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세계적인 상용화가 이뤄진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가 ‘화약 사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내에서 전면 사장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국내외 유통되고 있는 다양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 © 소방방재신문 | |
지난해 11월 말 일부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점화장치에 뇌관과 화약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매스컴을 통해 제기되면서 제품 유형을 무시한 모든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보급자체가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문제가 제기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총포도검화약류등 단속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고 이에 맞춰 한국소방산업기술원도 지난 2007년부터 운용해 오던 KFI인정기준의 성능시험 및 제품검사를 2개월째 중단한 상태다.
경찰청 등 관련 기관의 화약여부 해석 결과에 따라 성능인증을 재진행하겠다는 것이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입장이어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를 지금까지 보급해 온 제조사들은 제품의 유통 자체가 차단됐고 새롭게 개발한 업체들 마져 성능인정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졌다.
이 같은 상황이 2개월째 지속되자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가 이대로 사장되는 것은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화약 여부 판단 절차 시급히 마련돼야”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에 대한 성능인정 및 제품검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관련 제품 생산 및 개발업체들은 “화약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정 제품에 화약이 사용됐다는 의혹 때문에 마치 모든 고체에어로졸자동소화장치가 화약을 사용하고 있어 위험성을 내포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들이다.
특히 문제가 제기된 특정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경우에도 해당 업체에 따르면 지난해 초 민원인을 통해 고발이 접수되면서 작년 9월까지 부산서부경찰서 및 고성경찰서 등으로부터 이미 한차례 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당시 총포도검화약류등단속법과 방위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 부산지방검찰청으로부터 혐의가 없다는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재조사에 따른 최종적인 수사결과물이 나올때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소요될지 가늠할 수가 없고 이미 한 차례 조사가 이뤄졌던 사건이어서 상반된 수사결과물이 도출될 경우는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재조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무기한적으로 모든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보급을 제약한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해당 업체의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총 4개사로 이 중 2개사는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KFI인정’을 획득해 그동안 제품을 시중에 보급해 왔고 나머지 2개사는 최근들어 제품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해외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까지 합하면 우리나라에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를 보급하려는 업체는 총 5개사에 이른다.
이들은 하나같이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화약사용 논란으로 인해 다양한 제품 유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보급자체가 막힌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화약 사용 의혹을 받아 조사가 이뤄지는 특정 제품 외에도 다른 유형의 점화장치를 적용하는 등 다양한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의 화약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이 아직까지 없고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경찰청 등 소관부처에서도 발빠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약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특정 제품과는 별개로 타 유형 제품에 대한 화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절차가 하루빨리 마련돼야만 한다”면서 “절차가 마련되지 않으면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를 제조하는 업체는 무기한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되면 될수록 결국 그 피해는 업체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이제야 상용화를 눈앞에 둔 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뻔하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고체에어로졸 상용화는 ‘세계적 추세’
고체에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는 이미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소화시스템 중 하나로 국제적 표준으로의 정립도 완료된 상태다.
지난 2006년 미국 방화협회인 NFPA는 NFPA2010 제정을 통해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에 관한 기준을 정립했고 국제표준기구(ISO)에서도 지난해 11월 28일부로 해당 표준기준을 최종 확정했다.
국제사해기구(IMO)에서도 선박내에서 설치되는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도입을 위해 관련 SOLAS 74규정에 근거한 표준(MSC.1/CIRC.1270)을 제정해 운용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7년에 세계적 추세에 맞춰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KFI인정기준을 제정해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는 약 10개사 안팎의 기업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중 4개사(최근 개발 기업 포함)가 국내 기업이기 때문에 향후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사이버대학교의 소방방재학과 이창우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관련 제조기업들 중 4개사가 대한민국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우리나라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기술력이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분명하고 이러한 제품들의 상용화를 차단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1월내 관련 절차 정립 예정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의 화약 사용 여부 의혹에 따라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현행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의 저촉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의 마련이다.
이 같은 관련법의 저촉 여부를 판단받기 위해서는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의 기술검토를 거쳐 경찰청의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받아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를 위한 구체적 검토 방안은 정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총포화약안전기술협회 측에 따르면 관련법의 저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성분이나 조성 확인, 위력시험결과 등의 검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경찰청과의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
협회 관계자는 “총포도검화약류등 단속법에 나열되는 화약 물질의 포함여부는 외부 공인 분석기관에 맡겨 검토를 진행해야 하고 이후의 구체적인 절차도 필요하다”며 “현재 이러한 절차를 정립중에 있고 관련 절차는 1월내로 정립해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화약 논란, 고체에어로졸 전체 문제는 아냐”
전문가 인터뷰 -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용환 교수지난 2004년부터 ISO/TC21(소방장비 관련 국제 표준규격)기술위원회의 국제 간사를 맡고 있는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용환 교수는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의 세계적 동향은 하나의 가스계소화설비 시스템으로 정립되고 있고 이러한 제품의 상용화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 ▲ 호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용환 교수 ©최영 기자 | |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는 지난해 11월 28일 TC 21/SC 8(가스계 소화설비 기술위원회/Gaseous media and firefighting systems using gas)의 심의를 모두 마치고 ISO(15779:2011) 정식 표준으로 등록이 완료됐다.
ISO는 전반적인 산업의 국가간 기술장벽을 해소하고 상호 인정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세계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품질에 대한 신뢰감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족된 국제표준화기구다.
박 교수는 “이러한 ISO 표준으로의 등록은 고체에어로졸 시스템이 가스계소화설비의 일원으로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국제적인 ISO 회원국들에게 인정받은 것을 의미한다”며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에 화약이 사용됐다는 의혹이 나와 마치 모든 제품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에서도 비화약방식으로 고체에어로졸 소화장치를 점화하는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됐고 해외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차단시켜 국내의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기 자체를 사장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부 고체에어로졸 소화기의 점화장치 부분에 화약이 사용됐는지의 의혹으로 인해 해당 문제가 판가름날 때까지 무조건적으로 성능인증 등 검정절차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현재 국내의 고체에어로졸 자동소화장치는 눈으로 봐도 화약과 거리가 먼 제품도 있는데 이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는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며 “기술개발에 몰두해 온 업체들의 작은 희망까지 차단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세계적으로도 화약방식의 문제는 국제적 운송 등에 제약이 따르게 돼 유럽과 같은 나라에서 비화약방식을 선호하는 등 화약 미사용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며 “널리 보급되기 위해서는 화약 점화방식을 향후 다른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업계의 자구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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