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끝나지 않는 산불 논쟁,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전문가 ‘격돌’“국민 집단지성 믿음 커” 이재명 대통령 지시, ‘산림경영 논쟁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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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산림경영 논쟁 관련 토론회’가 열렸다. © FPN |
[FPN 김태윤 기자] =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현 산림 정책을 두고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산불을 비롯한 산림 분야 쟁점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국회ㆍ정부 차원의 대규모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난 5일 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김정호)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가 주관한 ‘산림경영 논쟁 관련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이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장관에게 “산림 관리와 관련한 쟁점이 오랫동안 결론이 안 나고 지금까지도 논쟁 중인데 그사이 돈은 몇천억원씩 들어가고 있다”며 “예산 편성 전까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이해관계 없는 재야의 고수가 많으니 이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논쟁하고 필요한 과학적 검증도 한 후 정리해 국무회의로 가져 오는 게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은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발제자로는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와 박현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가 나섰다. 토론자로는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정연숙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엄태원 원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정규원 숲산사산림기술사사무소 대표 ▲박재현 경상국립대학교 산림융복합학과 교수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 등이 참여했다. 또 곽주린 전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등은 객석에서 의견을 냈다.
이 밖에도 김정호 위원장과 임미애ㆍ이만희ㆍ안도걸ㆍ서천호ㆍ임종득ㆍ차규근ㆍ임호선ㆍ이달희ㆍ이광희 국회의원, 송미령 장관, 임상섭 산림청장을 비롯해 산림ㆍ재난 전문가와 임업 분야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장에선 발제ㆍ토론자 의견에 반발한 임업ㆍ산림 관계자들이 고성과 욕설 등을 쏟아내며 거세게 비판해 여러 차례 논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FPN/소방방재신문>이 뜨거웠던 토론회 현장을 직접 찾아 산불 관련 쟁점들에 견해를 밝힌 전문가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
“대형 산불 원인은 잘못된 산림 정책… 기후 변화, 헬기ㆍ임도 부족 아니야”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 ▲ 최병성 기후재난연구소 상임대표 © FPN |
많은 사람이 기후 변화 때문에 산불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외국도 산불이 많이 발생하기에 기후 위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산림청의 해외 대형 산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산불은 54.4℃에 달하는 높은 기온과 극심한 가뭄 속에서 발생했다. 스페인의 경우 46.4℃였다. 우리나라는 산불 건수의 46%, 피해 면적의 86%가 3~4월에 발생하는데 이 시기 평균 기온은 10~20℃ 사이다. 해외 대형 산불과는 기후 여건이 다른 거다.
같은 기후대인 일본과 중국, 북한은 산불이 줄고 있다. 산불이 증가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기후 변화가 아닌 다른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원인은 산림 구조와 잘못된 산림 정책이다.
산불의 원인으로 헬기 부족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헬기는 부족하지 않다. 문제는 헬기의 진화 효율이다. 헬기가 투하한 물은 허공에서 안개가 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산불진화대원이 1만원짜리 갈퀴로 끌 수 있는 작은 산불에 헬기가 10~20회에 걸쳐 물을 투하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고 오히려 하강풍에 의해 주변으로 확산하는 사례도 봤다. 산불 진화 헬기 운용을 잘못하고 있는 거다.
산림청장은 임도가 부족해 산불을 끄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임도에서 불을 끈 자리(흔적)를 본 적이 없다. 산불 발생 시 임도 속 온도는 800~1천℃에 이른다. 이는 차량이 녹아버리는 온도다. 임도에서 산불을 끄는 건 불가능하다.
또 산림청에 의성ㆍ산청 산불 중 ‘임도에서 산불을 끈 위치’에 대한 정보 공개를 요청했더니 ‘정보 부존재’ 통지를 받았다. 임도에서 산불을 끈 적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2022년 6월 발생한 밀양 산불의 경우 임도를 타고 산불이 흘러간 흔적이 남았다. 임도가 바람길이 된 거다. 임도는 바람길로 연통 효과처럼 새로운 산소를 계속 공급해 불길이 더 확산되게 한다.
