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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잘못 덮자고 땜질 처방… 이해 못 할 소방산업기술원

- 4월 바뀐 가스설비 기준 논란에 ‘꼼수’ 대응
- 개선 방침 세우고도 부서끼리 책임 회피 급급
- 부서 간 ‘오락가락’ 행정에 골머리 앓는 업계
- “형평성 확보하겠다” 업체 설득,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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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기자 | 기사입력 2015/12/10 [09:15]

[집중취재] 잘못 덮자고 땜질 처방… 이해 못 할 소방산업기술원

- 4월 바뀐 가스설비 기준 논란에 ‘꼼수’ 대응
- 개선 방침 세우고도 부서끼리 책임 회피 급급
- 부서 간 ‘오락가락’ 행정에 골머리 앓는 업계
- “형평성 확보하겠다” 업체 설득, 물

최영 기자 | 입력 : 2015/12/10 [09:15]

 

▲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소방용품의 국가공인 검정기관이자 소방산업진흥업무와 위험물 등 중요 업무를 맡고 있다.     © 최영 기자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새롭게 개정된 기술 기준을 잘못 운영해 업체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이해 못 할 땜질식 처방으로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안전처는 ‘가스계소화설비 설계프로그램의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기준’을 국제적 기준과 동일한 방법으로 정비하겠다며 일부 시험 방법을 개정했다.


국내 가스계소화설비는 대부분 A, C급의 대상물에 적용되는데 방출 헤드의 방호면적은 B급 시험을 통해서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B급 소화약제의 양을 늘려 방호면적을 넓게 받으면 A, C급에도 동일한 면적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이 과다한 소화약제를 적용해 너무 큰 방호면적으로 승인받은 실태가 문제가 됐다. 개정된 규정은 당초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가스계소화설비의 A급 설계농도가 B급 설계농도의 80% 미만이면, 면적 시험을 A급 소화농도의 120%로 시험하도록 하는 내용이 개정 기준에 담겼다.


쉽게 말해 A급과 B급의 소화농도 차이가 크면 무조건 방호면적 시험을 A급 소화농도의 1.2배로 시험을 받도록 한 규정이다. 이 규정은 A급과 B급의 소화능력 차이가 큰 HFC-125 소화약제를 중점 제약하는 상황을 불러 왔다.


예를 들어 어떤 HFC-125 소화설비의 A급 설계농도가 8.0%고 B급 설계농도가 11.3%라면, B급 설계농도의 80%에 해당하는 농도 커트라인은 9.04%다. 이때 8.0%의 A급 설계농도를 가진 이 시스템은 규정에서 정한 커트라인 9.04% 이하에 해당되기 때문에 무조건 A급 소화농도의 120%인 8.0% 농도로 면적시험을 받도록 한 규정이다.

 

▲ 선진국에서 보급되고 있는 HFC-125 청정소화설비는 A급 6.6%, B급 8.7%의 소화농도로 UL인증을 받아 공급된다. / 시카고 NFPA박람회     © 최영 기자

국내ㆍ외(NFPA)를 막론하고 HFC-125 소화약제의 컵버너시험(검증된 최소한의 농도) 수치는 8.7% 이상이다. 그런데 이 농도 밑에서 시험을 하라는 규정이며 불을 끌 수 없는 상태로 시험해야 한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결국 시험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규정이 모호했지만 기술원은 A급 소화농도를 강제적으로 높여 B급 설계농도의 80%로 맞추도록 기준 운영을 강행했다. 이미 A급 소화시험을 거쳐 인증받은 설비도 재인증이 불가피한 상황에 몰렸다.


통상 HFC-125 소화약제는 6.6~6.7%의 A급 소화농도를 갖는데 이 값을 7.25%로 강제 상향토록 한 것이다. 기술원의 이 같은 기준 운영으로 2곳의 신규 업체가 A급 소화농도를 7.25%로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기존 HFC-125 소화설비를 생산해 오던 5곳의 제조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이미 소화시험을 거쳐 인증받은 A급 소화농도를 강제 상향하고 UL인정을 받은 세계적인 시스템과 동일 수준인 시스템까지 제약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국민안전처와 기술원은 지난 10월 8일 제조업체 회의를 열고 개선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명확히 따지면 개선책이라기보다 당초 기준 자체가 A급 소화농도를 높이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운영방식을 명확히 하고 기준도 추가 정비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기술원은 A급 소화농도의 120%에 해당하는 농도가 컵버너농도에 미달할 경우 A급 소화농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컵버너농도로 시험토록 시험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관련 기준의 문제성을 인정하고 시험방법과 규정을 명확화하기로 한 셈이다.


