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청 아파트 연기감지기 효용성 검토 추진키로 실효성 떨어지는 열감지기… "피난 시간 확보 어려워"
최영 기자| 입력 : 2014/07/10 [09:03]
아파트 세대 내에 연기식감지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차원의 효용성 검토가 추진된다. 이에 따라 후진국 수준에 머문 국내 화재감지기 설치 규정이 과연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아파트화재 관련 연기감지기의 효용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술검토회의를 개최하는 등 타당성 검토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현행법상 아파트 등 주거시설 각 세대에 설치하는 화재감지기는 연기와 열 방식 등 관련법이 허용하는 다양한 화재감지기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아파트나 주거시설 건축물은 해당 건물에 거주하게 되는 입주민이 아니라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소방시설을 채택하는 시장구조를 띄고 있어 대부분의 아파트 세대에는 연기감지기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차동식 감지기'가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열감지 방식의 '차동식 감지기'는 화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연기방식 감지기와는 달리 설치된 공간의 온도가 크게 높아져야만 작동하기 때문에 화재반응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08년 소방방재청이 실시한 '주택 실물화재 실험 연구'에서 가정용 가스레인지의 튀김기름 화재를 재현해 실험한 결과 연기감지기와 열감지기의 작동시간은 무려 8분이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당시 실험에서 열감지기는 튀김기름의 발화점에서 자연발화가 시작돼 화염이 가스레인지 후드로 옮겨 붙을 정도로 커진 뒤에 작동하는 등 화재를 초기에 감지해 거주자에게 원활한 대피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주거 생활이 주 목적인 아파트에서 취침시간 불이날 경우 이미 화재가 확산된 이후에나 화재경보가 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주거시설에 설치되는 열감지기의 실효성 문제는 그간 소방 전문가들로부터 후진국형 제도라는 비판까지 받으며 지속적인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은 연기감지기의 경우 비화재보(화재에 따른 연기가 아닌 먼지 등 다른 요인에 의해 작동하는 것)로 인한 오보율이 적지않기 때문에 입주자의 민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 개선을 회피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NFPA 72 코드에서 모든 세대용 주거시설 내에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의무화 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에도 1991년 건축법(Building Regulations)을 통해 모든 주택에 연기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 호주도 1990년 2월부터 일반주택과 아파트, 원룸, 호텔, 모텔 등 주거용도의 시설에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캐나다도 온타리오법에서 모든 주택에는 연기감지기를 설치토록 의무화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 최고 2만 5천달러의 벌금과 실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연기감지기를 주거시설에 설치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거주자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설치규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는 소방시설의 유지와 관리의 미흡으로 나타나는 '비화재보' 우려와 경제성을 이유로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시대적 열감지기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방재청은 10일 열리는 아파트 화재와 관련한 연기감지기의 효용성 기술검토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아파트에 설치되는 감지기의 실효성을 분석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소방방재청의 관계자는 "이번 전문가 회의를 통해 연기감지기의 실효성과 설치 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영향성들을 분석하고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