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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마비된 카카오… “소화설비도 소용 없었다”

지하 3층 배터리서 스파크 일며 최초 발화
할로겐소화설비 작동했지만 화재진압 실패
전문가들 “배터리 화재 대책 다시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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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기자 | 기사입력 2022/10/20 [13:43]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마비된 카카오… “소화설비도 소용 없었다”

지하 3층 배터리서 스파크 일며 최초 발화
할로겐소화설비 작동했지만 화재진압 실패
전문가들 “배터리 화재 대책 다시 검토해야”

박준호 기자 | 입력 : 2022/10/20 [13:43]

▲ 불이 난 판교 데이터센터  © FPN


[FPN 박준호 기자] =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버를 모아놓은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 약 8시간 만에 꺼졌다. 이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카카오톡 메신저가 10시간가량 아예 먹통이 되고 네이버도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재 당시 소방시설이 작동했지만 진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두고 배터리 화재 대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5일 오후 3시 20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의 SKC&C 판교캠퍼스 A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방재센터 직원이 화재감지기와 가스계소화설비의 작동 알람을 듣고 현장을 확인하던 중 지하 3층 배터리실에서 연기를 발견해 3시 33분께 119에 신고했다.

 

소방대원 86명과 소방차량 46대가 현장에 출동해 이날 오후 11시 45분께 진화했다. 이 불로 리튬이온배터리 랙 5개소가 전소하고 전력 케이블과 납 축전지 등이 소실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2014년 6월 24일 사용승인 받은 SKC&C 판교캠퍼스 A동은 지하 4층, 지상 6층, 연면적 6만7024㎡ 규모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버를 관리하는 데이터센터로 활용 중이다.

 

데이터센터는 사용자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마련한 대형 서버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공간이다. 화재나 천재지변, 테러 등으로 피해를 입으면 고객의 데이터가 소실되므로 기업들은 특급 보안 시설로 지정해 출입을 제한하고 정확한 위치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주말 한낮에 불이 난 것이다.

 

30대 A 씨는 “주말에 친구랑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카카오톡이 안 돼 전화로 소통해야만 했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신저가 이렇게 불 하나에 먹통이 된다니 IT 강국으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전동 킥보드를 제때 반납 못 해 요금이 50만원 나왔다는 게시글이 올라왔고 카카오T 호출 서비스가 마비돼 주말에 아예 영업을 하지 못 했다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또 자영업자들은 예약과 결제, 웨이팅 등의 오류로 장사를 망쳤다고 호소하는 등 지난 주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소방과 경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한 결과 불은 지하 3층 배터리실에 구축된 리튬이온배터리에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스파크가 일면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 최초 화재가 시작됐다고 추정되는 배터리 랙  © 김용민 의원실 제공

 

소방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실(경기 남양주병)에 제출한 화재현장조사서에 따르면 배터리실엔 자동화재탐지설비와 할로겐자동소화설비(HFC-23)가 설치돼 있었다. 화재 직후 화재감지기가 작동해 1500㎏(50㎏, 30병)이 방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시설이 작동했는데도 초기 진화에 실패한 이유는 뭐였을까.

 

소방청은 배터리실이 약 3300㎡(998평)로 넓은 데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열 폭주 등에 따라 할로겐자동소화설비가 화재를 진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주변에 있던 이산화탄소 소화기 등을 이용해 진화를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4시 52분께 “화재진압을 위해선 물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원을 차단해달라”고 SKC&C 측에 요청했다. 화재진압을 위해 설치한 소화설비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설비가 제대로 작동했는데 불이 꺼지지 않은 게 가스계소화설비 설계 때문인지, 분출 방식 때문인지 등 근본적 원인을 먼저 면밀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미비점이 있다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광 티팩토리 전무이사(공학박사)는 “감지기가 작동했다는 건 배터리에서 열 폭주가 시작됐다는 것”이라며 “열 폭주가 일어나면 배터리끼리 연쇄반응이 일어나 화재를 빨리 진압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외국은 배터리 랙마다 오프 가스 감지기와 컨트롤러를 설치해 화재 등 이상이 생기면 해당 랙의 전원을 차단해 열 폭주를 사전에 막는다”며 “초기에 진압이 가능하도록 랙 단위의 소화시스템도 구비해 초기 진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데이터센터엔 어떤 소방시설이 설치됐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판교 데이터센터와 같은 방식으로는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긴 힘들다”고 강조했다.

 

김용민 의원은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지금까지 화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고 정부 기관들의 서버 상황을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남궁훈ㆍ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는 지난 19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할 것”이라며 “이용자분들께서 다시 안심하고 편리하게 카카오 서비스를 사용하실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이용자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관계 당국의 우려 역시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이며 조사와 요청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면서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되는 대로 이번 사건에 대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남궁훈 각자대표가 이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카카오 대표는 홍은택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박준호 기자 parkjh@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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