‘오락가락’ 기술원에 놀아나는 업체들

▲ 3. 지난 10월 8일 열린 제조업체 회의에서는 개정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고 소방산업기술원과 안전처는 해당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 최영 기자


기술원과 안전처가 개선책을 강구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계속됐다. 이 회의 이후에도 기술원은 시험 시행 부서인 ‘품질관리센터(소화장치부)’와 ‘기술관리부’ 간 엇박자를 내면서 변경 방침을 곧바로 반영하지 않았다. 그 사이 업체 한 곳이 A급 소화농도를 강제로 높인 채 또 시험을 했다.


이 시험 당일에도 기술원 내 부서들 간 이견으로 혼란을 빚었다. 기술관리부는 시험을 개선된 방향으로 실시하는 게 맞다고 했지만, 정작 시험 인증을 맡고 있는 부서는 개선 필요성이 인정된 기존 방법을 고수했다.


결국 이 업체는 7.25%의 A급 소화농도로 시험을 거쳤고 불합리한 형상으로 인증을 받은 업체는 신규 업체 2개사에 기존 업체 1곳이 늘어 총 3개사가 됐다.


책임 면피에 안달난 소방산업기술원


기술원은 이번 사태가 기준 개정 이후 인증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업체와의 시험 적용방법 이해의 차이로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다.


명백히 따지면 잘못된 기준 운영으로 인증을 받은 업체들은 기술원의 상담을 거쳐 일러주는 대로 인증을 신청했다. A업체와 B업체, C업체 3곳 모두 마찬가지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B급 면적시험이 A급과는 별개라고 말하는 현재의 기술원 방침으로 운영돼 왔다면 당연히 보편화된 A급 소화농도 값(낮은 값)으로 인증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A급 소화농도가 타 시스템보다 높으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데 어느 업체가 미쳤다고 자발적으로 농도를 높여 인증을 받겠나”고 했다. 기술원이 A급 소화농도를 7.25%로 신청해야만 받아줬다고도 증언했다.


그렇다면 기술원 내부 부서 간 갈등의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기준 자체의 모호성으로 개선을 하겠다는 결론이 났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면 ‘기술기준’ 담당부서는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국민안전처 고시인 기술기준의 특성상 최초 기준 개정을 제안한 기술원의 책임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인증부서에서 시험을 잘못 운영했다고 하자니 ‘인증부서’의 책임이 커진다. 이미 인증받은 2곳 업체들로부터의 항의가 불가피하고 최악의 경우 행정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기술원은 업체들이 “이해를 잘못해 신청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신들의 문제를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는 업체들’ 기술원에 편승


최초 잘못된 기준 운영으로 인증을 받은 두 업체는 기술원이 내놓은 대책이 땜질식 처방임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 처방을 따라가고 있다. 문제가 바로 잡힐 경우 이미 인증을 받은 시스템의 경쟁력은 타 업체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이 두 업체의 핵심 관계자들은 기자와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기준 운영 방향을 바꾸겠다는 기술원을 두고 "부서 간에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는 소방산업기술원 때문에 손해를 보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이들은 “기술원이 시키는 대로 인증을 신청해 받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방향을 바꾸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업체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했다.


또 “지금까지의 운영이 잘못됐다고 인정해버린 상황에서 만약 이를 바로 잡아 당장이라도 재시험을 실시한다 해도 소화농도를 낮추려면 시험을 위한 비용과 시간 등 손해가 크다”며 “과연 기술원이 여기에 대해 책임져 주겠나”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런데 얼마 후 이들의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기술원이 관련 기준을 추가 개정해 모든 업체의 시스템이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형상이 될 수 있도록 맞추겠다고 단언했다는 게 이유였다.


지금은 기술원의 문제를 알지만 반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재시험을 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손해가 크고 소방사업을 하는 이상 기술원과의 업무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부담도 크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소화시험을 다시 받으려면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과 시간이 소요된다.


또 소방용품 특성상 형식승인이나 성능인증 등 검증 과정에서 기술원의 해석 또는 재량에 따라 애를 먹을 수도, 아니면 수월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향후의 일들이 걱정된다는 귀띔도 했다.