게다가 임도 변은 빛과 바람이 잘 들어 낙엽ㆍ잔가지가 빠르게 마른다. 마른 연료를 만드는 건조대인 셈이다. 길이 있으면 사람과 차량이 깊은 산까지 들어가기에 발화 가능성도 커진다.
산림청은 임도가 산불 확산을 막아주는 방화선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산불은 높은 산과 논, 밭, 강을 뛰어넘는다. 불씨가 날아다니는 소나무 수관화에서 폭 3~4m에 불과한 임도는 방화선이 될 수 없다.
“진정 필요한 건 정밀한 산림관리체계… ‘산림청’으로는 부족, ‘산림부’로 가야”
엄태원 원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 ▲ 엄태원 원주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 FPN |
왜 침엽수림이 많을까?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나무가 뿌리를 박고 살 수 있는 깊이는 1m 내외밖에 안 된다. 또 건조하고 유기물 함량이 낮은 우리나라 산림 토양 특성상 활엽수보다 침엽수가 정착에 유리하다.
산림청에서 소나무만 남기고 벤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경북 산불 피해 지역 소나무림의 98%는 자연림으로 확인됐다. 1973년 국토 녹화 이후 2022년까지 인공 조림된 소나무림은 전체 소나무림 중 7%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비율로 따져도 침엽수림 37, 활엽수림 32, 혼효림 31%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임도는 산불 대응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를 보면 대응 시간이 빨라진다. 임도는 차량이 2㎞를 4분 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48분이 걸리는 도보 대비 12배 빠른 초기 대응이 가능한 셈이다. 산불이 수관화로 번지게 되면 어차피 헬기, 비행기 모두 소용없다. 지표화가 일어났을 때 빨리 가서 먼저 끄는 게 중요하다.
또 최병성 대표가 밀양 산불 현장을 예로 들며 임도의 바람길을 따라 산불이 확산됐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밀양 산불에선 임도 미설치 구간의 피해가 훨씬 컸다.
산림청 숲가꾸기 사업이 산불을 키운다는 지적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숲가꾸기는 나무 밀도를 낮춘다. 또 지면과 가까운 아래쪽 가지가 수관화 확산을 억제해 줄 수 있다. 실제 산불 피해지 내 숲가꾸기 실시 지역과 미실시 지역의 수관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실시 지역의 수관화 확률이 60% 이상 낮았다. 숲가꾸기가 산불을 키우지 않는다는 걸 시뮬레이션을 통해 얼마든지 검증할 수 있고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다.
기후 위기로 산불은 점점 더 복잡ㆍ빈번해질 거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필요한 건 일방적인 비판이나 자연 방치가 아닌 지역 생태적 맥락과 과학기술에 기반한 정밀한 산림관리체계다. ‘산림청’의 능력으로는 부족하다. ‘산림부’로 가야 가능하다.
“산림청 더 이상 산불 관리 능력 없어… 소방청 이관 필요”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 ▲ 황정석 산불정책기술연구소장 © FPN |
산불과 관련해 50년 역사를 가진 산림청은 매년 호들갑을 떤다. 산불 제로화를 얘기하지만 갈수록 전혀 해결책이 없다. 그래서 그 안의 문제를 들여다봤다.
먼저 예방 정책에서 산불감시원 제도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 산불감시원은 고령화되고 인력 수급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또 산불 감시를 열심히 해달라면서 하루 기름값으로 1500~3천원을 준다. 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래 놓고도 산림청은 산불 예방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산불 대응 실태도 심각하다. 지난 3월 의성 산불 당시 현장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지만 이걸 왜 못 막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물론 발화 시점부터 오후 8시까지는 강풍이 있었다. 하지만 8시부터 25일 오전까지는 순간풍속이 초속 3m 이내였다. 봄철에 이런 기상 조건은 없음에도 사흘간 방치하고 있다가 결국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런데도 반성은커녕 주민들의 장례도 못 치른 상황에서 임도를 확충하고 산림부로 승격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를 한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산불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는 기후 변화가 많이 언급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시점에서 산불 발생 빈도 6배, 피해 면적 17배가 증가할 수 있을까? 차라리 기상이변이라고 해야 한다. 기후 변화는 단기간에 피해를 이렇게 키울 수 없다.
