재난거점병원에 DMAT 출동 요청이 있었고 2단계에서 3단계 발령 사이엔 2개 병원, 3단계 발령 후엔 11개 병원 DMAT이 출동 요청을 받았다.
1단계 발령부터 DMAT 출동 요청까지 17분 걸렸다. 늦은 건 아니지만 단축할 수 있으면 더 좋았겠단 생각을 했다. 또 DMAT 1팀 출동 후 2팀 요청까지 37분 걸렸는데 이 역시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
현장에서 DMAT 도착 전에 임시의료소를 설치하고 신속대응반과 DMAT이 도착하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해 환자를 분류ㆍ처치하는 걸 최대한 빨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당시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넓은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현장 응급의료소를 지정하고 그곳에 환자를 모으는 데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DMAT이 하나로 모이지 않은 부분이 있다. 사망자 병원 이송에 통제가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사망 규모를 파악해 임시 영안소를 빨리 설치하고 충분한 공간을 배정하는 절차가 있어야 했다.
개선방안으로는 ‘소방의 대응 단계 발령에 따른 DMAT 출동 프로토콜 마련’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소방에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5~6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DMAT이 자동으로 출동하는 프로토콜이 있으면 좋겠다. 대응 2단계 시엔 인접 권역의 DMAT이 출동하고 즉시 현장응급의료소 차량이 출동하는 프로토콜을 제안한다.
환자가 현장 처치 후 이송되면 그 병원은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 재난거점병원에선 그 프로토콜이 있지만 다수사상자가 발생하면 재난거점병원으로만 환자가 이송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전체 병원이 환자를 즉각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DMAT은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인력으로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한다. 이 때문에 진료 인력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현재 지침상 보건소장(현장 응급의료소장)이 초기 출동 DMAT 의사에게 지휘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재난 현장에선 지휘 권한을 위임하는 절차를 밟기 어렵다. DMAT 활동에 관해 초기 출동한 DMAT 의사에게 현장 응급의료소 설치 결정과 추가 DMAT 요청 권한을 이양하고 현장 응급의료소장이 전체 DMAT 활동을 관리ㆍ감독하는 게 좋겠다.
“임시의료소 지원 차량 등 이태원 참사 후 여러 개선점 마련”
진광미 서울소방재난본부 재난대응과 구급기획팀장
다수 사상자 임시의료소 대응능력 강화
이태원 참사 대응 때 여러 지적이 있었다. 이후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개선한 부분을 소개하겠다. 문제점으로 나온 세 가지는 구급대원과 의료기관 간의 실시간 병상 정보 파악 곤란, 대규모 사상자 발생 현장에서의 임시의료소 대응능력 한계, 신원미상 사망자에 대한 이송 정보 추적관리 미흡이다.
이태원 참사 전엔 다수 사상자 발생 시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모바일 상황실에 대한 열람 권한이 서울시 구급상황관리센터에만 있었다. 이곳에서 재난 병상을 파악해 무전으로 대원에게 이송 병원을 알렸다.
그러나 이 방법은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했거나 무전이 먹통일 때 문제가 됐다. 이에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선착 구급대원이 병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모바일 상황실로 초대했다. 많은 구급대원이 굉장히 도움됐다는 의견을 전했다.
서울소방은 6월 1일부터 권역별 임시의료소 지원 차량을 운영 중이다. 다수 환자가 발생했거나 현장 지휘관이 요청하면 출동한다.
새로 차를 구매할 경우 별도의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급성을 고려해 기존 예비 구급 차량을 활용키로 했다. 내구연한이 지나지 않아 운용에 문제가 없고 출동 빈도가 높지 않을 거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송을 하지 않는 대신 여러 의료 물품을 적재하고 출동 시엔 ‘임시의료소 지원 차량’ 표시를 부착토록 했다. 적재품 중 가장 고민됐던 게 임시 영안소 역할을 하는 에어텐트다. 100㎏이 넘기 때문에 상시 탑재하면 차량에 무리가 갈 수 있어서다. 그래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을 때만 비치하기로 했다. 운영 물품은 구급 장비 예산으로 구매했다.