앞으로의 일들이 우려돼 기술원이 정한 방침을 따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난 1일 이 사태의 대책 마련을 위해 열린 회의에서도 기술원은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내뱉어 참석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공식적인 이 회의에서 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기준 개정의 불합리성에 대해 따지는 모 업체 관계자에게 “(업체명)가 어떻게 시험을 해서 이제까지 잘해 왔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기준 개정한 것만큼 준비를 정확히 잘해서 이제까지 해왔나”며 이해 못 할 말을 했다. 그러자 팀장급 관계자가 끼어들며 “그런 것은 논외 외의 이야기”라고 제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를 두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저건 당신네 업체는 얼마나 잘했느냐는 협박성 발언”이라며 “공식적인 회의석상에서 어떻게 저런 발언을 할 수 있는지 기술원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책임만 피해보자… 기술원의 ‘꼼수’


지난 1일에는 지속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두 번째 회의가 열렸다. 기술원은  이 회의에서 관련 기준의 문제점을 해소하겠다며 기준 개정안을 내놨다. 이 개정안에는 자신들이 문제를 인정해 개선하기로 한 시험방식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 1차 회의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됐다. 12월 1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소방산업기술원이 '꼼수' 기준안을 내놓자 또 한번의 논란이 일었다.     © 최영 기자


하지만 국가 화재안전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계농도 수치를 바꾸는 내용도 포함돼 논란을 낳았다.


사실 이번 사태의 시작은 ‘분사 헤드의 방출 면적시험’이지만 설계농도 값을 정하는 규정도 추가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소화농도’란 가스계 소화약제별 화재 진압을 위해 필요한 소화약제의 농도를 말한다. ‘설계농도’는 소화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이 소화농도에 안전계수(A, C급 120%, B급 130%)를 더한 농도다.


만약 10%의 소화농도를 가진 가스소화설비를 실제 시설물에 적용하기 위해선 국내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A급은 1.2배, B급 1.3배의 소화약제를 더해 설계해야만 한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이 화재안전 기준 규정과 별개로 ‘A급 설계농도의 경우 소화농도의 1.2배를 적용한 값과 소화약제 B급 형식승인 소화농도 중 큰 값을 적용한다’는 규정을 추가했다.


기술기준에서는 소화농도 값을 정하고 화재안전기준에서는 설계의 방법론을 규정하고 있는 건 기본적인 법규 틀임에도 뜬금없이 설계농도 규정을 기술기준에 담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미국 NFPA에서 강화한 설계 농도 수치를 국내에 반영하겠다는 게 기술원의 명분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이번 사태는 기술원이 헤드 방출면적 시험에 대한 모호한 규정을 최초에 만들었고 기준을 운용하면서 2개 업체(신규)가 보편적인 A급 소화약제 농도보다 큰 수치로 인증을 받은 게 문제다.


그런데 왜 설계농도를 정하는 규정을 갑자기 추가 삽입하려는 걸까. 여기에는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꼼수’가 숨어 있다. 만약 이 규정을 넣지 못하면 기술원은 난감한 상황에 봉착한다.


기술원 때문에 7.25%의 A급 소화농도로 승인받은 2개사(현재 3개사)의 설계농도는 8.7%다. 그러나 앞으로 기존 5개사 시스템은 6.8% 이하의 소화농도를 유지해 설계농도는 8.0~8.1% 가 된다.

 

 시스템을 적용하는 현장에서 8.7%의 농도를 가진 업체와 8.0% 초반 대를 유지하는 업체는 경쟁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스소화설비는 설계농도가 낮을수록 약제를 덜 넣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한 탓이다. 또 약제 용기량 차이로 시공 효율성에도 격차가 생긴다. 즉 기술원의 엉성한 시험 운용 행태 탓에 2곳의 업체가 손해를 보게 된다는 얘기다.


기술원이 궁지로 몰리지 않으려면 모든 HFC-125소화설비의 소화농도 값은 차이가 날지언정 8.7%의 설계농도가 되도록 바꿔줘야만 하는 것이다.


기술원이 제시한 이 기준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 NFPA 규정에는 기술원이 따오려는 설계농도 강화 규정 외 다른 내용이 있다. C급 화재에는 소화농도의 1.35배의 안전율을 적용하라는 규정이다.


국내 청정소화설비는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A,C급을 포함해 대부분 1.2배로 적용되는데 이 규정이 도입되면 설계농도 수치는 1.35배로 강화된다.


