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의 피로도 관리는 안전, 구급 서비스 품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22년 11월 23일 수원소방서 소속 119구급차가 임신부를 태우고 가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일이 있었다. 운전원의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인한 사고로 밝혀졌지만 안타깝게도 산모는 하반신 마비 부상을 당했고 남편과 구급대원도 크게 다쳤다.
수원소방서 관계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벽에는 좀 그런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저희가 또 그렇다고 출동을 안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라고 답했는데 이는 대한민국 소방 구급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답변이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급격한 구급 출동 증가로 인해 구급대의 과부하가 지속되는 상황은 비단 한국만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2022년 12월 29일 오전 1시 50분께 아키시마시 국도에서 도쿄 소방청 소속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고 소방서로 돌아오는 도중 중앙분리대에 충돌해 전도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구급대원 세 명은 가벼운 부상에 그쳤으나 수사 결과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 있던 구급대원 두 명이 사고 직전 잠들었던 게 블랙박스에 촬영돼 있었다. 환자실에 타고 있던 구급대원 역시 다음 출동에 대비해 잠들어 있었다는 게 밝혀졌다.
구급대원 세 명은 전날 아침에 출근해 약 17시간 동안 거의 쉬지 않고 7건의 출동을 나갔다. 코로나19 이후 현장에서는 이런 가혹한 근무가 지속됐던 거로 조사됐다.
한국 구급대는 이보다 더 많은 출동과 현장 활동을 하고 있는데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우리도 이런 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필자 역시 하루에 20건 이상 출동을 나가거나 270㎞ 이상 구급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심야 시간 쏟아지는 잠 때문에 허벅지를 꼬집거나 뺨을 때려가며 운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경기도나 강원도 같은 도 단위 구급대원은 이보다 더 많은 주행을 하는 가혹한 상황에 많이 노출되고 있을 거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급대원의 체력, 구급차 운전원의 피로도 관리에 대한 규칙이나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다.
센터장이나 팀장이 당시 구급대원의 건강 상태나 컨디션에 대해 한 번이라도 물었거나 당일 누적 주행 거리 등을 파악하고 구급대원을 교체하는 최소한의 관리가 있었다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와 비극은 막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출동부터 귀소할 때까지 친절한 고품질의 구급 서비스, 안전한 구급활동을 유지하는 관건은 구급대원의 피로도와 멘탈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정지 환자나 중증외상환자 등 응급환자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도 구급대의 적절한 출동 건수 유지는 필수 불가결한 사항이다.
고령화 사회에 따른 구급 출동 증가
2019년과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 비교했을 때 출동 건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021년부터 매년 구급 출동 증가추세가 10%를 상회해 구급대 부하 역시 증가하는 거로 예상할 수 있다.
구급차량 현황-구급차 연도별 운영 현황
구급대원 현황 인원 현황(최근 5년간)
▲ [표 1] 구급차량ㆍ구급대원 현황(출처 소방청 2023년도 119구급서비스 통계연보)
그러나 매년 10% 정도 증가하는 구급 출동 건수와 비교했을 때 구급대원과 구급대 증가추세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8년에서 2022년까지 5년간 전국에 구급차는 204대 증차, 구급대원은 3014명 증원되는 데 그쳤다.
소방청과 각 지역 소방본부 직원들이 각고의 노력을 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늘렸지만 증가하는 구급 출동에 대응하기엔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소방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잘 알기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참고로 구글 인공지능 Bard에 따르면 현재 추세로 매년 10% 정도 구급 출동이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2025년에는 약 470만건의 구급 출동이 예상된다. 2027년까지는 약 340대의 구급차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1)에 접어든 일본 소방의 사례를 보면 대한민국 구급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건지 예측해 볼 수 있다.
2018년 일본 소방청의 ‘인구 구조의 변화 등이 소방 구급체제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이라는 자료에서는 향후 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될 거로 전망한다.
그중 연령 계층별 이송 비율을 보면 65세부터 평균치를 급격히 넘는다. 노인 인구가 구급 출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걸 알 수 있다.
또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구급 출동 건수는 18.5% 증가했지만 구급대는 6.5% 증가에 그쳐 일본 역시 구급 수요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계청에서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2000년)한 지 25년만인 2025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거로 예상하고 있다. 37년 만에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보다 더 빠른 추세인데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다. 노인 환자 비중도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현재 70대를 이루고 있는데 통계 기관마다 다르게 집계하고 있으나 약 714만명, 즉 인구의 14.5%를 차지한다. 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향후 10~20년간 지속해서 구급 출동의 부하를 줄 수 있는 환자층이 될 거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의 1인 세대는 곧 1천만 가구를 돌파할 거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역시 보호자가 없어 병원에 자력으로 가기 어려우므로 119구급대 출동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복지 수요, 병원 간 이송까지 소방이 담당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번지면 119구급대의 출동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 일본은 197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 2007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부산 해운대소방서_ 이재현 : taiji3833@korea.kr
<본 내용은 소방 조직의 소통과 발전을 위해 베테랑 소방관 등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2019년 5월 창간한 신개념 소방전문 월간 매거진 ‘119플러스’ 2024년 2월 호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FPN(소방방재신문사ㆍ119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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