임시의료소 지원 차량 운영을 권역별로 어떤 소방서에서 할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출동량이 적고 예비 구급 차량을 추가할 수 있는 곳인 종로 신영, 성북 길음, 동작 대응단, 서초 우면으로 정했다.
신원미상 사상자 추적관리 강화를 위해선 손목 인식밴드를 준비했다. 기존엔 목걸이 방식의 중증도 분류표를 사용했다. 하지만 환자 상태를 추가로 기재할 때 넣고 빼는 과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분실된 사례도 많았다. 분실 위험이 적고 쉽게 적을 방법을 고민하다 손목 인식밴드를 제작하기로 했다.
환자 나이와 성별, 어느 구급대가 언제 이송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고 사망자는 경찰 감식 시까지 손목 인식밴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받을 예정이다.
최근 서울소방에 신규 채용이 많았다. 체크리스트를 항상 비치해 선착대 경험이 적은 대원은 물론 모든 대원이 반드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수사상자 현장 대응 훈련도 진행 중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전문강사가 이론과 매뉴얼 강의를 하고 지휘역량강화센터(ICTC)에서도 교육을 받고 있다.
“재난 선언, 현장 활동하는 구급대원이 해야”
김재혁 목포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재난의료 대응체계 구급대 역량 강화
이태원 사고 당시 구급대원이 정말 많이 고생했지만 아쉽다고 언급되는 게 중증도 환자 선 처치다. 하지만 유가족으로부터의 소송이나 민원 제기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았을 거다.
재난이 선언돼야 중증도 분류가 가능하고 블랙(사망자) 환자를 4순위로 미룰 수 있다. 그런데 재난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엔 행정안전부 장관만이 중앙심의위원회를 거쳐 재난을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난 현장은 대부분 응급상황이다. 이 시간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재난 선언은 현장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할 거로 생각한다. 선착대나 임시응급의료소를 설치하는 사람, 긴급구조통제단장 등이 상급자 확인 과정을 거쳐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구급대원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고 심정지 다수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재난대응을 좀 더 잘,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선 현장 대원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끔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아젠다는 소방훈련 개선이다. 재난에 잘 대응하기 위해선 훈련을 해야 한다. 재난을 똑같이 재연하는 건 불가능하다. 앞으로 이태원 사고와 똑같은 재난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재난대응 훈련은 기본을 숙지하고 뭐가 취약한지 찾는 과정이다. 예방 가능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게 훈련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현재 소방에서 하는 훈련엔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첫 번째는 훈련 계획을 직접 훈련에 참여하는 기관에서 마련한다는 거다. 모의고사를 보는데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을 푸는 격이다. 나의 취약점을 발견할 수 없는 구조다.
앞으로 훈련 프로그램은 소방청이나 구급지도의사 등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구성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훈련이 시나리오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는 거다. 연극 대본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질병을 부여받은 환자는 훈련이 끝날 때까지 같은 상태다. 내가 처치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환자의 상태는 똑같다.
실제 재난 상황처럼 훈련해야 한다.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안 했을 땐 상태가 나빠지는 등 실제와 같은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교육이 진행되면 훨씬 더 재밌고 교육적인 효과도 있을 거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훈련 평가 방법이다. 평가하는 게 굉장히 어렵고 복잡하다. 평가표에 명시된 방법이 모든 재난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어떤 환자는 신속하게 현장에서 응급처치해야만 할 거고 또 어떤 환자는 병원에 빠르게 이송하는 게 중요할 거다. 재난훈련은 그때그때의 대응능력을 향상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거다. 이 평가표로만 했을 때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래서 앞으로 평가지표는 예방 가능 사망 환자 수 중에서 생존자 수만 평가하는 게 어떨까 하는 제안을 드린다.