기술원은 이 내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이번에 제시한 개정안에는 이 규정을 넣지 않았다. 여기에도 숨겨진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1.35배의 안전율을 넣으면 또다시 7.25%로 받은 두 업체의 손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술원이 땜질식으로 내놓은 이번 개정안이 가스소화설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 기술원 자신의 문제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잘못 낀 단추를 억지로 맞춰 끼려니 뭘 해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책임한 물타기 수법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를 보게 된 업체들에 대한 합리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뒤늦은 논란… 모호한 규정은 최초 왜 개정됐나


사실 뒤늦게 논란을 겪고 있는 이 기준은 올해 4월경 개정이 완료된 내용이다. 그런데 수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불거진 이유는 뭘까.


국민안전처는 지난 2월 9일부터 3월 2일까지 24일간 이번 논란의 중심인 ‘가스계소화설비의 성능인증 기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었다. 그런데 행정예고 기간 중 아무런 의견이 들어오지 않아 그대로 개정했다는 게 안전처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제출된 의견이 정말 없었던 것일까. 취재 결과 기술원은 국민안전처의 입안예고 이전인 지난해 10월 관련 업계에 해당 개정안을 이메일로 먼저 송부하고 의견을 수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5. 지난해 10월 기준 개정에 대해 제조업계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제출한 의견 공문들     © 최영 기자


이때 두 업체가 해당 기준은 “UL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업체 및 기술원과의 협의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술원 측에 제출했다. 하지만 기술원은 이러한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안전처에 개정 기준안을 그대로 건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문제를 제기한 A업체는 이메일을 통해 공문으로 의견을 제시했고 심지어 기술원을 찾아 담당자에게도 의견을 설명했다. 그런데 기술원은 이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개정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월 기술원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의견 접수 건에는 새로운 기준 적용 시 업무에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사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였다”며 “UL기준과 다르다는 내용에 대한 의견은 들어오지 않았다”면서도 “해당 업체가 찾아와 기준과 다르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고 주장했다.


중간에 낀 기술원이 행정예고 무력화


논란의 여지가 있었음에도 정식 행정예고 기간에는 업계의 의견이 제출되지 않았다. 이 이유에 대한 관련 업계의 시각은 단호하다. 사실상 국내 소방용품 기술기준의 보완 등 개정 작업은 기술원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원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견을 제출했던 관련 업체들은 “기준 개정 추진 주체인 기술원에 당초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했지만 관련 기준 개정 이후 기술원이 발송한 이메일 레터를 통해 최종 개정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말한다.


의견 수렴과정에서 업체들이 제출한 내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이나 결과 고지가 없었고 회의조차 열지 않는 등 일방적인 기준 개정을 추진했다는 주장이다.


또 관련 의견이 제출된 상황에서 고시 시점까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국민안전처의 입안예고 과정에서 의견을 냈더라도 소용이 없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내비친다.


의견을 받은 안전처는 기술원 담당자에게 의견 검토를 맡길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술원 입장에선 설사 규정에 문제가 있더라도 기준 개정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오류를 스스로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방어적 태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입안예고 이전에 기술원이 의견을 수렴한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규제를 받는 통상적인 이해 관계자 입장에선 눈에 불을 켜고 매일같이 정부의 관보나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를 쳐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준 개정에 따라 가장 큰 규제를 받는 관련 업계는 행정예고 이전 기술원에서 의견을 수렴했고 이후 개정안이 언제 정식으로 행정예고됐는지조차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술원에서 의견을 수렴한다는 메일은 받았지만 규정이 실제 개정된 것은 고시 이후 9일이 지난 4월 30일이 돼서야 알았다”며 “일방적인 기준 개정을 하루 이틀 보는 것도 아니라 이제는 담담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취재 후] 소방산업기술원의 ‘잘못’과 ‘꼼수’


