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A.R.F.F(구조소방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센터는 항공기 사고 시 초동대응을 담당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항공기 사고는 현실적이면서 현업 적용이 가능한 실효성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 재난관리 절차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A.R.F.F의 역할은 재난관리 과정에서 앞단에 있는 활주로상에서의 초동대응(화재진압ㆍ인명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자는 여러 건의 해외 사고 사례를 연구했고 사례 연구에서 추출한 공통 요인들을 가지고 시사점과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A.R.F.F 활약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5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맥캐런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영국항공 2276편 항공기 사고를 들 수 있다. 보잉 777-200기종인 영국항공 2276편이 이륙을 준비하던 중 치명적인 엔진 고장으로 왼쪽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맥캐런 공항의 A.R.F.F는 2분 이내에 특수 소방 차량을 사용해 신속히 화재를 진압했다. 경미한 부상이 보고됐지만 승무원과 승객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 빠른 대응과 소방포의 효과적인 사용이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요인이었다.
2016년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 발생한 싱가포르 항공 SQ368편에서 발생한 화재와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화재도 A.R.F.F의 성공적인 대응 사례로 꼽힌다.
SQ368편 보잉 777-300ER 항공기는 창이 공항에서 이륙한 후 엔진 오일이 누출된다는 사실이 확인돼 회항했다. 하지만 착륙 후 오른쪽 엔진이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창이 공항 A.R.F.F는 포를 이용해 빠르게 화재를 진압하고 승객과 승무원을 대피시켰다.
창이 공항의 A.R.F.F는 포를 이용해 빠르게 화재를 진압했다. 그 과정에서 긴급 대피 절차를 수행하며 승객과 승무원 241명 모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기도 했다.
보잉 777기종인 에미레이트 항공 EK521편은 공항에 접근 중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항공기의 착륙 장치가 완전히 연장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활주로에서 미끄러진 것이다.
두바이 공항의 A.R.F.F는 90초 이내에 현장에 도착하는 등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진압과 300명의 승객, 승무원 전원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A.R.F.F의 첨단 소방 장비와 기술도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A.R.F.F 대원 한 명이 작전 중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생존자 수가 많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임무는 성공적인 것으로 기록됐다.
다음은 우리나라와도 관련 있는 사례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선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착륙 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한 후 불시착했다. 접근 속도를 잘못 계산한 게 원인이었다.
현장으로 출동한 A.R.F.F는 포와 물을 사용해 화재를 진압했고 동시에 잔해 안에 갇힌 승객을 구조했다. 기체가 심각하게 훼손됐는데도 탑승자 307명 중 304명을 구조해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A.R.F.F는 확장형 포탑(HRET)이 장착된 트럭 등 특수 소방 장비를 현장에 투입하고 응급의료시스템도 동시에 가동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A.R.F.F 작전의 핵심 성공 요소는 ▲신속한 대응 ▲특수 장비 사용 ▲교육 및 조정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배양 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A.R.F.F는 화재가 확산돼 승객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정된 시간(3분 이내) 안에 집결 장소로 도착해야 한다. 연료 화재나 유해 물질과 관련된 항공기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특별히 설계된 특수장비를 사용해야 하고 항공기에 따라 소방ㆍ구조 기술에 대한 시나리오별 교육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이와 함께 승무원과 관제탑, A.R.F.F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성공적인 대응을 보장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현장 대응의 질과 성패는 결국 내ㆍ외적인 의사소통 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뛰어난 현장지휘관의 리더십까지 더해진다면 항공기 사고 발생 시 언제든 효과적으로 초동대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승환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 A.R.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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