“재난 현장에서 구급대원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 넓어져야”
박용주 소방청 구급의료팀장
재난 현장 초기대응과 중증도 분류 개선 방안
중증도 분류 관련 지침으로 소방청의 ‘다수 사상자 발생 재난 119구급대응 표준 매뉴얼’과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이 있다. 소방청 매뉴얼에선 START 분류를 재난 중증도 분류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의 중증도 분류법에서 지적하고 싶은 건 중증도 레벨 표현 방법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영문으로는 가장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최고 레벨의 중증도를 ‘Immediate’, 다음 단계를 순서대로 ‘Delayed’, ‘Minor’라고 한다. 지연 처치를 의미하는 ‘Delayed’를 ‘응급’으로 표기하거나 사망 추정 환자를 뜻하는 ‘Expectant’를 ‘지연’이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의사소통에 혼선을 초래하는 이유다.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시점부터 재난 중증도 분류가 적용돼야 하는지, 재난 현장 특성에 따라 그 시점을 판단해야 한다면 누가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점도 미흡한 부분이다. 이런 혼선은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도 드러났다.
재난 상황에서 구급대원이 전문 술기를 수행하거나 심폐소생술을 유보(사망 추정)하는 경우 의료지도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은 없다. 재난 현장에서 일일이 의료지도를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현장의 사상자 규모와 대응 역량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태원 사고 이후 재난 현장의 중증도 분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촉발됐다. ‘Resuscitation’ 같은 저명 학술지에도 기존 중증도 분류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태원 사고 당시를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중증도 분류법은 개념적인 원칙일 순 있어도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의 다양한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잘 드러난다.
결국 현장 상황에 따른 판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태원 사고 대응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판단이 빛났던 순간도 있었다.
기존의 획일적인 중증도 분류법에만 의지해선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물론 병원 전 단계 중증도 분류에 원칙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획일적인 규칙만 강조돼선 안 된다. 재난 현장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환자 치료에 실제 도움이 되는 증거 기반의 새로운 대응 방법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재난 현장의 고유한 상황에 맞게 구급대원들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넓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구급대원의 전문성이 향상돼야 하고 업무 범위도 확대돼야 한다.
“다수 사상자 훈련엔 강사의 교육 목표가 가장 중요”
박주호 경북 경산소방서 진량119안전센터장
다수 사상자 대응 시뮬레이션 교육운영 방법
최근 다수 사상자 대응 관련 훈련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경북소방학교에 있을 때 도상훈련이 아닌 실제와 비슷한 훈련을 했다.
다수 사상자 훈련엔 강사의 교육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임시의료소 역할에 관해 교육하고자 한다면 임시의료소가 중심이 될 거다.
훈련 성격은 대상, 참여 인원, 장소,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진다. 실습 훈련을 하려면 이론을 포함해 최소 3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다수 사상자 훈련은 보통 탑 시뮬레이션 방법으로 진행된다. 실습 장비와 환자 분장 등 준비할 게 많기 때문이다. 도상훈련이 훈련으로만 그친다면 실제 재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크게 도움되지 않는다.
보통 전체적인 개념과 부상자 분류(Triage)를 중심으로 이론 교육을 할 거다. 사상자 분류방법이 논문에 알려진 것만 해도 스무 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 그래도 구급대원은 열심히 공부해 자기만의 노하우로 현장에서 사상자를 분류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 이후 다수 사상자 사고에 관해 소방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부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선생님은 비응급 환자기 때문에 긴급한 환자부터 이송하겠습니다”고 말해도 수긍할 거다. 국민의식과 대응기관의 수준이 같이 올라가야 한다.
훈련에 들어가기 전 팀별로 역할을 설명해줘야 한다. 그리고 개인마다 어떤 역할을 할 건지 알려줘야 한다. 그래도 실제 훈련에 들어가면 팀원은 혼란스러워하거나 헷갈려 한다.
훈련 참여자는 환자군 20여 명, 선착대와 구조대, 현장 구급대, 이송 구급대, 상황관리팀 또는 DMAT팀 각 3~5명이 적절하다. 훈련은 팀 순으로 진행하고 팀별, 팀원별로 구분할 수 있는 조끼를 착용하면 디브리핑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여러 훈련 장비 중 강조하고 싶은 건 현장음 MR이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와 폭발음 등을 녹음한 소린데 혼란스러운 현장감을 살릴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연기 발생기를 트는 것도 좋다.
다수 사상자 사고 대응 교육의 목적은 혼란과 긴장 속에서 팀원들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소통을 향상하는 데 있다. 강사의 명확한 방향과 열정이 필요하다.
박준호 기자 pakrjh@fpn119.co.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3년 7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