기자는 지난 9월부터 이 문제를 집중 취재해 왔다. 하지만 워낙 기술적인 부분이 많아 쉽지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자 본인은 이해하더라도 독자에게 이번 사태를 종합적으로 이해시키기에는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간단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우선 소방산업기술원은 가스계소화설비의 성능을 규정하는 ‘기술기준’을 올해 초 국민안전처에 건의해 일부를 바꿨다. 그런데 이 내용이 기술적으로 맞지가 않았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수준의 가스소화설비를 우리나라에서만 인증받지 못하거나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술원은 이 기준 개정 이후 신규로 인증을 추진하는 두 업체의 시험을 실시하면서 이 모호한 규정을 자신들만의 잣대로 해석해 시험을 강행했다. 그래서 신규 인증을 받는 2개 업체가 기존 인증 업체들의 가스소화설비보다 소화약제가 더 많이 들어가는 형태로 승인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기준의 시행 시점은 10월 말이었는데, 이를 앞두고 기존 인증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기준이 잘못돼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수준의 시스템까지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재검토를 안전처에 요청했고 해당 사안을 검토하기 위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최초 기술기준 개정안을 만든 기술원 내 ‘기술관리부’는 기준의 일부 모호성을 인정하면서도 기준을 만든 최초 취지가 소화약제가 더 많이 들어가는 형태(A급)로 개선하라는 것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업체와 기술원의 시험방법 이해도 차이에서 나타난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시험을 주관했던 ‘품질관리센터(소화장치부)’는 최근 두 업체의 인증을 내준 것은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기술관리부의 해석을 부정했다. 한 조직 내 부서 간 이해 못 할 마찰이 일어난 셈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날 회의는 현행 운영 기준의 모호성을 인정하고 선진국 수준의 시스템을 재약하지 않도록 운영방법과 기준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두 부서 간의 싸움은 멈추지 않았다. ‘기술관리부’는 회의 이후부터 개선 방향으로 시험을 진행힌다고 했지만, 이미 인증을 두 차례나 내준 ‘품질관리센터’는 그대로 시험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성능인증을 추진하던 한 업체가 또다시 소화약제가 많이 들어가는 형태로 시험을 받아야만 했다. 불합리한 기준을 바꾸겠다고 해 놓고선 소화약제 양을 많이 넣는 형태로 인증을 받은 업체는 1곳이 늘어 3개사가 돼 버렸다.


품질관리센터는 이 과정에서 “개선 방향으로 시험을 운영한다”고 했다가 또다시 “규정이 없어서 못 한다”고 하는 등 갈피를 못 잡으며 업체들에게 혼란을 줬다.


문제가 지속되자 지난 1일 또 한 번의 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기술원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며 관련 기준 개정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 기준안에는 기술원 자신들이 기준을 운영하면서 일으킨 문제를 감추기 위해 엉뚱한 내용까지 포함했다. 그것도 기술기준이 아니라 화재안전기준에서 정할 사항(설계 안전율)을 넣으면서까지 말이다. 자신들의 실수와 책임을 덮기 위해 관련 고시 기준의 고유 특성까지 무시한 셈이다.


현재 기술원이 개정안에 추가하려는 내용은 미국 NFPA에서 2012년 소화설비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반영한 안전율에 관한 내용이다. 본래 이 미국 규정에는 기술원이 따오려는 규정 말고도 더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기술원은 미국 규정 중 자신들의 잘못을 감출 수 있는 부분만 가져오겠다고 한다. 안전성 향상을 위한 안전율 규정을 모두 가져올 경우 자신들이 일으킨 문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약제량이 많게 인증을 받은 업체들도 눈치를 보며 기술원의 방침에 따라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화약제가 덜 들어가는 시스템과의 형평성을 맞출 수는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업체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은 두 업체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땜질식 처방일 뿐 숨겨진 이유는 기술원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가리려는 의도가 짙다.


이기적이면서도 자신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않는 기술원의 행태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부분이다. 잘못을 덮자고 물타기 하려는 비열한 수법도 너무나 빤히 들여다보인다. 아무리 기술적이고 세밀한 부분일지라도 꼼꼼히 따져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지금은 기술원이 ‘꼼수’를 부릴 때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손해를 본 업체들에게 합당한 구제방안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기어이 가스소화설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미국 NFPA의 규정(안전율)을 추가적으로 국내에 도입하겠다면 기술원의 책임 면피 규정뿐 아니라 C급의 안전율(1.35)까지 도입해 ‘문제를 덮기 위한 꼼수’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업체들의 이해관계를 떠나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문제를 공식 제기한 업체들 외 대부분의 가스소화설비 업체들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속 시원히 나서서 내색하지는 못한다. 그들의 말처럼 소방사업을 하는 이상 부딪힐 수밖에 없는 기관이 바로 기술원이기 때문이다.


기술원의 일방적인 업무 행태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반드시 개선되길 바란다. 그리고 기술기준 고시를 담당하는 안전처도 이번 사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이번만큼은 기술원에게 속지 말아야 한다.


기자는 추가 보도를 통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국내 가스계소화설비의 기술기준과 타 소방용품 기준의 운영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점은 없는지 집중 진단할 계획이다.


최영 기자 young@fpn119.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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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
[연속 기획- 화마를 물리치는 건축자재 ⑧] 내화채움구조 넘어 종합 방화솔루션 기업으로의 도약 꿈꾸는 아그니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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