헬기 부족을 탓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산림청 헬기는 초기 진화에 아무런 역할을 못 한다. 초기 진화 골든타임인 50분 내 도착 준수 비율은 28.7%다. 이조차 산림청의 출동 지시를 받고부터 50분이다. 보통 현장에선 헬기가 오기까지 1시간 반에서 2시간이 걸린다. 초기 진화를 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이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임도도 화두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대형 산불 35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도로에서 평균 27m 이내였다. 임도가 있으면 충분히 진압할 수 있다면서 왜 한 건도 못 껐는지 묻고 싶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산림청은 산불이 났다고 해서 무조건 출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산불을 끄러 갈지 말지 고민하고 회의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산불을 끌 수 있다는 건지, 어떻게 산림청만이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지 묻고 싶다.
산림청 진화 인력도 문제다. 산림청에서 산불을 끌 수 있는 정규 인력은 104명의 공중진화대뿐이다. 435명인 산불재난특수진화대를 떠올릴 수 있지만 이들은 공무직이어서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 틈만 나면 이직 생각을 한다. 또 1월과 6~10월 소강기엔 소방이 산불을 묵묵히 감당해야 한다. 산림청 진화 인력도 오지만 보통 3~4시간 정도 걸린다.
지휘체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불 현장에 동원되는 군ㆍ소방ㆍ경찰은 전부 제복공무원이다. 양복공무원이 제복공무원을 통제하는 게 가능한지 묻고 싶다. 제발 양복쟁이가 제복공무원을 통제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고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더 이상 산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산불 업무를 소방청으로 이관한 후 관리체계를 정비하고 단계별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차선책은 산악지대를 산림청, 도시 인접 또는 시설물 분포 지역을 소방청이 맡는 완벽한 이원화 체제다.
“산불은 연료 문제, 나무 모르는 소방 산불 대응은 안 돼”
곽주린 전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 ▲ 곽주린 전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장 © FPN |
산불은 연료를 제거하거나 무력화해서 끄는 거다. 산불 교과서나 화재공학 교과서의 목차 한 번 안 본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산림청 숲가꾸기는 연료량을 줄여 큰불로 번지는 걸 막아준다.
산불은 안 나게 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건 이상에 불과하다. 난다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산불이 발생했을 땐 먼저 빠르게 현장에 접근해야 한다. 그 방법이 헬기다. 미국의 경우 낙하산이나 레펠로 스모크 점퍼(Smoke Jumper)를 산불 현장에 투입한다. 이런 게 모두 초동 진화를 위해서다. 이런데도 헬기가 산불에 효용이 없다는 건 과학적 측면으로는 처음 들어본다.
임도도 왜 논쟁이 되는지 모르겠다. 도시에 불이 났을 땐 소방차가 접근해야 불을 끌 수 있다. 산도 마찬가지다. 자원이 투입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한다. 임도 때문에 불이 더 번진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나라 소방도로도 다 없애야 한다. 이것이 과학인지 묻고 싶다.
또 일부는 지휘체계와 소방청 이관 문제를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화재공학 첫 페이지, 산불공학 첫 페이지를 본 사람이라면 도시 화재와 산불을 구분하는 걸 알 거다. 도시 화재는 냉각소화로 대응한다. 물을 뿌려서 불을 제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산에선 이게 굉장히 어렵다. 광범위해서다. 그렇기에 연료를 제거하고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산불을 끄는 게 기초다.
산에서 연료는 나무다. 나무를 모르는 소방청이 산불 대응 업무를 가지고 가서 나무부터 새롭게 공부하고 산불을 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거다. 산불은 그렇게 쉽게 꺼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형과 기상을 이용해야 한다. 산림 지형을 소방관들이 잘 알까? 산림 공무원들은 평생 산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산불을 끌 자격이 있다. 잘했느냐 못했느냐는 일단 차치하자.
마지막으로 현 법령체계에 의하면 산불이 났을 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존재는 소방청이다. 어떻게 이게 산림청 지휘체계 문제인가. 이렇게 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이렇게 많은 재산피해를 본 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소방청의 책임이지 그걸 산림청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견강부회’가 있을 수 있나 싶다. 산림청 사람들이 점잖아서 부처 간 이야기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는 걸 명심하며 제발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김태윤 기자 tyry9798@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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