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막는 방패 ‘방화문’ 대기업 시장 진출 제한 타당할까중기적합업종 두고 ‘업계 보호’ vs ‘국민 안전’ 업계 온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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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N 최누리 기자] = 대한방화문협회가 방화문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면서 ‘국민 안전’과 ‘중소기업 보호’라는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방화문 시장의 건전성과 발전을 위해서는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방화문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협력재단인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 ‘금속 문ㆍ창ㆍ셔터 및 관련 제품 제조업(방화문)’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리적이고 타당한 역할 분담과 경제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해 2011년 도입됐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간 관련 업종과 품목은 대기업 진입자제 등이 권고된다. 제도 시행 후 올해 8월까지 111개 업종이 지정된 바 있다. 이후 108개가 보호 기간이 만료되면서 지금은 자동차단기대여서비스업과 고소작업임대업, 대리운전업 등 3개 업종만 지정ㆍ운영 중이다.
동반위에 따르면 협회는 의견서를 통해 “방화문은 90년간 중소기업에서 제조했지만 최근 3년간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자본과 가격 경쟁력 등 우위 때문에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기업은 품질인정 획득을 위한 인력 충원과 자금 조달도 수월해 경쟁이 어렵다”고 신청 사유를 밝혔다.
반면 대기업들은 방화문의 품질과 안전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화문 품질은 곧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최대한 우수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게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대ㆍ중소기업 간 협력하면서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ㆍ중소기업의 온도 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동반위는 실태조사를 마치고 보고서 작성에 돌입한 상태다. 신청일로부터 1년 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내년 3월까지 대기업의 방화문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달 중 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11~12월 사이 대ㆍ중소기업 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간담회에서 협의가 잘 이뤄지면 상생협약으로 이어지지만 협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국 조정협의체를 거쳐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건축자재 제조업자는 시험기관이 발급한 시험성적서를 통해서만 방화 성능을 검증받았다. 하지만 건축안전 모니터링 불시점검 결과 시험성적서가 적합함에도 성능미달 자재 등이 유통ㆍ시공된 사실이 적발되면서 관련 제도는 대폭 강화됐다. 2020년 조사에선 시공 불량 등 부적합률이 31.6%에 달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방화문 품질인정제도’를 새롭게 시행하면서 강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방화문 등이 적합하게 생산됐는지 전문기관의 인정을 받아 현장에 유통ㆍ시공할 수 있도록 성능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제도 시행으로 방화문은 시험성적만으로 통용되던 과거와 달리 제품의 구성 재료를 비롯해 제조공정과 품질관리 체계는 물론 판매와 시공 실적 등 사후관리까지 깐깐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방화문의 문세트 인증(KS F 3109)을 받은 업체는 모두 77개다. 30여 개 기업이 새로운 방화문 품질인정제 인정을 획득한 상태다. 이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모두 중소기업이다.
현행법상 방화문 기준은 60분 이상 불꽃ㆍ연기(비차열)를 막아주고 30분 이상 열(차열)을 차단하는 ‘60+ 방화문’, 60분 이상 불꽃과 연기를 막아주는 ‘60분 방화문’, 불꽃ㆍ연기를 30분 이상 막아주는 ‘30분 방화문’으로 구분된다. 방화문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지하구와 화생방 방호시설, 고압가스 저장시설, 철도 터널 사이 교차통로, 도로 터널 내 피난대피소, 원자력 발전소, 선박 등은 시설에 맞춘 별도 기준에 따라 설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ㆍ중소기업 간의 갈등을 이어가기보단 품질 확보와 함께 선진국처럼 방화문 내화성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제도 기반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제품에 의존하는 특수 방화문 시장 구조 역시 개선 과제로 꼽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나 선박 등에 쓰이는 방화문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현실 개선과 함께 방화문 시장을 발전시켜나가려면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과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 대한방화문협회장인 김기현 건축화재안전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방화문 품질인정제도를 시행해 관련 기준을 강화했지만 30~60분 등의 성능을 가진 단순한 체제의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용도별로 내화성능 기준을 3시간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발전에 따라 건축물이 대형화ㆍ복잡화되는 상황에서 인구밀집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방화문의 성능과 품질 발전을 통해 국민 안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많은 투자와 인력 양성, 연구개발, 해외 선진 기술과의 교류 등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고 했다.
한편 미국 연방기준위원회의 연방건축법(Internatinal Building Code)에선 10개 그룹으로 건축물 용도를 나눠 벽체 등의 내화시간을 약 20분에서 3시간까지 규정하고 있다. 방화문도 이같은 규정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공급된다.
최누리 기자 nuri@fpn119.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